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날리는 오싹한 공포 영화...싫어하는데 억지로 보면 건강에 ‘독’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7. 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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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편도체 자극 민감도 사람마다 달라
싫어하는 자극에 노출되면 ‘스트레스’

더운 여름철, 오싹한 공포 영화로 피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있다. 어두운 극장 안, 갑자기 나타나는 무서운 장면을 떠올리면 상상만으로도 체온이 내려가는 듯하다. 대체 왜 공포 영화를 보면 시원하고 오싹한 느낌을 받는 것인지 또 실제 더위를 피하는데 효과가 있는 것인지, 김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도움말을 통해 알아본다.

공포 영화를 잘 보는 사람은 놀람과 무서움에 대한 편도체 반응이 크지 않다. 반대로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의 편도체는 조그만 자극에도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한다. 사진은 공포 영화 ‘랑종’의 한 장면. (매경DB)
공포 반응은 원시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전해 내려온 ‘비상경보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갑자기 호랑이를 만났다고 상상해보자. 이때 우리 뇌는 비상경보 시스템을 작동시켜 호랑이와 싸울 것인지 아니면 도망갈 것인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이른바 ‘소위 투쟁-도피 반응(fight or flight response)’이다.

결정의 순간, 우리 뇌 곳곳은 아주 바빠진다. 뇌 깊숙이 위치한 ‘편도체’는 지금 공포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판단하고 ‘대뇌 피질’과 함께 위험도에 따라 적절한 대처법을 찾기 시작한다. 여기 발맞춰 ‘시상하부’는 자율신경계에 명령을 내려 몸을 전투 체제로 전환한다.

그 결과 자율신경계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면 온몸에 변화가 나타난다. 동공은 커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지면서 호흡이 가빠진다. 온몸에 털이 곤두서고 팔다리에 근육이 솟으면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된다. 이런 반응은 사실 근육에 모든 힘과 혈액을 집중시켜 맞서 싸우거나 빨리 도망가기 위한 몸의 기전이다. 땀은 심한 운동에 대비해 열을 식히기 위한 목적으로 분비되는 것이다.

공포 영화를 볼 때도 비슷한 과정이 진행된다. 뇌는 위급 상황이라며 전투 명령을 내렸지만, 사실 몸은 심한 운동을 할 필요가 없다. 실제가 아니라 영상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몸에서는 근육 운동과 열 발생 없이 땀만 많이 나고 온몸의 감각이 예민해지게 된다. 이때 땀이 식으면서 오싹함과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누구는 공포 영화를 좋아하고 누구는 싫어하는 이유도 ‘뇌’의 반응 때문이다. 편도체 예민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김원 교수는 “공포 영화를 잘 보는 사람은 놀람과 무서움에 대한 편도체 반응이 크지 않다. 이들은 무딘 편도체를 자극하기 위해 더 무섭고 강렬한 것을 원한다”며 “반대로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의 편도체는 조그만 자극에도 매우 민감하다. 예민한 편도체는 평소에도 잘 놀라고 피곤한 상태기 때문에 더 이상 자극을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편도체가 무딘 사람은 적절한 각성과 자극을 주는 공포 영화가 신체나 정신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대로, 편도체가 예민한 사람에게 억지로 공포 영화를 보게 한다면 건강에 좋을 리 없다. 김원 교수는 “싫어하는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스트레스 호르몬 작용이 길어지면서 우리 몸과 마음은 오랫동안 스트레스를 받은 것과 비슷한 상태가 된다.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여러 스트레스 질환과 우울증, 또 불안증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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