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매물 가뭄기, 좋은 기업 고르려면··· [베인앤드컴퍼니: 글로벌 PE 트렌드]

명순영 매경이코노미 기자(msy@mk.co.kr) 2023. 7. 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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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구조 변화, 지정학적 위기 고려
공급망 재편기 수혜 기업 주목해야
유기적 성장 스토리 만드는 것도 중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지난해 자산 시장은 고통스러운 급락장을 겪었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이라는 두 가지 위협을 동시에 직면하면서다. 이는 최근 몇 년간 투자자들에게 많은 수익을 안겨준 ‘멀티플 확대(Multiple Expansion)’ 전략이 통용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또한 매출 성장과 이익률 개선을 통한 본질적인 밸류 향상이 더 중요해지도록 투자 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런 매크로 환경에서는 어떤 투자 전략이 필요할까.

유망 투자처를 찾는 핵심 키워드는 인구 구조 변화와 지정학적 위기다. 인구 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인건비 상승 기조가 이어질 것이며, 기업의 자동화를 돕는 비즈니스 모델은 향후 더 큰 주목을 받을 것이다. 또한 지정학적 긴장 상태 지속, 기후변화 위기 등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의 중요도는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향후 공급망 보안과 공급망 재편 관련 기업도 유망 투자처가 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매크로 환경에서는 ‘재무제표 리스크(balance sheet risk)’도 유심히 살펴야 한다. 저금리 때 높은 레버리지를 일으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기업의 성장 궤도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향후 2년간은 레버리지가 높은 사업에 대해 특히 신중한 투자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은 유기적(organic) 성장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매크로 환경에서 오는 자연적 성장이 적은 저성장 시대가 될수록 경쟁사로부터 시장점유율을 빼앗고, 인접 사업 영역으로의 시장 확장을 통해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의 중요성은 더 높아진다. 명확한 시장 정의, 영업 조직 최적화, 프로세스 혁신과 같은 기본기 개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유기적 성장 스토리에 대해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북미의 한 건축 자재 유통업체 사례를 소개해 본다. 이 회사는 저금리 환경에서 자금력을 활용한 공격적인 현지 유통 업체 인수로, 통합 구매와 규모의 경제 실현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며 성장했다. 하지만 M&A 기회가 줄어들자 전략을 바꿔야만 했다. 시장 분석 끝에 내린 결론은 기존 고객 대상으로 지출 점유율(share of wallet)을 높이는 것이었다.

북미 건자재 시장에서는 건설사 등 주요 고객들이 거래처를 길들이기 위해 장기 계약 없이 작업 단위로 3~4개 업체를 번갈아 거래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선호하는 주거래 업체에 구매 물량의 상당 부분을 몰아준다. 이런 환경에서 매출을 높이려면 대형 고객이 주거래 업체가 되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회사는 먼저 잠재력이 가장 높은 고객들을 추려냈다. 과거에 지출한 비용뿐 아니라 미래에 발생할 예상 지출까지 전체적으로 고려해서 타깃을 정했다. 그리고 그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불만들을 해결해나가기 시작했다. 기존의 시스템에서는 영업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주문이 정시에 완료되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또한 분쟁 해결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고객의 큰 불만 요소였다.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업 관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재정비했다. 고객 담당자 배정 시 백업 인력을 함께 지정하고, 관리를 강화하여 고객의 주문을 놓치는 일이 없게 했다. 고객의 간단한 불만 사항은 그 자리에서 해결되도록 현장에 해결사를 배치했으며, 심각한 문제는 현장 담당자가 선조치 이후 추후에 잘못을 판단하는 새로운 분쟁 해결법을 고안했다.

이렇게 파일럿 시장에서 시작한 영업 관리 시스템 재정비를 통해 해당 시장 내 매출이 3개월 만에 30% 이상 증가했으며, 시장점유율 또한 크게 개선됐다. 회사는 현재 개선된 방식을 북미 전역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밸류에이션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매크로 환경에서는 매우 특출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이상, 많은 기업들이 시장 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로 지속적인 성장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사모펀드 입장에서 이른바 맥스 레버리지(max leverage)를 통한 멀티플 확대의 난이도는 더 증가할 것이다. 영업 레버리지(operating leverage) 개선과 이익 확대을 통한 유기적 성장의 성공 여부가 투자 실적 결정에 점점 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강성민 베인앤드컴퍼니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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