"신당 추진, 금태섭 양향자 말고도 더 있어... 아는 것만 4~5개"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이영광 기자]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서울 양평 간 고속도로 백지화, 수능 킬러 문항 문제 등 이슈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수행지지도나 여당 정당 지지도는 박스권에 갇혀있다. 왜 그럴까?
자유한국당 고양 정 당협 위원장 지낸 조대원 리서치한국 여론정책연구센터 센터장을 지난 7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조 센터장과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조대원 리서치한국 여론정책연구센터 센터장 |
ⓒ 조대원 제공 |
- 지금 정치권에 많은 현안이 있는데 대통령 지지율이나 각 정당 지지율의 차이가 별로 크지 않아요. 현재 정치권 상황 어떻게 보세요?
"모든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이유가 있어요. 국민들이 그만큼 현 대통령과 거대 양당에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죠. 과거에는 최악을 피하려 차악이라도 선택하는 게 나라를 위하는 거라 여겼어요. 그런데 그 차악이 본인들이 좋아서 찍어 준거라고 착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정권을 잡거나 다수당이 되면 마치 자신은 선과 정의고 상대는 악과 불의라 여기며 내로남불하는 거죠. 상황이 이러니 이제 국민들이 차악을 선택하는 것도 지친 거죠. 그래서 정치권에 대한 기대 자체를 접어버렸어요."
- 계속 이슈가 나오고 있잖아요. 근데 지지율에 큰 영향은 없는 거 같거든요.
"이 비유가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부부지간에도 서로 애정이 남아 있을 때 상대가 이벤트를 하면 그걸로 마음이 풀리거나 한 번 더 이해하려는 노력이라도 하게 돼요. 하지만 그 단계를 넘어 이제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면 상대가 뭘 해도 싫은 거예요. 그러니까 현 정권과 여당 그리고 이를 견제하는 야당이 어떤 중요한 이슈를 만들고 이벤트를 해도 이미 기대를 접고 마음을 닫아버렸어요, 국민들은.
상대가 실점해서 우리 쪽에 플러스되는 상황이 와도 중도층 지지율은 요지부동인 거고요. 그래서 갈수록 '지지 정당 없다' '투표 안 할 거다'라는 비율만 오르는 거예요. 이미 중도 무당층이 30%를 넘어선 여론조사가 많아요. 그런데도 거대 양당은 '결국 선거가 다가오면 사표 방지 심리 때문에라도 우리를 지지할 거다'란 생각으로 서로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데만 사활을 걸고 있고요.
이런 절망의 정치 상황이 '거대 양당으로는 더는 안 된다' '둘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민심의 분노에 불을 당기고 있는 거죠. 요즘 진보 보수할 것 없이 끊임없이 신당 얘기가 나오는 건 다 이런 탓이에요. 지금까지 언론에 나온 금태섭 신당, 양향자 신당, 정태근 박원석 금태섭 3자 회동 말고도 제가 아는 것만 4, 5개의 신당 추진 세력이 있거든요. 총선 전까지 앞으로도 계속 신당 세력들이 출연하면서 그야말로 춘추전국 시대가 될 거예요."
"신당, 새로운 인물 발굴에 달려... 60석이냐 3석이냐의 문제"
- 그럼, 신당은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까요?
"금태섭 전 의원이 '수도권 30석' 신당 얘기를 했잖아요. 전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면 '그런 어중간한 수치는 안 나올 거고 60석이 나오든지 아니면 3석이 나오든지 둘 중 하나가 될 거'라는 거예요. 신당 세력이 새로운 시대의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고 기존 정당들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인물들을 내놓으면 30석이 아니라 60석 이상으로 치고 올라갈 거예요. 몇 년 전 안철수 당이 39석을 했는데 그때보다 지금의 민심이 더 폭발 직전이에요.
국민들이 후진적 정치에 대해 느끼는 답답함과 분노가 과거 독재정권 시대의 그 수준을 넘어섰어요. 며칠 전 고향인 대구에 다녀왔는데 그곳 70대 노인들도 '윤석열이 못 해도 너무 못한다. 너무 답답하다'고 대놓고 얘기하세요. 그런데 막판에는 '그래도 저 이재명이가 있는 민주당을 찍어줄 수는 없는 거 아니냐'고 하세요. 제대로 된 신당이 나타나 민심과 시대정신을 관통하는 이상과 대안을 제시한다면 충분히 기존 거대 정당들과 천하 삼분지계를 이룰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 신당이 성공하려면 지역 연고와 대권 주자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저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되기 전까지 여성이 대통령 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어요. 또 저는 대중 정치인이 아닌 청와대 비서 출신 참모형이 대통령까지 될 거라고도 전혀 생각 못 했고요. 압권은 윤석열 대통령이에요. 정치 경험 하나 없는 정치 초짜가 정말 대통령이 되겠냐는 생각을 개표하는 중에도 가졌거든요. 그런데 결국 되는 걸 보고 '대한민국 사회는 전례가 안 통하는 곳'이란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어요. 이런 파격의 나라 급변하는 시대에 살면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 될 거란 생각은 아주 잘못된 계산인 거죠."
- 근데 어차피 새로운 인물들이 아니고 이미 나온 인물들인데 국민이 새롭게 받아들일까요?
"저는 신당의 승패가 새로운 인물 발굴 여부에 달렸다고 봐요. 예를 들면 신당이 공동대표 체제랍시고 대충 얼굴 좀 알려진 전현직 의원들 내세우면 정말 3석으로 끝날 겁니다. 아무리 거대 양당이 싫고 새로운 형태의 정당을 갈망하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이 '각 당에서 안 된 사람들 다 모아놨네'란 생각을 갖게 되면 신당은 끝이에요.
거대 양당도 비대위를 한다고 하고 혁신위를 한다며 위기 시에는 외부 인사 혹은 그간 당내에서 입바른 소리 하다가 박해받고 소외돼 온 비주류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우잖아요. 그러니 신당은 기존 정당들보다 더해야겠죠. 기득권 세력의 정치 카르텔에 맞서다가 오랫동안 박해받고 왕따 당해온 숨은 인물을 찾아 국민께 알리는 게 신당의 가장 중요한 생존전략이에요."
- 지난달 30일 최경환 전 경제 부총리와 이준석 전 대표 등 청년 정치인들 식사한 게 화제였잖아요. 그건 어떻게 보셨어요?
"제 눈에는 딱 '현 정권에 소외된 외로운 분들의 모임' 같던데요. 총선을 앞두고 현 정권에 맞서 어떻게든 살길 한 번 찾아보려는 것으로 여겨졌어요. 최대한 국민의힘 내에서 생존을 모색하다가 끝내 여의치 않으면 당 뛰쳐나와 총선용 신당 띄울 수도 있겠죠. 이준석 전 대표는 청년 중심의 수도권 신당, 그리고 최경환 전 부총리는 TK 지역에서 과거의 친박 무소속 연대 같은 형태로 총선을 치르지 않을까 싶네요."
"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김건희 특검에 아이템 하나 더 추가"
- 최근 변경된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들어간 게 알려지면서 논란이었잖아요. 이 문제 어떻게 보세요?
"전 언젠가는 김건희 여사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거라고 여기고 있어요. 그 특검에서 다뤄야 될 내용이 또 하나 추가됐다고 보고 있고요. 이건 괴담의 문제도 정치 공세의 문제도 아니에요. 누가 생각해 봐도 한 번쯤 의혹을 가질만한 일인 거예요.
만일 10년 가까운 세월을 끌어서 만들어진 원안을 뒤집고 민주당 정권에서 새로운 도로를 내겠다는데 그 지역에 문재인 대통령 처가 소유의 땅이 축구장 5개 크기가 있다면 국민의힘은 가만히 있었겠어요? 이건 나들목(IC)과 분기점(JC)의 문제도, 또 여야 보수진보의 문제도 아니에요. 거기에 김건희 여사 친정 땅이 대규모로 있었다는 걸 사전에 알았다면 그야말로 대형 게이트고, 몰랐다면 현 정권과 국토부가 너무 무능한 거예요."
-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노선 변경은 민주당 소속의 전 양평 군수가 먼저 제안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이를 반박하고 있는데요.
"언제부터 민주당 군수 말까지 그렇게 신경 써서 잘 들었죠? 그런 자세였다면 국민의힘이 지금처럼 여소야대의 어려움을 겪진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어제오늘 언론을 통해 밝혀진 내용을 보니 민주당 소속 전 군수가 노선 변경을 요청했다는 국민의힘의 주장도 사실과는 차이가 있던데요.
민주당 지역위원장과 전 양평군수가 설치를 요구했던 나들목(IC)은 지금의 바뀐 노선(강상면 종점)에 있는 '강하IC' 아니라 원래 계획되었던 노선(양서면 종점)에서 '강하면 쪽에 IC'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이라더군요. 이런 자질구레한 내용을 다 벗어나서, 기본적으로 대통령 처가 땅이 있는 쪽으로 도로를 놓는다는 거잖아요. 그것도 10년 끌어온 기존 안을 이 정권 들어와서 뒤집고 새로 만든다는 게 말이죠. 우리 국민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도 용납도 안 되는 거거든요."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어제(6일) 이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했는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제가 봤을 때 딱 '화나고 짜증 나니 없애버린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이번 일이 생긴 원인이 대통령의 처가 땅 때문이라면 그 원인을 해결할 방안을 찾든지, 아니면 실수를 인정하고 원안대로 일을 되돌리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상식이거든요.
정치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뭐죠? 바로 갈등과 이해충돌의 현장에서 때론 욕먹고 때론 오해도 받으면서 문제의 중심으로 들어가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거잖아요. 그런데 이 정권 들어와서 일관되게 보여준 갈등 해결의 방식은 법과 규정 내세우며 힘으로 찍어 누르는 거였어요. 대화와 타협, 협상과 설득이란 건 아예 사라져 버렸죠. 그러니 국민 눈에 오만하게 보이는 거고 불통으로 여겨지는 거예요."
▲ 기념사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30일 경기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무리경기장에서 열린 '서해선 대곡-소사 복선전철' 개통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 최근 이슈 중 하나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예요. 사실 일본은 우리 정부가 반대해도 방류는 할 거예요. 그렇다고 굳이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줄 필요가 있을까 싶어요.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근본적으로 과학의 문제라고 여당이 주장하잖아요. 이건 일본과 한국 간 국익의 문제고, 또 국민감정의 문제예요. 안 그래도 우리 국민들은 과거사 문제 때문에 일본과 윤석열 정부에 대해 감정이 안 좋잖아요. 그리고 다들 오염수 방류 문제로 엄청 불안해하고 있고요. 그런데 자꾸 과학 들먹이고 국제기구의 공신력이 어떻고, 얘기하면서 일본 주장과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 국민이 열받는 거죠.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안 했으면 좋겠다' '오염수 방류로 불안하다'는 국민 여론이 80%가 훨씬 넘어요. 저같이 민주당 주장보다는 정부 입장을 더 많이 이해하고, 오염수 방류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 수산물 먹겠다는 사람도 '가급적 일본이 오염수 방류 안 하면 더 좋지'란 생각을 하거든요. 이게 바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 정서'인 거예요. 이걸 놓치고 있으니 현 정부가 저리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고요."
- 정부 여당은 왜 그럴까요?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이 뭐냐면 평생 지시받고 지시하는 데 익숙한 사람들이 나라를 이끌고 있다는 거예요. 법과 규정만 따질 줄 알았지, 대화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한발 물러나 타협하고 양보하는 걸 전혀 훈련받지 못했잖아요. 그런 대통령 밑에서 영향을 받으며 국정을 운영하고 있고요.
대통령이 '이게 국익에 도움이 돼. 이게 옳아. 이게 선이고, 저건 악이야'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지시를 내리면 아무도 직언과 반대를 못 해요. 이게 국익에 더 도움 되고 이게 더 과학적인데 감히 반대해? 그럼 곧바로 '반국가 세력'이 되고 '카르텔'로 낙인 찍혀요. 민주주의 체제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더 강한 건 다름과 반대를 통해 다양성과 창의성이 나오기 때문인데도 말이죠."
- 최근 윤석열 대통령 말이 거칠어졌어요.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반국가세력이라고 했죠.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시켜야 하는데 오히려 분열시킨다는 지적도 있어요.
"우리 사회도 다양한 생각과 이익이 끊임없이 충돌하는 거대 공동체예요. 그런 내적 갈등과 이해충돌을 잘 조정하고 해결하여 공동체의 안정을 유지시키라고 세운 프로페셔널이 바로 정치인들이고요. 100가지 중의 99개가 달라도 단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 공동체를 안정시키고 유지시켜 가는 게 바로 직업 정치인들의 역할이자 사명인 거죠. 그중 가장 큰 사명과 역할을 맡은 사람이 바로 대통령이고요.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자기가 당선되는 데 큰 도움을 준 당내 사람들마저 맘에 안 든다고 내쳤어요. 그러니 국정 운영의 결과와 국민 반응 역시 정반대로 나오는 거고요."
- 왜 이렇게 할까요?
"사람은 한 번에 잘 안 변한다고 하잖아요. 지난 대선 때 제가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데려와서 검찰총장 시키는 것보다, 평생 검사만 해본 사람을 대통령 시키는 게 공동체에 끼치는 폐해가 더 클 것'이라고 예상했었잖아요. 평생을 검사만 해본 사람한테 갑자기 성철 스님 같은 마음을 가지고 김수환 추기경 같은 언행을 하라고 하면 그게 되겠냐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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