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기침이 잦고 예전만큼 숨 쉬기가 편치 않다면?
절반 가까이가 명확한 원인 없이 발병…심하면 폐이식 받아야
60대 A씨는 언제부턴가 걸을 때 숨이 차고 마른 기침이 나오는 증세를 보였다. 처음에는 감기 증상 같기도 하고 나이가 들어 그러려니 하고 지냈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나도록 나아지기는커녕 마른기침이 더 심해졌고 가만히 있어도 숨이 예전만큼 편히 쉬어지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 검사결과 A씨는 폐가 딱딱하게 굳는 ‘폐섬유증’ 진단을 받았다.
폐섬유증은 폐에 염증이 생겼다 없어지기를 반복하며 폐 조직을 딱딱하게 만드는 것이다. 마치 상처가 아물며 굳은살과 흉터를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폐섬유증 환자는 매년 증가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8년 1만4000여 명에서 지난해 2만여 명으로 43%가량 늘어났다.
폐섬유증의 대부분은 명확한 원인이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이고 평균 생존율이 진단 후 3~4년 정도로 알려진 만큼, 호흡기 증상이 장기간 호전되지 않는다면 하루빨리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특히 약물 치료는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할 뿐 계속 진행된다면 결국 ‘폐이식’이 유일한 치료 방법이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폐섬유증의 대표 증상은 마른 기침과 가래, 호흡곤란 등으로 일반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초기 발견이 어렵다. 또 병이 진행되면 저산소혈증이 심해지면서 손가락 끝이 곤봉처럼 뭉툭해지는 ‘곤봉지’가 생기기도 하고, 심장 기능이 떨어져 몸이 붓기도 한다. 이는 폐섬유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폐질환의 공통적 증상이기도 하다.
폐섬유증이 무서운 이유는 지속적으로 폐가 손상되지만 치명적인 상태에 이르기 전까지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 폐섬유증은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데, 이미 호흡곤란이 있는 상태에서 진단될 경우 통상 3년 이내 절반 정도의 환자가 사망에 이른다.
명지병원 폐암·폐이식센터 백효채 센터장은 8일 “폐는 한 번 파괴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장기인 만큼 50대 이상 장년층은 매년 정기 검사가 필요하고 호흡하는데 예전과 다르게 어렵거나 이상 증상이 느껴질 경우 가능한 빨리 진단 받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폐섬유증 치료는 크게 약물 치료와 폐이식 수술로 진행된다. 하지만 약물 치료만으로 폐가 굳어지는 증상을 완전히 멈추거나, 섬유화된 조직을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섬유화 진행을 늦추는 항섬유화 제제를 사용해 폐기능 악화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만약 약물이나 산소 치료로도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면 수술 치료를 고려한다. 한번 섬유화된 폐는 이전으로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해, 폐 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장기 등 이식 및 인체조직 기증 통계연보’에 따르면 2021년 시행된 167건의 폐이식 중 절반에 가까운 74건(약 44.3%)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였다.
폐는 우리 몸 장기 중 가장 크고 폐이식 수술 시 인공 심폐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장기 이식 수술 중에서도 고난도에 속한다. 특히 뇌사자의 폐를 얻는다 하더라도 바이러스와 세균에 감염 위험이 높고, 뇌사가 발생하면 기능 저하가 다른 장기보다 빠르기 때문에 실제 폐이식에 사용 가능한 것은 30% 정도에 불과하다.
또 오랜 기간 에크모나 기계적 환기 장치에 의존해 온 중증 환자 비율이 높다보니, 수술을 하더라도 비교적 예후가 불량한 편이다. 그만큼 의료진의 숙련도가 폐이식 수술의 성패를 가른다. 특히 환자의 삶에 대한 의지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백 센터장은 “국제 폐이식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양측 폐이식은 60세, 한쪽 폐이식은 65세까지 권고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고령이어도 특별한 질병이 없고 신체 상태가 양호한 경우 폐이식을 시행하기도 한다”며 “폐이식을 시행할 단계에 들어선 환자라면, 힘들더라도 적극적인 운동과 영양 섭취로 수술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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