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박스, 영아유기는 맞지만…처벌 논쟁 일어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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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영아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갓 태어난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사례에 대한 처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베이비박스 유기위탁 사례로 확인된 것은 지난 5일 오전 기준 서울 지역 출생 미신고 영아 수사 의뢰 38건 중 27건에 달한다.
이 법도 베이비박스와 마찬가지로 양육 포기와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아이들이 숨지는 사례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08년 미국 전역에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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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영아피난처법…'처벌보다 생명 우선' 공감대
출산 기록은 있지만 출생 신고는 하지 않은 출생 미신고 영아 전수조사가 이뤄지는 가운데 갓 태어난 아기를 베이비박스에 유기한 사례에 대한 처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원칙적으로 베이비박스는 영아 유기에 해당한다. 하지만 베이비박스가 아이를 양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를 단순히 처벌의 대상으로만 볼 수 있는가에 대한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베이비박스에 불법 낙인을 찍으면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부모들이 결국 영아 살해 및 유기라는 막다른 길목에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우선 베이비박스 운영기관과의 상담 여부를 토대로 입건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베이비박스를 유기와 보호 중 어떤 시선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경찰청은 전날 오후 2시 기준 출생 미등록 영아 사례 867건이 접수돼 이 중 780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사망이 확인된 영아는 27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미신고 영아 상당수가 베이비박스에 맡겨진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박스 유기위탁 사례로 확인된 것은 지난 5일 오전 기준 서울 지역 출생 미신고 영아 수사 의뢰 38건 중 27건에 달한다. 광주·전남 지역에서도 38건 중 29건이 베이비박스 유기·위탁 사례로 추정된다.
경찰은 베이비박스 유기 사례에 대한 유기 혐의 여부 규명에 나섰다. 기준은 베이비박스 운영기관과의 상담 여부다. 경찰이 최근 법원 판례를 자체 분석한 결과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사례 중 대부분이 유죄판결을 받았고, 상담 이력이 있는 1건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아기를 유기한 것이 아니라 운영기관과 상담을 거쳐 아이를 보호 위탁한 것으로 판단했다.
원칙적으로는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온 경우라도 형법상 유기죄와 영아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 당시 친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지 등에 따라 형의 무게가 달라진다.
하지만 베이비박스가 생활고 등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환경에서 아이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선택지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영아 유기를 중범죄로 보는 미국에서도 영아를 정부가 지정한 장소에 유기하면 처벌하지 않는 '안전한 영아 피난처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도 베이비박스와 마찬가지로 양육 포기와 영아 유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아이들이 숨지는 사례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2008년 미국 전역에 도입됐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베이비박스는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베이비박스 역시 영아 유기이기 때문에 불법인 것은 맞지만, 베이비박스가 아이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상황에서 이를 합법·불법의 개념으로 따지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승 연구위원은 7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예상할 수 없는 환경에서 출산했을 때 아이를 죽이지 않고 사회 구성원으로 자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를 유기죄로 처벌해야 하는가를 논하는 것은 너무 성급하다"며 "아이의 생명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건강하게 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출산통보제, 출생등록제가 반드시 필요하고 산모를 보호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돼야 한다"며 "출생통보제는 (국회에서) 통과됐으니 보호출산제와 그에 대한 부작용 즉 양육 포기 등을 막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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