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생 추억의 자동차, 안 그릴 수가 없죠 [앤디의 어반스케치 이야기]
[오창환 기자]
▲ 전시장에서 포니 쿠페를 스케치했다. 전시장에서 나누어 주는 포니 설계도에 빨간색 마카로 색칠하고 도면 번호를 오려 붙이니까 마치 자동차 설계도면 처럼 되었다. |
ⓒ 오창환 |
도산공원 교차로는 흡사 자동차 회사들의 전쟁터 같다. 사거리 코너에 벤츠와 BMW 전시장이 있고, 그 건너편 코너에 현대자동차 전시장이 있다. 그 옆으로는 아우디 전시장이 있고 근처에 영국, 일본, 스웨덴 자동차 전시장이 있다.
7일 내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현대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진행 중인 <포니의 시간> 전시를 보기 위해서다. 이번 전시는 1974년생 '대한민국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일 뿐 아니라 양산화 되지는 않았지만 전설로 남아 있던 포니 쿠페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로 10월 8일까지 열린다.
비교적 연령대가 되는 사람들 중에 포니의 추억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포니는 많은 가정에서 첫 자가용이었다. 그 시기는 '마이카 시대'나 '오너드라이버'라는 말이 유행했던 때다. 포니는 택시로도 오랫동안 사용됐기 때문에 집에 포니가 없던 사람도 포니를 타보지 못한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7080 영화나 드라마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현대자동차의 포니와 맞서기 위해서 대우자동차에서는 '르망'을 내세웠고 기아자동차에서는 '프라이드'를 만들었다. 모두 대단한 차였지만, 포니의 적수가 되지는 못했다.
현대자동차는 제품을 파는 회사이지만 문화를 파는 회사이기도 하다. 세계 최고의 디자인 역량을 가진 현대가 디자인 헤리티지를 찾은 지는 이미 오래됐고 현대의 헤리티지는 당연히 포니로부터 시작한다. 그래서 마련된 프로젝트가 '포니의 시간'이다.
▲ 왼쪽은 포니 개발 과정을 보여주는 개발자의 노트이고, 오른쪽은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잡지다. |
ⓒ 오창환 |
5층의 주체는 7080 시대. 포니 2 CX 캐나다 수출형 모델이 전시돼 있다. 그리고 그 시대를 소환하는 전시를 하고 있다. 전화기, 텔레비전, 라디오 등의 그림을 시작으로 당시의 물가를 알아볼 수 있는 코너도 있고, 유행하던 잡지도 전시돼 있다. 당시 개봉된 영화 스티커를 나눠주기도 한다.
4층은 포니 아카이브. 포니 웨건과 픽업 그리고 포니 최초 모델이 복원돼 있고 개발 과정의 자료가 전시돼 있다. 지금은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양산된 자동차를 따로 보관하고 않고 모두 판매했다. 전시차들은 모두 시중에 있는 차 중에 상태가 좋은 차를 구해서 복원과정을 거쳐 전시하는 것이다. 물론 지금 생산되는 차들은 포장을 뜯지 않은 굿즈처럼 보관하겠지만 말이다.
3층은 디자인 헤리티지를 전시한다. 포니의 디자인을 재해석한 전기차 아이오닉 5와 포니 쿠페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전 세계 자동차 언론과 마니아를 흥분케 한 N비전 74가 있다.
50년 전의 차는 50년 후의 차 같다
포니 쿠페는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현대자동차의 열망으로 포니시리즈를 처음 디자인한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였던 조르제토 주지아로가 디자인했고, 시작차도 제작했다. 당시에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앞이 뾰족한 쐐기형 자동차가 유행이었는데, 포니 쿠페는 그런 디자인 중에서도 최고다. 현대차는 양산까지 고려했다고 하는데 제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경영상의 압박으로 양산은 포기했다고 한다.
포니 쿠페 양산이 좌절되자 주지아로는 매우 비숫한 디자인을 신생 회사인 들로리안에 판매했고 양산형이 만들어진다. 그 차가 <백 투 더 퓨처>에서 브라운 박사가 타임머신으로 개조해서 마이클 J. 폭스와 함께 시간 여행을 하는 차다. 들로리안은 그 후 제대로 된 자동차 회사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 모델만은 지금도 수집가들의 위시 리스트에 속해 있다.
▲ 위 사진은 포니 최초 모델이고 아래쪽은 이번에 복원 된포니 쿠페다. |
ⓒ 오창환 |
포니 쿠페는 50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시대를 넘어서서 50년 후의 차를 보는 것 같다. 각지면서도 날렵한 디자인, 스테인리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점 등 혁신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 날렵한 모습을 그리고 싶어서 스케치 북을 꺼냈다. 마땅히 앉을 대가 없어서 서서 그릴 수밖에 없지만, 친절한 안내원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막지는 않았다. 이렇게 비례가 중요한 대상인 경우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지 않을 수 없다. 수차례 연필로 그리고 잘못된 부분을 지우고 만년필로 스케치했다. 상황상 현장에서 채색은 불가능해서 집에서 채색했다.
차체는 은색 마카를 사용해서 그리고 수채 물감으로 보완했다. 전시장에서 무료로 포니 트레이싱 페이퍼 설계도를 나누어 주는데, 그것에 수성 마카로 색챌해서 오려 붙였더니 마치 설계도면 같다. 만약에 만약에 포니 쿠페를 복원해서 양산한다면, 얼른 예약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싶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