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영상... 이주노동자 집단폭행 10대들, 사건의 전말

변상철 2023. 7. 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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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서 신고 협박하며 금품 요구... CCTV 확인해보니, 폭행 말리는 사람 없어

[변상철 기자]

 사건이 발생한 장소 옆에는 범죄없는 마을이라는 돌비석이 크게 세워져 있다.
ⓒ 변상철
 
"포천에 가야하는데... 같이 가실래요?"

지난 7일, 기자와 점심식사로 순댓국밥을 먹던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가 식사 중에 이런 말을 했다. 무슨 일로 포천에 가야하느냐고 묻자, 1일 오전 7시에서 8시 사이 포천에서 일하던 베트남 국적 미등록 외국인이 그 지역의 10대들로부터 '신고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금품을 요구당했고, 이를 거부하자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것이다. 외국인은 현재 양주 출입국사무소에 구금된 채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현재 포천경찰서에 폭행한 가해 청소년을 조사하고 있는데, 당시 현장에서의 폭행 장면을 확인해 봐야겠다고 했다.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당시 폭행당한 장소가 포천시 내촌면의 도로였는데 근처에 카센터가 있다고 했다. 혹시 그곳에 CCTV가 있다면 폭행 장면이 남겨져 있지 않겠느냐는 게 최 변호사의 말이었다. 

이미 경찰에서 조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특별히 더 조사할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피해 외국인 노동자의 상처가 단순 폭행이라고 보기엔 생각보다 깊다고 했다. 사건 발생 직후 응급중환자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피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단순 폭행을 넘어서는 심각한 폭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가시죠."

국밥을 먹다말고 우리는 각자 오후 일정을 조정한 뒤 근처에 있는 공유차량을 빌려 포천으로 출발했다. 포천으로 가는 동안 최 변호사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했다. 특히나 늘어나는 외국인노동자 추세에 맞춰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역시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국내 미등록 외국인은 41만 7852명으로 집계되었다. 전체 체류 외국인 수가 235만 명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5명 중 1명이 불법 체류하고 있는 셈이다. 대부분 합법적 취업비자를 통해 입국하지만, 현장에 노동자가 늘 부족하다보니, 비자 기간을 넘겨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포천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정말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요. 오히려 농촌에는 일손이 부족하니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를 잡아가지 말라는 현수막이 내걸릴 정도에요. 그런데 법무부는 미등록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체류 노동자라는 혐오 표현을 써가며 무작정 미등록 외국인을 잡아가려만 하는 거예요. 그렇게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펼치다 보니 농촌 지역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적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10대 청소년들이 미등록 외국인을 상대로 협박, 폭행을 저지른 이번 사건만 봐도 우리 사회가 외국인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다만 사건경위와 관련해 궁금한 것이 있었다. '어떻게 10대들은 피해자들이 미등록 외국인이라는 점을 알았을까?', '어떻게 아침 7시경에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외국인 노동자를 정확히 목표로 삼을 수 있었을까'였다.

"아마도 농촌지역이다 보니 여러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는 듯해요. 특히 미등록 외국인들이 대중교통이 불편한 농촌에서 이동수단으로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이 미등록 오토바이에요. 그렇다보니 이런 범죄의 타깃이 되는 것이죠."

도로 한복판에서 긴 시간 이어진 집단폭행
 
 CCTV 영상을 확인해 본 결과 오전 7시 21분경 사건이 시작되었다.
ⓒ 변상철
우리는 도로변에 '범죄 없는 마을'이라는 돌비석이 크게 세워져 있는 사건 현장에 도착했다. 현장은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였으나 공장이 많은 지역이라 차량의 통행이 굉장히 많은 곳이었다. 현장에서 가까운 카센터에 들어가 명함을 건넨 뒤 폭행사건과 관련해 여쭤보려고 한다고 하자, 직원은 '경찰이 오전에 CCTV 영상을 가져갔다'면서 경찰서에 가보라고 했다. 이후 직원은 사건관련 영상이 있다고 했고, 영상을 좀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직원이 핸드폰으로 보여준 당시 영상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오전 7시 21분경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피해자를 오토바이 2대를 나눠 타고 쫓아온 10대들이 길을 막아서면서 사건이 시작되었다. 잠시 실랑이를 벌이는 듯하더니 폭행이 시작되었고, 폭행은 경찰이 도착한 오전 8시 15분경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충격적인 건 강도 높은 폭행이 긴 시간 이어졌다는 점과 폭행 장소가 공장지역의 출근 시간이었음에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다. 

도로 한복판에서 긴 시간 폭행이 이어졌고, 폭행으로 피해자가 도로 한 가운데 쓰러져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오가는 차량은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엉켜있는 도로에 멈췄다가 출발하기를 반복했다. 중간 중간 버스나 대형 트럭들이 멈춰서는 장면에서는 정말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그러나 폭행이 진행되던 한 시간여 동안 차량에서 내려 10대들을 말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결국 누군가의 신고로 인해 포천경찰서 경찰차량이 도착하고 나서야 믿을 수 없는 끔찍한 상황이 종료되었다.

최 변호사와 다시 찾은 현장에는 당시 외국인 노동자가 타고 있던 오토바이와 10대 청소년이 타고 있던 오토바이가 함께 세워져 있었다. 그 중 한 대의 오토바이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검은색, 흰색의 우비가 비닐에 담겨 있었다. 영상을 보고도 차마 믿을 수 없다는 최 변호사는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긴 시간 여러 명의 폭행이 반복적으로 이뤄진 것은 절대 단순폭행이라 볼 수 없습니다.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라는 이유로 (피해자를) 신고협박하며 금품을 갈취하려 하고, 이를 거부하자 출근 차량들이 지나다니는 도로에서 거의 한 시간에 걸쳐 집단 폭행을 했습니다. 심지어 쓰러진 피해자를 위험한 도로에 놔둔 채 반복적으로 폭행을 지속했는데, 어느 누가 단순폭행으로 보겠습니까? 이건 살인행위라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잔인하고 중대한 범죄입니다. 노예를 사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만약 프랑스나 미국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파리 시내나 뉴욕 시내는 시민들의 엄청난 반발로 연일 격한 시위에 맞닥뜨릴 겁니다. 이번 일은 외국인 노동자를 바라보는 대한민국의 시각과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최 변호사는 피해상태에 따라 특수상해 혐의 또는 공동강도상해 혐의 적용이 충분히 가능하다도 보았다. 특히 현재 양주 출입국사무소에서 구금되어 치료받고 있는 피해자에 대해서는 "보호 일시해제를 신청한 뒤 중대범죄 피해자 지위로 G-1-11 비자발급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 비자는 심각한 범죄피해 등을 이유로 재판이나 수사, 민·형사상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인 외국인에게 부여되는 비자로 1년간 체류할 수 있다.
 
 현장에 남겨진 사건 피해자와 가해자가 타고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오토바이. 이 중 한 대의 오토바이에는 외국인 노동자의 것으로 보이는 비옷이 걸려 있었다.
ⓒ 변상철
 
지난 6일 포천경찰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폭행) 혐의로 10대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와 범행동기 등을 밝혀 한 치의 억울함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확인된 외국인 노동자를 향한 차별은 정부대책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지난 2021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불법 외국인'이 혐오와 차별의 표현이니 '미등록 외국인'으로 바꿀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기관에서 '불법 외국인 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쉽게 접할 수 있고, 이는 외국인 노동자를 차별적 시선으로 바라보게 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사회의 혐오와 갈등의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혐오와 갈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데도 근본적 해결책 없이 그저 덮기에만 급급하다면,  이번 사건이 발생한 도로변에서 본 '범죄 없는 마을'은 실제 범죄가 없는 마을이 아닌, 존재하는 범죄와 갈등을 눈감고, 묵인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범죄가 있어서는 안 되는 마을'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울린 경종의 메시지를 소홀히 다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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