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 재무장관 “디커플링 미·중 모두 재앙…中 강압적 조치는 우려”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9일 “세계 최대 두 경제 대국(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ㆍ탈동조화)은 두 나라 모두에게 재앙이 되고 전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나흘 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며 이날 베이징의 미국대사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디커플링과 중요 공급망 다각화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이 추구하는 건 디커플링이 아니라 반도체 등 핵심기술의 공급망 확보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옐런 장관은 지난달 13일 미 의회에 출석해서도 “미ㆍ중 간 무역과 관련해 디커플링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디리스크(de-risk·위험제거)? 맞다. 디커플? 절대 아니다”고 했었다.
옐런 장관은 회견에서 “미국과 중국은 중대 이견이 있고 이런 의견 불일치는 명확하고 직접적인 소통이 필요하다”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미·중 관계를 강대국 갈등의 프레임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는 세계가 양국이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세계는 양국이 번영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는 표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방중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한 말이기도 하다.
지난 6일 베이징에 도착해 리창(李强) 총리, 허리펑(何立峰) 부총리, 류쿤(劉昆) 재정부장, 판궁성(潘功勝) 인민은행 당 위원회 서기 등을 잇달아 만나 총 10시간가량 회담 일정을 소화한 옐런 장관은 “중국 고위 관리들을 만나 양국 경제 관계의 중요한 축을 논의했다”며 “(이들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양국 간 건전한 경제 경쟁의 미래를 추구한다는 점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이어 “중국의 비(非)시장적 정책, 외국 기업의 시장 접근 장벽과 지적재산권 문제 등 중국의 불공정 경제 관행에 대한 우리의 심각한 우려도 강조했다”며 “최근 미국 기업들에 대한 강압적 조치가 증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제품 구매 중지와 미 민츠그룹 베이징사무소, 미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의 상하이사무소 등에 대한 중국 공안 당국의 강제조사 등을 가리킨 것으로 해석된다.
옐런 장관은 “국가 안보와 인권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며 “우리가 취하는 조치와 그 이유에 대해 명확하고 직접적인 소통의 중요성을 회담 파트너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선 “중국 기업들이 러시아에 물질적 지원이나 제재 회피를 위한 지원을 하는 것을 피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기후위기 대응부터 국가채무 지속가능성 문제 해결 등 글로벌 도전 과제에 대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며 “단 한 번의 방문으로 우리의 과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진 않겠지만 이번 방문이 중국의 새 경제팀과 탄력적이고 생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옐런 장관의 이번 방중에 대해 미 뉴욕타임스(NYT)는 “(미ㆍ중 관계에) 돌파구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두 경제 대국 사이의 냉랭한 관계를 푸는 데는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앞서 옐런 장관은 전날(8일) 중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허리펑 부총리를 만나 양국 간 ‘공정한 경쟁’을 위한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다만 회담에서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등 첨단기술 수출통제 조치와 중국의 핵심 광물 수출제한 조치 등 양국 간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주요 쟁점을 두고는 팽팽한 기싸움도 벌어졌다고 AP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전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옐런 장관은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허 부총리와 만나 “복잡한 경제 전망 속에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인 미·중 양국이 다양한 도전에 대응해 긴밀히 소통하고 의견을 교환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이 승자독식이 아닌, 공정한 규칙에 따라 장기적으로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건전한 경제 경쟁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했다.
옐런 장관은 또 “최근의 긴장에도 불구하고 2022년 양국 간 교역이 기록을 세운 사실은 우리 기업들이 무역과 투자에 참여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양국은 치열한 첨단기술 싸움 와중에도 지난해 교역액이 6906억달러(약 90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옐런 “국가안보 보호 조치 취할 것“
그러면서도 옐런 장관은 “미국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목표에 맞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인공지능(AI)과 양자컴퓨팅 등 미래 기술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반도체가 경제 안보의 핵심이라는 인식 하에 자국 중심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옐런 장관은 “이런 조치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소통 부족에서 비롯된 오해로 이어져 양국 간 경제 및 금융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허 부총리는 “국가 안보를 일반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ㆍ무역 왕래에 이롭지 않다”며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각종 제재와 수출통제 조치에 대한 중국 측 우려를 언급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허 부총리는 미ㆍ중 관계 악화의 원인이 됐던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사태와 관련해 “비행선 같은 예상치 못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중ㆍ미 관계, 특히 양국 정상의 공동인식 이행에 일부 어려움 있었다는 점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유감 표명을 놓고 미ㆍ중 충돌을 불렀던 정찰풍선 사태가 일단락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AP 통신은 옐런 장관의 귀국 이후 조만간 존 케리 미 기후변화 특사가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의 방중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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