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고진은 '변장'의 귀재?…자택서 가발 대거 발견

러시아 보안 당국, 프리고진 자택 급습
개인 앨범에선 변장한 사진까지 나와

지난달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현재 행방이 묘연한 러시아 용병 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자택에서 다량의 가발을 비롯한 각종 변장 도구가 발견됐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프리고진의 자택 내 옷장에서 나온 가발들[사진출처=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 보안 당국이 지난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프리고진의 자택을 급습했다고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당국은 옷장에 수북이 쌓인 가발들과 개인 앨범 속 프리고진의 변장 사진을 찾아냈다. 사진 속 프리고진은 리비아 국군 깃발을 배경으로 가짜 수염을 붙인 채 군복 차림으로 서 있거나 갈색 가발에 카피예(아랍 남성들의 두건)를 두르고 셀카를 찍는 등 평소와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에 앞서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프리고진이 모자와 수염 등으로 변장한 모습의 사진 여러 장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더타임스는 "누리꾼이 그를 조롱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으나 가디언은 "조작이 아닐 수 있다"면서 이를 반박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프리고진의 변장 사진[이미지출처=연합뉴스]

가디언이 제시한 근거는 프리고진의 이마와 미간 주름, 여드름 등이 모든 셀카 사진에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과 한 사진에 등장한 어두운 금발 가발이 프리고진의 옷장에 진열돼 있던 가발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또 어설프고 일관성 없는 셀카 촬영 각도와 허술한 조명 등도 이 사진들이 진짜일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가디언은 이 사진들이 진짜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는 말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지난 6일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를 떠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갔다"며 "지금은 아마 모스크바나 다른 곳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리고진의 반란을 중단하는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