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유럽 6%, 美 4%인데…韓 '2%대' 선방한 이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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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공포 먼저 벗어난 한국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3.3%)은 OECD 38개 회원국 중 6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보다 물가가 덜 오른 나라는 스위스(2.2%), 그리스(2.8%), 덴마크(2.9%), 스페인(3.2%), 일본(3.2%)뿐이다. 한국의 6월 물가상승률(2.7%)로 비교한다면 2번째로 낮은 수준까지 기록하게 된다.
왜? ①정부의 물가 관리
식품 및 비주류음료 물가만 따로 보면, 5월 한국은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2.8% 올랐다. OECD 회원국 중 이스라엘(1%)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같은 달 OECD 평균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11%다. 프랑스(14.9%), 영국(18.4%) 등 유럽권은 한국과의 차이가 더욱 벌어진다. 식료품은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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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애초 비쌌던 에너지 가격
역설적이게도 애초부터 한국의 에너지 수입 가격이 비싼 구조다 보니 물가 충격이 상대적으로 덜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석유류·천연가스 가격 급등을 불러온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다. 독일 등 유럽 국가는 가스관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입해왔는데 전쟁 이후 수입이 제한되자 배를 통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기 시작했다. LNG는 기체 형태의 천연가스보다 가격이 비싸다. 그만큼 유럽의 에너지 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액체 상태의 천연가스는 가스관을 통해 기체 형태로 수입하는 것보다 가격이 1.5~2배 비싸다”며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에너지를 수입하던 유럽으로선 가격 부담이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에너지 물가는 전년 대비 19% 올라 네덜란드(70.6%), 독일(30.2%) 등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③공공요금 통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전기·가스 생산 비용도 증가한다. 생산비용을 공공요금에 곧바로 반영하는 미국·유럽 등과는 달리 한국은 공공요금을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구조다. 에너지 가격 급등 충격이 닥친 영국은 지난해 한때 전기·가스·수도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88.9%에 달했다.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르면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 등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럽의 경우 ‘원자재·공공요금 인상→상품·서비스 가격 인상→임금 인상→물가 상승’으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나선형 인플레이션 구조를 끊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공공요금 인상을 자제하는 동안 한국전력의 부채가 대거 쌓인 만큼 추가 공공요금 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에너지 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해도 지금껏 쌓인 적자를 메우기엔 역부족”이라며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전기요금을 한참 더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요금을 내리는 추세인 다른 나라와 역행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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