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광주비엔날레 폐막…고품격 전시와 관객 친화
총 관람객은 50만여명으로 집계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를 주제로 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가 94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비엔날레 기간동안 50만여명이 광주 도심 곳곳의 전시공간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는 9일 오후 6시 30분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야외광장에서 강기정 광주광역시장과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후원사, 도슨트, 운영요원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폐막식을 개최한다.
앞서 오전 11시에는 재단 3층 회의실에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홍보 파수꾼 역할을 한 ‘광주비엔날레 서포터즈’ 해단식이 열렸다.
코로나19의 여파를 뚫고 4월 6일 개막식을 연 올해 비엔날레는 기대 이상으로 많은 50여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성과를 일궜다.
가족 단위 관람객, 친구들과 함께 문화예술을 즐기는 추세가 두드러진데 비해 학생 단체 관람객은 줄어들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 관람객 만족도 조사’에서 관람 동반 유형 결과를 보면 친구와 동반한 관람객이 48.2%, 가족 동반이 32.2%였으며, 단체는 6.3%로 집계됐다.
학생 단체 관람은 현저히 줄었지만 전국 각지 문화예술 관련 전공 대학생들의 관람은 지속돼 최첨단 문화‧예술 교육 현장이자 필수코스로서 명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홍익대, 중앙대, 계원예술대, 안양예술고, 인천예술고, 세종예술고, 광주예술고 등 전국 미술 관련 전공자 및 학생들은 물론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진심 미술 애호가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가 5월 17일 다녀갔으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10여 명의 시‧도교육감, 광주경찰청, 광주고등검찰청, 광주지방국세청, 광주지방변호사회 등이 방문했다.
‘댄스가수 유랑단’ 출연진인 가수 김완선, 엄정화, 화사, 개그우먼 홍현희 씨와 김영하 소설가,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등 대중적 스타와 인플루언서 등도 앞다퉈 다녀갔다.
관람객 만족도 조사 결과도 긍정적이다. 종합 관람 만족도가 75.9%로 2012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의 만족도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제12회 행사에서의 종합 관람만족도 70.4% 보다 5.5% 포인트 상승했다.
이숙경 예술감독이 기획한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는 31개국 43도시, 79작가의 340여점 작품이 절제된 미학 속에서 조화를 이뤘다는 평가다.
발전속도가 눈부신 사회 현상 속에서 앞서 살다간 이들의 전통, 치유법, 집단 창작, 공예 등 삶의 지혜를 살펴보고 미술축제가 됐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성찰하고 치유 받고 공존하는 삶에 대한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과 대안을 담보하는 전시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갔다.
관람객들은 가장 인상 깊은 작품으로 꼽힌 엄정순 작가의 ‘코 없는 코끼리’ 설치 작품 앞에서 대형 조형물을 만져보고, 멜라니 보나조(melanie bonajo) ‘터치미텔’ 작품에 앉아 여유롭게 전시를 즐겼다.
5·18로 상징되는 광주정신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기보다는 은유한 보편적 확장과 공감대를 시도했다.
팡록 술랍(Pangrok Sulap)의 5·18민주화운동과 연관된 집단적 저항과 연대, 애도의 순간들을 포착한 ‘광주 꽃 피우다’ 목판 작업과 알리자 니센바움(Aliza Nisenbaum)의 광주지역 놀이패 ‘신명’과 협업한 회화 작품 등은 날선 메시지 보다는 겸허하고 깊은 울림을 남겼다.
올해는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이외에도 국립광주박물관, 무각사, 예술공간 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이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면서 공간의 역사성과 장소성과 상응하는 풍성한 전시체계를 구축했다.
해외 유수 문화예술 기관이 참여하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과 광주 전역 곳곳이 시각 문화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은 캐나다, 중국,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스위스, 우크라이나 총 9개국이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로 미술의 도시 광주를 역동하는 동시대 미술 현장으로 엮어냈다.
국가별 파빌리온은 동시대 화두인 기후 문제와 자국 전통, 소수민족 문화 등을 아우르면서 본전시와 상호작용을 통해 도시 전체를 미술 전시장으로 꾸미는 데 크게 기여했다.
파빌리온이 밀집된 양림동은 새로운 문화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캐나다 파빌리온의 이강하미술관, 프랑스 파빌리온의 양림미술관, 폴란드 파빌리온의 갤러리 포도나무, 스위스 파빌리온의 이이남 스튜디오 등 양림동 일대는 도보로 전시관 곳곳을 찾는 관람객으로 붐볐다.
1박 2일 코스로 비엔날레를 감상하는 이들도 여느 해 보다 많았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2일권을 개발하고 도시 브랜드 제고 및 관광과 연계한 효과를 창출하는 데 주력했다. 광주비엔날레 셔틀버스는 예술여행의 편의를 제공했다.
시민 참여프로그램과 학생 대상 교육프로그램도 매주 운영돼 풍성함을 더했다. 관객 참여 프로그램에는 5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한국 1세대 실험예술작가 김구림, 이건용, 이승택의 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됐고 사전 신청을 통해 타렉 아투이(Tarek Atoui) 작품과 연계한 ‘소리와 진동 워크숍’도 행사 기간 총 25회 선보였다.
국내외 호평 속에 세계 5대 비엔날레 위상을 확인한 올해 비엔날레는 더 가디언, 엘 문도, 신화통신, 아트리뷰, 프리즈, 아트아시아퍼시픽, 아트뉴스, 아트넷, 오큘라 등 다수의 해외 유력 매체에 잇따라 보도됐다.
이들 언론에서는 현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주제를 부드럽고 편안하게 전달되도록 기획한 테이트모던 현직 감독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전시라고 호평했다.
비엔날레 기획자와 참여 작가의 잇단 희소식도 끊이지 않았다.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이 맨체스터 대학의 휘트워스 미술관장으로 선임됐고 일본 참여작가 모리 유코(Yuko Mohri)는 내년에 열리는 제60회 베니스비엔날레 일본관 작가로 선정됐다.
5전시실 ‘행성의 시간들’에 ‘해바라기 공성 전차’ 영상작업을 선보인 참여작가 스카이 호핀카(Sky Hopinka)는 아트바젤이 매년 2명 현대미술가에게 수여하는 발루아즈 예술상을 지난달 13일 수상했다.
많은 외국 대사들도 전시를 관람했다. 주한 중국 대사, 주한 프랑스 대사, 주한 이탈리아 대사, 주한 스위스 대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 주한 이스라엘 대사, 주한 콩고민주공화국 대사 등이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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