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다이어리]불타는 베이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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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부터 이제까지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8년 이상을 근무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이 최악인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국 베이징에서의 생활을 이렇게 진단했다.
지난달부터 지난 6일까지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을 기록한 고온일수는 베이징에서 19일에 달했다.
뭐든 크고, 많고, 오래된 중국에서 폭염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일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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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 초부터 이제까지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8년 이상을 근무했는데, 안타깝게도 지금이 최악인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한 대기업 임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국 베이징에서의 생활을 이렇게 진단했다. 사업 부진, 점점 불편해지는 한중관계, 반간첩법과 대외관계법 리스크에 따른 업무 제약, 그리고 불타는 날씨. 직업인으로서도, 생활인으로서도 지내기 점점 힘든 도시가 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베이징의 더위는 악명이 높다. 6월 중순부터 이미 한낮의 더위가 섭씨 40도를 넘는 일은 예사였고, 관광객을 이끌던 여행사 가이드가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다. 베이징 도시 한복판 유명 관광지인 이허위안(이화원)에서다. 얼마 전에는 60대 노인이 집 안에서 열사병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이다 사망했는데, 당시 집에는 에어컨이 있었지만 꺼져있었고, 노인의 체온은 41도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휴대전화에는 하루가 멀다고 폭염이 심하니 외출을 가급적 삼가라는 안내 문자가 도착한다. 지난달부터 지난 6일까지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을 기록한 고온일수는 베이징에서 19일에 달했다. 40도 이상인 날은 5일로, 둘 다 1961년 기상 관측 이래 최다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배가 불룩하게 나온 중년 남성들이 러닝셔츠를 명치까지 걷어 올린 채 거리를 활보하는 ‘베이징 비키니’도 슬슬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어지간해서는 찬 음료를 잘 마시지 않는 중국인들(심지어 맥주나 탄산음료도 주로 상온으로 마신다)까지 아이스 음료를 찾기 시작했다. 배달서비스 업체인 메이퇀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아이스크림 배달 판매는 전년 대비 73% 급증했으며, 차가운 맥주와 음료 판매도 각각 42%, 121% 뛰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여름 경제’라 부르며 판촉 활동으로 연결 지으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베이징이 타는 듯한 더위에 시달리는 와중에 다른 지역은 가뭄과 폭우로 시름하고 있다. 허베이성 수자원부는 가뭄으로 75만ha 넓이의 농경지가 피해를 보고 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달 이 지역의 평균 강수량은 전년 대비 60% 급감한 29mm에 그쳤다.
남서부 충칭지역에서는 폭우로 17명이 사망했다. 지난 3~4일 국지적으로 24시간 만에 250mm 이상의 폭우가 내려 산사태를 일으켰다. 북부 지린성 둔화시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계란만 한 우박이 쏟아져 차량 유리창을 깨뜨리기도 했다. 중국 재난관리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홍수, 우박, 가뭄, 설재해 등과 같은 자연재해 피해 규모는 4876만4000명, 사망자는 95명에 달했다.
뭐든 크고, 많고, 오래된 중국에서 폭염을 비롯한 자연재해는 일상일 수 있다. 실제로 사망 사고나 폭염 주의보가 현지에서 크게 화제가 되지 않는다.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경고음을 울리며 인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후변화에 중국 정부도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이 중국이 항상 그토록 강조하는 ‘핵심 이익’이어야 할 것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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