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33% '직장내 괴롭힘' 경험…신고해도 60% 인정안돼

직장 규모 작고 임금수준 낮을수록 심각해
대부분 피해자들 '참거나 모른 척 했다'
"사각지대 없애고 관리감독·처벌 강화해야"

#회사 상사가 업무 외 시간에 전화를 10번 연속으로 걸어 받지 않았더니 다음날 왜 안받았냐며 질타를 했습니다. 이전에 상사가 다른 사람과 술을 마시고 전화해 무작정 재워달라고 하고, 갑자기 10만원을 주고는 당연한듯 자고 가는 등 그래서 전화를 피했던 건데 왜 안 받냐고 따지면서 그날부터 무시합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괴롭힘으로 신고를 해야할까요?(2023년 7월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사례)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직장내 괴롭힘을 경험한 적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내 괴롭힘 경험자들은 대부분은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참거나 모른척 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신고한 경우도 60% 이상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

9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동안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해본적이 있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33.3%가 그렇다고 답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9~15일 일주일간 진행됐다.

직장내 괴롭힘 경험이 있는 333명의 응답자에게 괴롭힘 수준을 물어본 결과 48%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직장 규모가 작고 고용이 불안정하고 임금 수준이 낮을수록 더 심각한 괴롭힘을 경험하고 있었다. 임금이 500만원 이상인 응답자는 32%만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반면 월 150만원 미만인 응답자는 60%가 똑같은 답을 했다. '심각하다'를 응답한 비율은 비정규직(52.8%)이 정규직(44.6%)보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56.5%)이 30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41.9%)보다 높았다.

직장내 괴롭힘 경험자 10명 중 1명(9.3%)은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15.2%로 가장 높았으며, 고용형태로는 비정규직(10.9%)이 정규직(8.2%)보다, 비사무직(10.3%)이 사무직(8.4%)보다 높았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 했다(65.5%). 그 다음은 회사를 그만뒀다(27.9%), 개인 또는 동료들과 항의했다(23.7%) 순이었다. 이 세 응답을 선택한 응답자 315명 중 69.5%는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다음 비중이 높은 미신고 사유는 22.2%는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였다.

실제로 용기를 내서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경우(28명)도 절반 이상(60.7%)이 괴롭힘을 인정받지 못했다. 신고 이후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 피해자 보호 등 회사의 조사·조치 의무가 지켜졌는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64.3%였다. 4명 중 1명 이상(28.6%)은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4주년이 됐지만 직장내 괴롭힘은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고 특히 비정규직, 작은 사업장 등 일터 약자들은 더 고통받고 있다"며 "반쪽짜리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5인 미만 사업장, 원청 등 직장내 괴롭힘 사각지대를 없애고 관리감독과 처벌 강화,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