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다이어리]불꽃놀이보다 주목받은 ‘드론’ 자유의 여신상
미국 뉴욕시에서 매년 독립기념일(7월4일)마다 메이시스백화점이 진행하는 불꽃놀이는 그 화려함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다. 올해도 무려 6만발의 불꽃이 뉴욕 맨해튼 이스트리버 밤하늘을 수놓았다.
메이시스백화점은 이 불꽃놀이를 위해 전 세계 13국에서 폭죽을 공수하고, 이스트리버에 바지선 5대를 배치하고, 면허를 보유한 불꽃놀이 기술자 60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가동했다고 한다. 올해 현장에서 불꽃놀이를 지켜본 관람객만 약 3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명당인 롱아일랜드시티 강변에는 한 발 내딛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사람들이 모였다. 이 일대에선 비가 내린 당일 아침부터 자리를 맡기 위한 돗자리 팀들의 활약이 확인되기도 됐다.
대규모 인파가 몰린 올해 메이시스 불꽃놀이 이벤트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바로 ‘드론’이었다. 메이시스백화점은 불꽃놀이 시작 전 사상 처음으로 ‘드론쇼’를 진행했다. 500대의 드론은 휘트니 휴스턴의 노래에 맞춰 라디오 형상을 만들었다가 성조기로 변신했다. 특히 관람객들이 너나 할 것 없이 탄성을 지른 순간은 바로 드론 500대가 녹색불을 켠 채 천천히 ‘자유의 여신상’을 만들어냈을 때다. 뉴욕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자리한 자유의 여신상은 음악에 맞춰 천천히 회전했다.
현장에서 이 광경을 지켜본 뉴요커 나오미 펜손 씨는 "메이시스 불꽃놀이를 수차례 봤지만 이처럼 열광했던 적이 없다"고 감탄을 쏟아냈다. 롱아일랜드시티에 거주하는 지나 리 씨는 "자유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것은 너무나 많다. 뉴욕이기에, 독립기념일이기에 더 아름다웠던 광경"이라고 말했다. 폭스5뉴욕을 비롯한 현지 언론들도 ‘뉴욕시의 드론쇼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살아났다’고 일제히 드론쇼를 주목했다. 메이시스백화점의 불꽃놀이 이벤트를 총괄한 윌 코스 수석프로듀서는 "불꽃놀이 시작에 앞서 뉴욕에서 최초로 관객들을 놀라게 할 드론쇼를 선보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올해 독립기념일을 맞아 드론쇼가 아예 불꽃놀이를 대체하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오랜기간 독립기념일 밤의 불꽃놀이가 미국인들의 관습처럼 굳어져 있었음을 고려할 때 상당한 변화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대규모 불꽃놀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등은 주요 도시에서 일제히 진행되는 불꽃놀이로 인한 화재 위험, 대기질 악화 등에 우려를 쏟아냈다.
캐나다 산불 여파로 뉴욕 스카이라인이 선명한 오렌지빛으로 뒤덮이는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됐던 게 불과 한달 전의 일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불꽃놀이가 산불 연기에서 발생하는 것과 같은 미세먼지 등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한다. 이날도 메이시스 불꽃놀이 행사가 시작된 지 약 10분이 지나자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연기가 자욱했다. 다음날 NYT는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등 미 전역의 도시에서 대기질지수(AQI)가 ‘나쁨(unhealthy)‘로 측정됐다고 보도했다. 더욱이 독립기념일이 포함된 이 시기는 화재 위험이 높은 이른바 ‘산불 시즌’이기도 하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는 대기질 악화를 이유로 올해 대규모 불꽃놀이를 포기한 대표적인 곳이다. 대신 이들이 독립기념일 축하를 위해 택한 것은 드론쇼였다. 산림이 울창한 콜로라도주의 볼더도 불꽃놀이 대신 드론쇼를 택했다. 주정부는 "드론쇼로 전환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면서 "기후변화, 화재 위험 등 여러 가지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미니애폴리스주에서는 레이저가 불꽃놀이를 대체했다. 불꽃놀이 시간을 축소하는 지역들도 있었다.
미국 곳곳의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놀이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점점 커지는 기후변화 우려만큼 독립기념일 축하행사의 모습도 조금씩 변화가 불가피해보인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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