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재무 “안보 위한 對中 표적 조치 지속…직접 소통이 중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직접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국 역시 글로벌 도전 과제 해결을 위한 소통과 협력 강화에 합의하며 고위급 교류를 유지할 뜻을 밝혔다. 양국은 그러나 반도체 수출통제, 광물 수출통제 등 경제 안보를 위한 공세적 조치를 완화할 신호는 보내지 않았다.
옐런 장관은 전날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허 부총리를 만나 “양국 정부에 논란의 여지가 없는 방식으로 양국 경제가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넓다는 게 내 믿음”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허 부총리는 지난 3월 류허 전 부총리 뒤를 이어 중국 경제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충성적인 핵심 측근으로 꼽힌다.
옐런 장관은 허 부총리에게 “우리는 신흥 시장과 개발도상국들의 부채 문제와 기후 문제 같은 중요한 지구적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다”며 “우리는 우리 각자의 경제와 다른 국가 모두에 협력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또 “복잡한 세계 경제 전망 속에서 세계 최대의 두 경제 대국이 긴밀히 의사소통하고 우리의 다양한 도전들에 관한 의견을 교환해야 하는 절실한 필요성이 있다”며 “이는 양측 모두가 세계 경제 전망을 더 완전하게 이해하고, 우리의 경제를 강하게 만들 더 나은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옐런 장관은 허 부총리에게 미국은 승자독식 접근이 아니라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공정한 규칙에 기반을 둔 건전한 경쟁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리창 국무원 총리를 만나서도 같은 말을 했다.
옐런 장관은 그러나 “미국은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한 표적 조처를 할 것”이라며 반도체 수출 통제 등 대중 견제 조처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다만 “우리는 이러한 조치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이런 불일치가 양국 경제와 금융 관계를 불필요하게 악화시키는 오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특히 의사소통 부족에서 나온 오해를 허용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허 부총리도 “중국은 당신과 리창 총리 사이의 합의를 진정성 있게 이행하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며 소통 지속 뜻을 밝혔다. 그러나 허 부총리는 “국가 안보를 일반화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제·무역 왕래에 이롭지 않다”며 미국이 중국에 부과한 제재 등 조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허 부총리는 “양국은 역사와 인민, 세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며 “(미국은)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태도로 중국과 협력해 양국 정상의 공동인식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남은 저녁 만찬까지 이어지며 6시간가량 진행됐다고 WP는 설명했다. 재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날 만남은 솔직하고 건설적이었으며 포괄적이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도 “깊고, 솔직하고, 실무적인 교류를 진행했다. 회담이 건설적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중·미 쌍방은 글로벌 도전 대응에 관해 소통을 강화하는 데 동의했다”며 “양측은 교류와 상호작용을 유지하는 것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옐런 장관의 방중은 수출통제로 인한 양국 긴장을 완화하고, 중국 지도부와 정기적인 연결 고리를 재구축하는 게 목표였다”며 “재무부 관리들은 애초 의견 불일치에 대한 구체적인 돌파구 마련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고 보도했다. 실제 재무부 관계자도 “(양국 사이) 대형 분쟁들에 관한 합의는 예정에 없었다”며 “리 총리와의 회담 상당 부분은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올바름 메커니즘을 마련하기 위해 대화하는 방법을 논의하는 데 할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시진핑 주석을 만난 이후 재개된 고위급 교류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은 존 케리 미 기후변화 특사가 다음 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도 방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은 대중 견제 조치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어서 양국 긴장이 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블룸버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 등 민감한 기술에 대한 해외 투자를 억제하는 행정명령을 이르면 7월 중 발표할 수 있다”며 “양국 관계가 다시 시험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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