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균기자의 한국 골프장 순례]‘신들의 정원’사이프러스CC
붉은 바위산으로 형성돼 있는 미국 콜로라도주 신들의 정원, 남태평양의 휴양지 팔라우, 하와이의 작은 섬 라나이 아일랜드를 ‘세계 3대 신들의 정원’이라 한다. 신들이 머물다 갈 정도로 풍광이 아름답다고 해서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일 수 있다. 보는 사람이 아름답다고 느끼면 아름다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근래에 보기 드문 아름다운 골프장을 만났다. ‘이건 반칙이야 반칙’이라는 영화의 한 대사가 생각날 정도로 홀을 거듭하면 할수록 눈이 휘둥그래지는 곳이다.
세계3대까지는 안가더라도 분명 신들이 놀다 갔을 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서 독백처럼 ‘여긴 틀림없이 신들의 정원일 거야’를 중얼거리게 됐다. 3년여만에 찾은 제주도 표선면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다.
▶기피 골프장에서 명품 골프장으로 환골탈태
3년전에 라운드를 한 번 해보고 재방문을 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주변 풍광과 코스 레이아웃은 수준급인데 관리가 허술했기 때문이다. 잔디는 베어 그라운드 투성이었고 페어웨이에 떨어지면 그대로 박히기 일쑤였다. 도무지 골프를 칠 수 없는 컨디션이었던 것.
그랬던 곳이 그야말로 천지개벽을 했다. 방문한 날 마침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도 페어웨이는 무른 곳이 전혀 없었다. 잔디는 촘촘했고 그린은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게다가 주변 풍경, 특히 지천에 널려 있는 만화방초(萬花芳草)는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대관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달라진 걸까. 이유가 있었다. 2년전에 코스 관리의 ‘편작(扁鵲)’으로 불리는 (주)대정골프와 자회사인 (주)대정TM이 코스 관리에 이어 운영까지 맡으면서 제주도를 너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품 골프장으로 환골탈태하게 된 것이다.
㈜대정골프는 국내 약 30개소 골프코스 관리 뿐만 아니라 국내 메이저급 골프 토너먼트 코스 셋업을 진행하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이프러스CC의 코스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주)영안모자 인수 후 (주)대정골프 위탁 관리 및 운영
모기업인 (주)영안모자의 적극적인 투자에다 ㈜대정골프의 친환경 코스 관리, (주)대정TM의 저비용, 고품질 운영이 어우러져 사이프러스CC는 눈에 띄게 변화했다.
거기에다 영안모자 백성학 명예회장의 조경과 꽃에 대한 깊은 관심과 순천만 정원 박람회장을 가꾼 대정 민규영 대표이사의 조경 지식이 어우러져 홀과 홀, 코스와 코스 사이에 계절별로 다양한 꽃들로 채워진 ‘락가든’이 탄생하게 된 것.
여기에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 교육과 안전교육 및 경기운영교육 등으로 서비스의 질까지 향상됐다. 경기 운영이 매끄러워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노후된 시설물에 대한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도 진행했다.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는 일단 입지부터 남다르다. 제주도내 골프장 중에서 가장 제주도다운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는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우선 한라산과 성불오름 등 7개의 오름이 코스 전체를 감싸고 있다.
▶회원제 서-북코스, 대중제 동-남코스 총 36홀
3중 구조의 편백나무 숲이 바람을 막아주고 피톤치드를 양산하므로써 사계절 쾌적하고 건강한 골프를 즐길 수 있다. 또한 탐라산수국을 비롯한 자생 야생화와 흰뺨검둥오리, 노루 등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어 천혜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코스는 220만평의 목장 속, 약 60만 평 부지에 회원제 서-북코스와 대중제 동-남코스 등 총 36홀을 조성했다. 왠만한 골프장 같으면 홀을 하나 더 넣어도 될 만큼 홀과 홀 사이가 넓다. 다시말해 비슷한 홀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홀간 독립성이 철저하다.
회원제 전장은 7225야드, 대중제는 7214야드다. 잔디 초종은 그린, 티잉그라운드, 페어웨이는 벤트그라스, 러프는 켄터기블루, 시에스타, 훼스큐가 혼재 돼 있다.
코스 설계는 세계적인 코스 디자이너 피트 다이(미국)의 다이 디자인 그룹이 맡았다. 피트는 세계 100대 코스들을 디자인 했다. 대표적인 코스로는 TPC 소그래스 , 휘슬링 스트레이츠 , 키아와 아일랜드 등이 있다.
다이 디자인그룹은 사이프러스를 첫 방문했을 때 자연을 보고 깜짝 놀랬다. 그래서 그 자연을 그대로 살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코스를 설계했다는 후문이다.
▶쭉쭉 뻗은 페어웨이&홀간 독립성…도전적 코스
동코스는 편백나무와 수국터널이 아름다운 1번홀이 시그니처 홀이다. 서코스 시그니처홀은 6번 홀로 동코스 1번과 마찬가지로 편백과 수국터널이 아름다운 홀로 사이프러스 시그니처 포토존 중 하나다.
남코스 시그니처홀은 5번 홀이다. 한라산을 바라보며 시원하게 티샷을 할 수 있어서다. 북코스 1번 홀에서는 자식이 없는 부부가 오르면 자식을 낳게 해준다는 설이 있는 성불오름이 지척이다.
전체적인 코스 특징은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린이 한 눈에 보이는 홀이 대부분이다. 그러면서 자연지형은 원형 그대로를 완벽하게 살렸다. 몇 몇 홀을 제외하곤 전체적으로 호쾌한 샷을 날릴 수 있는 도전적 코스다.
홀과 홀 사이가 넓고 독립돼 있어 아늑함과 동시에 안정감을 준다. 거기에 아름다운 꽃과 고품질 코스가 더해지니 한 번 방문으로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여름철 수국세상 등 코스는 꽃 천지…자체 식물도감 제작
국내 골프장 중에서 그렇게 많은 꽃들이 있는 곳을 본 적이 없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다고 보면 된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골프장 진입로에서 부터 온통 수국 세상이어서 수국 축제가 열린다. 사이프러스에는 총 5종류의 수국이 있다.
흰색 둥근 꽃군락을 만드는 불두화(수국백당), 주로 5월에 개화하며 별과 같은 꽃을 피우는 별수국, 6월 초부터 7월까지는 공처럼 동그란 모양의 일반 수국과 접시모양의 큰 꽃 안에 작은 꽃들이 있는 산수국, 그리고 7월과 8월에는 나무에서 꽃 군락을 만드는 목수국(나무수국)을 볼 수 있다.
봄부터 시작해서 늦가을까지 피는 꽃의 종류가 수 백종이나 된다고 한다. 얼마나 많으면 자체 식물도감을 제작했을까. 식물원처럼 다양한 꽃과 나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레스토랑은 제주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해, 부담 없는 메뉴에서부터 고품격 코스 요리까지 다양하다. 양식, 일식, 중식까지 특급 호텔 출신 셰프들이 골퍼들의 식도락을 충족시켜 주고 있다.
▶골프텔&빌리지 갖춘 체류형 코스…야외 바비큐 인기
골프텔과 빌리지가 있어 체류형 골프장으로 인기가 높다. 골프텔은 38평과 49평으로 두 가지 타입으로 독립된 빌라 느낌이어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길 수가 있다. 럭셔리한 공간인 빌리지는 57평, 68평, 78평, 107평 네 가지 타입이 있다.
여름철에는 골프텔 옆 야외 잔디밭 광장에서 즐길 수 있는 바비큐 가든파티가 인기다. 고객 니즈를 반영해 흥겨움을 더해줄 야외 라이브바 운영을 위해 현재 준비 중이다.
사이프러스는 2009년 KLPGA 유러피안투어 한국 여자 마스터즈대회 개최를 통해 국제적인 토너먼트 코스로 인정을 받았다. 이후 다양한 형태의 골프대회를 개최하면서 골프 저변 확대와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사이프러스는 1990년부터 제주 표선면 지역 학생들에게 매년 장학 사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또 불우이웃 돕기 기부 활동을 하는 등 사회 공헌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작년 한국 10대 퍼블릭 코스에 선정
이러한 변신을 거쳐 2022년 한국 10대 퍼블릭 골프장, 올 해는 한국 친환경 골프장 TOP20에 각각 선정되었다. 또 2023년 한국 10대 골프장 후보에 오르면서 명문 골프장으로서 입지를 다져가는 분위기다.
골프텔과 빌리지 등 숙박시설에다 주변 관광지가 많아 가족 단위 여행지로도 제격이다. 우선 대정에서 조경을 관리하고 있는 제주 민속촌을 비롯해 농장 겸 식물원 카페로 유명한 보롬왓이 바로 진입로 근처에 위치하고 있다. 에매랄드 빛 바다로 유명한 표선 해수욕장, 성산 일출봉이 지척이다.
현재는 제주공항에서 차량으로 약 50분 정도 소요 되지만 신공항이 들어서면 인접 지역이어서 2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다. 향후 접근성은 현재에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사이프러스를 돌아본 뒤 이 곳은 단순히 골프를 즐기는 곳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름다운 풍경과 형형색색의 꽃을 바라보며 모처럼 마음의 여유와 평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이프러스는 ‘신들의 정원’이면서 ‘힐링 코스’가 틀림 없었다.
<인터뷰>민규영 대표 “세계 100대 명품 골프 리조트가 목표”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 10대 골프장 진입, 세계 100대 명품 골프리조트, 국제 골프대회 유치, 벤치마킹 대상 넘버 1이라는 더 큰 비전을 품고 임직원 모두가 정진하고 있다.”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의 관리와 운영을 맡고 있는 (주)대정TM 민규영 대표이사의 비전이다. 그는 골퍼들로부터 외면 받았던 사이프러스가 골퍼들이 방문하고 싶은 골프장으로 신분이 180도 달라진 원동력을 모기업인 영안모자의 백성학 명예회장의 공으로 돌렸다.
민 대표는 “골프장을 인수한 뒤 회장님께서 당사에 운영을 위탁했다. 그 분께서는 사이프러스를 친환경적이면서도 볼거리가 많은 골프장으로 만들고 싶어하셨다”면서 “코스와 리조트 내에 다양한 화초를 심은 것은 꽃을 좋아하시는 명예회장님의 아이디어였다. 그런 회장님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사이프러스는 새롭게 태어났다”고 했다.
그는 변화를 위해 가장 먼저 패배주의와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임직원들의 의식부터 개혁했다. ‘제주의 명품 사이프러스 골프 앤 리조트가 새롭게 태어납니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행동강령으로 채택해 그것을 실천하도록 했다.
그 다음에는 ‘왜 골퍼들이 사이프러스를 떠나갔는지 문제점을 파악하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문으로 나누어 개선목표를 수립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항에서부터 출발해 라운드 후 클럽하우스를 떠날 때까지, 프로세스별 감성 서비스를 위해 캐디 및 임직원 교육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고객에게 사랑 받는 골프장‘이 경영철학인 민규영 대표는 수 년간 관리 소홀로 황폐화된 사이프러스를 짧은 기간에 친환경 코스로 회복시켰다. 거기에는 미생물을 활용한 자동주입장치가 활용됐다. 코스 생태계가 복원되면서 볼박힘 현상이 사라졌고 철새가 서식지로 돌아오듯 끊겼던 골퍼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한국과 중국의 10대 골프장 선정 위원으로 활동중인 민 대표는 “음식 맛이 좋아야 손님이 찾아 오듯, 골프장은 먼저 잔디가 좋아야 골퍼들이 찾는다. 그 다음은 눈으로 힐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그런 점에서 사이프러스는 그 모든 것을 충족하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골프 회원권과 리조트 회원권 가격이 각각 2~3배 오른 게 그걸 입증한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사이프러스에 오면 차원이 다른 코스 컨디션과 서비스를 만끽할 수 있다”면서 “내가 임직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목표는 어제보다 항상 높게’다. 그 말처럼 앞으로도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정진하고자 한다. 사이프러스에 많은 응원과 격려를 보내주길 바란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제주=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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