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살찌우는 이곳... 안 가봤다면 아쉬울 뻔했습니다
[배은설 기자]
생각해 보면 평생 살면서 한 번도 가보지 못하는 곳도 있지 않을까 싶다.
뜬금없이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면 수많은 지역들이 있는데, 그중에는 여행으로든 그 외의 일로든 여러 번 가게 되는 곳이 있는가 하면, 거리상의 이유이거나 그 지역을 잘 알지 못해서 한 번도 발길이 닿지 않는 곳도 의외로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문득 했다.
미지의 세계, 장흥
사실 장흥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어디쯤에 있는지,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전혀 모르는 곳.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
'남도 장흥에서 한 달 여행하기'에 선정되어, 지난 6월 17일부터 7월 7일까지 장흥이라는 미지의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장흥'이란 지명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을 위해 일단 위치부터 쉽게 말씀드리자면, 녹차밭으로 유명한 전라남도 보성 바로 옆에 위치한 작은 지역이다.
▲ 장흥 읍내를 가로지르는 탐진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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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 어느 마을에서 바라본 초록빛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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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만약 이곳으로 올 일이 있다면 잔뜩 쌓인 일거리나 머리 아픈 고민 같은 건 잠시 내려두고 오시길. 천천히 흐르는 시간 속에서 지내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을 때, 머리 아픈 상황은 조금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또는 그런 상황을 대하는 내 마음가짐이 조금 바뀌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몸도 마음도 살찌우는 한 끼
해서, 장흥에 갔을 때 뭐부터 보러 가면 좋으냐고 혹 물으신다면, 정남진 전망대, 소등섬, 천관산 등등 갈 곳은 많다. 하지만 일단은 잠시 내려두시길 조심스레 권해본다.
뭔가를 보러 가는 것보다 먹는 걸 먼저 하는 건 어떨까 싶다.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 먹는 음식 대신 몸도 마음도 살찌우는, 한 끼 한 끼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은 음식으로 유명한 전라도이지 않은가.
장흥은 작은 지역이지만 갖가지 먹거리로 풍성하다. 바다, 강, 산, 들 등 모든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해산물, 농산물, 축산물 등이 풍부한 이곳에서 탄생한 음식은 '삼합'이다. 삼합 하면 자연스레 떠올리는 홍어란 공식이 이곳에선 통하지 않는다.
▲ 장흥삼합 중 하나, 표고버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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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삼합 중 하나, 키조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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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된장 물회, 키조개 요리, 하모 샤부샤부, 바지락회 무침 등 이곳의 별미는 장흥삼합뿐만 아니다. 그러니 미식여행은 이곳에서 첫 번째로 해봐야 할 여행코스이다.
여유가 있다면 이곳에서 난 제철 재료들로 직접 요리를 해 먹어 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에 가면 싱싱하고 부드러운 표고버섯을 비롯해 이곳에서 자란 각종 채소나 과일, 키조개, 김 등 저렴하면서도 신선한 먹거리들이 가득하다. 장 구경을 하면서 하나, 둘 사온 재료들을 숙소로 가지고 온다.
거창한 요리도 필요 없다.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신선한 재료란 요건을 이미 갖췄으니, 깨끗하게 씻어 소금만 톡톡 뿌려 요리해도 맛있을 것이다. 그렇게 만든 요리를 꼭꼭 씹어 천천히 맛보면 어떨까. 시간에 쫓겨 대충 때우는 음식과는 당연히 맛이 다를 것이다. 아마 그렇게 만든 음식들을 몇 끼 먹다 보면 살이 조금 오를지도 모른다. 몸도 그럴 수 있지만 마음이 더더욱 말이다.
요즘 MZ세대들에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자신의 마음을 챙기는 것이라고 한다. 슬기로운 자세라 생각하며 적극 지지하는 바이다. 하나뿐인 삶이지 않나. 정신없이 바쁜 삶이기 보단, 챙길 건 챙기는 삶이어야 되지 않나 싶다.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숲에서의 산책
마음을 더욱 살찌우려면 산책을 하는 것도 좋겠다. 녹색 풍경이나 식물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는 일명 '풀멍'이 새로운 힐링법이라던가. 전체가 하나의 드넓은 숲 같은 장흥은 어디에서든 풀멍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지금은 여름이라 어딜 가든 초록빛 녹음과 마주할 수 있다. 차를 달리다 보면 보게 되는, 길가의 그냥 흔한 가로수들만 해도 그 크기와 짙푸름이 남다르다.
▲ 피톤치드 가득한 편백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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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백숲 가운데 아름다운 수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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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하게 물안개가 내려앉은 고요한 바다
▲ 수문해수욕장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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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인적으로 무엇보다도 좋았던 곳은 선학동 마을에 있는 어느 한적한 바다를 한참이나 바라보고 있었을 때다. 선학동 마을은 장흥이 고향인 고(故) 이청준 작가의 작품인 '선학동 나그네'의 작품 배경이 된 마을이다.
▲ 비 오는 날의 선학동 마을, 어느 바닷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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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안개 내려앉은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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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소설을 읽으며 존경했던 이청준 작가가 살던 곳에 왔단 생각에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다. 이따금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가는 소리만 들릴 뿐, 잔잔한 바다는 다른 세상인 듯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이처럼 장흥은 조용하고 한적하고 평화롭다. 산도 숲도 바다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뿐이다. 그런 풍경 속에서 가만히 힐링하기 좋은 곳이다.
한여름을 즐길 수 있는, 정남진 장흥 물축제
단, 그런 장흥이지만 180도 모습을 바꾸는 때가 일 년 중 딱 한 번 있다. 다가오는 정남진 장흥 물축제가 바로 그것. 오는 7월 29일 토요일부터 8월 6일 일요일까지 열리는 정남진 장흥 물축제는 여름 대표 축제 중 하나로 이때만큼은 장흥이 그야말로 흥으로 들썩인다.
아이들만 물장난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곧 남녀노소, 내국인 외국인을 불문하고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한바탕 즐거운 판이 마련될 테니, 장흥의 색다른 매력을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맘껏 즐겨보시길.
힐링 여행을 하기에도, 한여름을 즐기기에도 좋은 곳이다. 아직 이번 여름휴가 장소를 정하지 못한 분들이라면, 이곳을 떠올리셔도 좋겠다. 더욱이 '장흥'이란 곳을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분들에게 숨은 매력이 많은 이곳을 추천 드린다.
평생 살면서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하는 곳으로 남기기엔, 장흥은 더없이 아까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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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위 글은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tick11)에도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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