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살상, 강철비’ 美 집속탄 지원 결정에 논란 확산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공급하기로 한 결정에 대해 서방 동맹국들이 우려를 제기했다. 집속탄은 광범위한 지역에 무차별 살상을 가할 수 있어 사용을 금지한 국가들이 많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고 한시적으로만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국제사회 논란은 잠재우지 못했다.
BBC 방송은 8일(현지시간) “몇몇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공급하기로 한 워싱턴 결정에 대해 곤혹스러움을 표명했다”며 “논란이 된 결정에 대한 거리 두기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는 이날 미국 결정에 대한 견해를 묻는 말에 “영국은 집속탄의 생산이나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유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에 서명한 123개국 중 하나”라고 말했다.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의 정당한 방어에 찬성하지만, 집속탄은 반대한다”며 “(전쟁은) 집속탄으로 수행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이 (집속탄과 같은) 특정 무기와 폭탄을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없다는 확고한 약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캐나다는 집속탄 사용에 반대하며 CCM 협약을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며 “수년 동안 터지지 않은 채 놓여 있는 폭탄이 어린이들에게 미칠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나레나 배어복 독일 외무장관도 독일이 CCM 서명국이라며 집속탄 지원에 반대 뜻을 밝혔다. 다만 슈테펜 헤베스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그런 무기를 제공하지 않겠지만 미국 입장을 이해한다”며 “미국이 그러한 탄약 공급에 관한 결정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국 내부에서도 비판이 확산했다.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 등 민주당 하원 진보모임 소속 19명은 이번 결정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안전한 집속탄 같은 건 없다”며 “전 세계 인권을 옹호하는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우크라이나에 국내법으로 사용 및 생산, 반출을 엄격히 제한한 집속탄 지원을 승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승인 후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로서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 동맹을 비롯해 의회와 상의해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탄약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 전쟁은 실탄 싸움이고, 우리는 현재 이것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155mm 곡사포용 포탄을 충분히 생산할 때까지만 한정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는 국방부의 권고를 받아들여 영구적이 아니라 이 과도기 동안 우리가 충분한 포탄을 생산할 때까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저지할 무기를 가지고 있느냐였고, 나는 우크라이나가 이 무기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에서 여러 개의 작은 포탄이 터져 나와 ‘강철비’라고도 불린다. 살상 범위가 넓고 무차별적이다. 특히 불발탄 비율이 일부는 40%가 넘어 전쟁 이후에도 장기간 민간인 살상 피해를 키울 수 있어 대부분 국가가 사용하지 않기로 약속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에 대해 “집속탄의 불발탄 위험에 따른 민간인 살상 가능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장기간 숙고했다”면서도 “우크라이나에 충분한 탄약이 없을 때 발생할 민간인 피해 위험과의 균형을 맞춰야 했다”고 말했다. 또 “러시아는 30~40%의 불발률을 보이는 집속탄을 사용해 왔지만, 우리가 제공할 집속탄은 불량 비율이 2.5%를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CCM 협약 서명국은 아니지만, 국내법을 통해 불발률 1%가 넘는 집속탄 등의 생산 및 사용, 이전을 금지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반 러시아의 집속탄 사용을 강력하게 규탄하기도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지난해 3월 “러시아군이 더는 전장에 있어서는 안 되는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사용하고 있다”며 집속탄 사용을 비판했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우리는 집속탄을 국제적으로 인정된 우크라이나 영토의 점령을 해제하는 데에만 사용하고, 공식적으로 인정된 러시아 영토에서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도시 지역에서 사용하지 않고, 적의 방어선을 뚫는 데만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결정은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정책”이라며 “우크라이나가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지만 실패한 가운데 약점을 드러내는 일이며, 절박함 속에 나온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집속탄 제공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 땅을 지뢰로 가득 차게 만드는 공범이 될 것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비롯한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책임을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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