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해 망치들고 소주병 던진 아들 ‘무죄’…노모가 감쌌다

모친 “협박이나 폭행 아니다” 취지로 진술
법원, 고의성 없는 행동 판단해 무죄 선고

술을 마신 뒤 망치를 들거나 소주병을 던지며 노모에게 행패를 부린 60대 남성이 무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남성을 감싼 80대 노모의 모정에 더 무게를 뒀다.

9일 인천지법 형사15부(류호중 부장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존속협박과 상습존속폭행 혐의로 기소된 A(63)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 7일 오후 9시경 술에 취해 집에서 소란을 부렸다. 모친 B(83)씨가 “빨리 자라”고 말하자 A씨는 거실 서랍 속의 망치를 꺼내 들고 “죽어버리겠다”고 고함을 질렀다.

같은 해 10월에는 오전 9시에 술을 마시고, “아침부터 또 술이냐”는 B씨의 말에 소주병 3∼4개를 현관 밖으로 집어던졌다.

검찰은 욕설하며 행패를 부린 행위는 협박으로, 소주병을 던진 행위는 폭행으로 판단, A씨를 재판에 넘겼다. A씨는 과거에도 폭행 등 혐의로 기소돼 여러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은 전과도 있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나 A씨는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과거에 다른 사람에게 폭행을 당한 적이 있는데 술을 마셨더니 그 사건이 생각났다”며 “망치를 든 것은 화풀이하려는 행동이었고 어머니를 협박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소주병도 어머니를 향해 던진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로 법정에 출석한 B씨도 아들을 감쌌다. B씨는 “당시 아들의 행동이 위협적이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앞서 수사기관의 조사에서도 B씨는 “아들이 원래 그런다”며 “그래서 ‘술 먹고 또 저러는구나’ 생각해서 울화가 치미는 것을 꾹꾹 참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재판부는 “B씨가 피고인의 행동으로 겁을 먹은 게 아니라 오히려 화가 났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피고인은 B씨를 향해 망치를 휘두르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의 행동에 협박이나 폭행의 의도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한 욕설은 일시적인 분노 표시에 불과했고, 망치를 든 부분도 어머니를 협박할 고의가 없는 행동이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는 혐의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부연했다.

또 소주병을 던진 것과 관련해서도 “B씨는 ‘아들이 소주병을 현관문 밖으로 던졌을 뿐 나에게 던지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며 “B씨와 거리가 먼 현관문 밖으로 소주병을 던진 행위를 폭행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