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봐 주세요" 이강인 PSG 입단 소식에 소환된 故유상철

박린 2023. 7. 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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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슛돌이 시절 고 유상철 감독 등에 업힌 이강인. 사진 KBS 캡처


프랑스 파리생제르맹에 입단한 이강인(22)이 뛰게 될 새 홈 경기장 파르크 데 프랭스. ‘날아라 슛돌이’ 시절 스승인 고(故) 유상철 감독이 월드컵 골을 넣었던 경기장이다.

파리생제르맹은 9일(한국시간) 이강인과 2028년까지 5년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뛰던 이강인은 2023~24시즌부터 프랑스 무대를 누빈다.

파리생제르맹에 입단한 이강인. 사진 파리생제르맹 홈페이지


파리생제르맹의 홈구장 파르크 데 프랑스는 ‘프랑스 축구 성지’라 불린다. 한국축구대표팀 유상철이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 벨기에전에서 골을 터트린 경기장이기도 하다. 당시 0-1로 뒤진 후반에 하석주의 프리킥을 유상철이 오른발 슬라이딩슛으로 연결해 동점골을 뽑아냈다. 앞서 네덜란드전 0-5 대패를 당해 차범근 감독이 경질 당한 상황에서 승점 1점을 안긴 투혼의 득점이었다. 당시 유상철이 두 팔을 벌리고 환하게 웃던 장소다.

어릴적 이강인을 지도했던 유상철. 사진 이강인 SNS


6살이던 2007년 예능 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했던 이강인의 첫 스승이 유 전 감독이었다. 유 전 감독은 2019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강인은 어려서부터 성인 축구선수를 축소해 놓은 것 같았다. 여섯 살은 웬만해선 아크 부근에서 크로스바까지 공을 날리기 쉽지 않은데, 강인이는 크로스바 맞히기 내기에서 두 번 다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강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TV 촬영이 어려워지자, 유 전 감독은 2008년 서울 잠실의 축구교실 ‘유비사커’에서 이강인을 계속 가르쳤다.

이강인이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로 떠난 뒤에도 명절이면 꼬박꼬박 안부 문자를 보내며 인연을 이어갔다. 2021년 1월 유튜브 ‘유비컨티뉴’에 출연한 유 전 감독은 “건강하게 일주일을 보낼 수 있다면 강인이 경기를 현장에서 보고 싶다”고 말하자, 이강인은 “다시 제 감독님 해주셔야죠”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안타깝게도 유 전 감독은 2021년 6월 췌장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당시 이강인은 소셜미디어에 어릴 적 유 감독과 공을 차는 사진을 올리며 “감독님은 제게 처음으로 축구의 재미를 알려주신 감사한 분이셨습니다.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제가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게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적은 바 있다.

파리생제르맹에 입단한 이강인. 사진 파리생제르맹 홈페이지


유상철 감독이 하늘나라로 떠났지만 이강인과 인연은 계속 연결된다. 이강인은 스승이 월드컵 득점을 올린 경기장을 누비게 됐다. 꼬마에서 청년으로 훌쩍 큰 이강인은 이날 파리생제르맹 후원사인 명품 디올 수트를 입고 입단 사진을 찍었다. 이적료는 310억원, 연봉은 약 57억원으로 기존보다 10배 뛰었다. 이강인은 파리생제르맹의 월드클래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 네이마르 등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국내팬들은 “유상철 감독님이 살아 계셨다면 정말 기뻐하셨을 것”, “하늘에서 슛돌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이강인의 인생은 마치 축구만화를 한 편 보는 듯 하다. 성장 과정을 일거수일투족 생중계로 지켜보는 영화 ‘트루먼 쇼’ 실사판 같기도 하다.

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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