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던 TV"…10분만에 완판, 캠핑족 '반려TV' 뜬 이 제품

고석현 2023. 7. 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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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LG전자의 ‘스탠바이미 고’ 제품을 기획·제작한 HE사업본부의 박호성 TX개발실장(오른쪽), 김용석(가운데)·박지원 책임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한 캠핑족이 포터블스크린인 ‘스탠바이미’를 이불로 꽁꽁 싸매 차량 뒷좌석에 태워가는 사진을 봤어요. 넘어지지 말라고 안전벨트까지 매줬더라고요. TV를 더는 집에서만 보는 게 아니구나, 집 밖에서도 보고 싶어 하는구나….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여행 가방을 펼치자 27형 터치 화면과, 빵빵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스피커와 배터리 전원이 튀어나온다. 최근 ‘007가방 TV’로 화제를 모은 LG전자의 ‘스탠바이미 고’ 제품이다. 초도 물량이 10분 만에 완판된 데 이어, 최근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되고 있다. 캠핑족들 사이에선 반려동물에 빗대 ‘반려 TV’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스탠바이미 고’를 개발한 박호성 LG전자 TX개발실장, 김용석·박지원 책임 등을 만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박 실장과 박 책임은 전작인 스탠바이미 기획·개발에도 참여했고, 김 책임은 이번에 합류해 디자인을 담당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LG전자의 ‘스탠바이미 고’ 제품을 기획·제작한 HE사업본부의 박호성 TX개발실장(가운데), 김용석(오른쪽)·박지원 책임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스탠바이미 고’ 제품 기획·제작을 총괄한 박호성 LG전자 HE사업본부 TX개발실장. 사진 LG전자


박 실장은 “‘세상에 없던 TV를 또 만들라’는 박형세 HE사업본부장의 특명에 팀이 꾸려졌다”며 “전작인 ‘스탠바이미’가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이걸 뛰어넘는 제품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 많았다”고 돌이켰다. 전작인 스탠바이미의 흥행이 오히려 팀에는 독이었다. 박 책임은 “첫 제품은 집안에서 TV를 이동하며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처음엔 ‘지금 제품이 참 좋은데 새로운 게 어딨나’하는 생각이 컸다”고 말했다.

김 책임은 “10년 넘게 캠핑을 다닐 정도로 좋아하는데 ‘TV를 옮기다가 깨졌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옮길 때 파손되지 않아 캠핑에도 가져갈 수 있는 TV를 만들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스크린을 자유롭게 옮길 수 있으면서도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가방 속에 스크린이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LG전자 ‘스탠바이미 고’ 제품 디자인을 책임진 김용석 책임. 사진 LG전자


그때부터 ‘가방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김 책임은 “공구 상자부터 여행 가방까지 가방이란 가방은 다 모았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방을 다 뜯어본 것 같다”며 “맨날 들고 다니는 가방이라 잘 몰랐는데, 손잡이 크기부터 잠금쇠의 모양까지 가방에 많은 과학이 숨어있더라”고 웃어 보였다.

박 책임은 제품이 가벼우면 야외에서 바람에 넘어갈 수 있고 무거우면 이동성이 떨어져 ‘적정선’을 찾는 게 도전과제였다고 했다. “TV는 원래 집에서 보는 거잖아요. 그런데 야외에 가지고 나가면 떨어뜨릴 수도 있고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몰라요. 화면을 보호할 수 있을지 확인하려 가방을 던지거나 떨어뜨려 봤어요. 직원들이 직접 가방에 올라가 보기도 했죠. 여섯 명까지 올라갔는데 끄떡없더라고요. ‘밀리터리 스펙’(군사 등급 내구성) 11개 항목 테스트도 모두 통과했어요. 그렇지만 방탄은 아니니 절대 따라 하시면 안됩니다(웃음).”

LG전자 ‘스탠바이미 고’ 제품 기획·제작에 참여한 박지원 책임. 사진 LG전자


스탠바이미 고는 업계 첫 ‘누워있는 TV’다. 가방을 열면 스크린이 누워있고, 높낮이나 기울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김 책임은 “바닥에 누워있는 TV를 보고, 케이스가 스피커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전면 지향형 스피커를 담을 수 있었다”며 “화면을 눕힌 ‘테이블 모드’란 기능이 이렇게 탄생했다. 음악을 재생하면 레코드판이 돌아가는 듯한 턴테이블 화면이 나오고, 화면을 이용해 체스 같은 보드게임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마 영상을 탑재해 ‘감성’을 한 스푼 얹은 것도 특징이다. 박 책임은 “맨날 캠핑을 갈 수 없으니, 집안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리게 디자인했다”며 “모닥불, 눈 내리는 산장 등 테마 영상을 담았는데 디지털 불멍·눈멍(불이나 눈을 보면서 넋 놓기)을 하면서 힐링 된다더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상상하지 못했던 용도로 기발하게 활용하는데,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는다”고 했다. “블루투스 마이크를 연결해서 노래방으로 쓰기도 하고, 수영장에서 강습생들의 자세를 평가하는 데 쓰기도 하더라고요. ‘나한테 필요했던 제품’이란 소비자 반응이 너무 뿌듯해요. 새로운 제품요? 지금은 생각나지 않는데 또 도전해야죠.”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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