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경 151㎞ 거리서 ‘올해 가장 중요한 회의’ 열린다
우크라 전쟁 지원, 스웨덴 가입 등 논의
윤 대통령도 참석…기시다 ‘오염수’ 설명할 듯
한때 구소련 영토였던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오는 11~12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나토 파트너국 정상들도 다수 참석하는 이번 빌뉴스 정상회의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미래가 달려 있는 가장 중요한 회의로 주목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승인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 여부 논의가 주요하게 다뤄질지 주목된다.
나토는 1949년 제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의 유럽 확장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12개국이 결성한 정치·군사동맹이다. 한 회원국이 무력 공격을 받을 경우 다른 회원국들이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91년 소련 붕괴 후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 중 상당수가 나토 회원국이 됐으며, 최근 핀란드의 가입이 승인돼 현재 회원국은 31개국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열리는 리투아니아가 특히 주목받는 것은 러시아와 서방의 긴장 구도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발트 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중 한 곳이기 때문이다. 발트해 연안에 위치한 발트 3국은 총 인구가 약 600만명이며, 북서쪽의 발트해와 서쪽의 러시아 동맹국 벨라루스 사이에 낀 평평한 산림 지대에 위치해 있다.
발트 3국은 1940년 구소련에 합병됐으며, 이 시기 수만 명의 사람들이 시베리아로 강제 이주됐다. 소련 시절 많은 러시아인이 이 지역에 정착했고, 그들의 후손은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다. 발트 3국은 소련이 붕괴된 91년 가장 먼저 독립을 선언하고 그해 유엔에 가입했다. 2004년에는 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각각 합류했다.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 중 가장 영토가 크고 가장 남쪽에 위치해 있다. 남쪽으로는 폴란드, 북쪽으로는 라트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발트해 연안의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 러시아의 우방국인 벨라루스와도 국경을 맞대고 있다. 특히 나토 정상회의가 열리는 빌뉴스는 칼리닌그라드와의 접경지역으로부터 직선거리로 불과 151㎞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
발트 3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 상황의 긴장과 전략적인 중요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리투아니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러시아령 칼리닌그라드에는 현재 러시아 해군 발트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러시아, 벨라루스와의 접경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한 바 있다. 지난 2월 에스토니아 해외정보국이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는 “러시아는 발트 3국을 나토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간주하며, 나토-러시아 간 분쟁이 일어날 시 군사적 압박의 초점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번 빌뉴스 정상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비롯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세우는 통합 국방계획 등이 주요하게 논의될 전망이다.
주요 의제 중 하나는 스웨덴의 나토 가입 여부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안보에 대한 우려로 오랜 군사 비동맹 정책을 포기하고 나토 가입을 신청했고, 핀란드는 먼저 비준을 받아 지난 4월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회원국 가입은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결정되지만, 31개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가 스웨덴의 가입에 반대하고 있다. 스웨덴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반대 의견을 철회하도록 설득할 계획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 울프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하고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냉전 종식 이후 처음으로 세우는 통합 방위계획도 주요하게 다뤄진다. 이번 통합 방위계획은 러시아나 테러 단체의 공격을 받을 경우에 대비해 나토 영토를 북극과 대서양, 알프스 북부 유럽, 유럽 남부 등 세 개 지역으로 나토 영토를 나눠 육해공 통합방위를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간 튀르키예와 그리스가 지중해 지역 해협의 용어를 놓고 분쟁을 벌이느라 이를 마련하는 데 차질을 빚었으나 이 문제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해결될 것으로 회원국들은 기대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 가입과 국가 안보 보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나토 회원국 상당수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지지하는 상황에서도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관련 논의와 공동발표가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핵 보유국인 러시아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는 탓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우크라이나는 다른 국가와 같은 (가입)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며 “그 기준을 쉽게 만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위해 나토 가입 요건을 완화할 수는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도 지난달 독일을 방문한 후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식 초청장 발행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우크라이나를 이번 정상회담에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논의하는 대신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한 경제·군사적 지원 등을 제공하기 위한 별도의 양자 안보 협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 역대 한국 대통령 중 처음으로 참석한 데 이어 올해 빌뉴스 정상회의에도 파트너국 자격으로 참석한다. 이번 빌뉴스 정상회의에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도 나토 아시아태평양 파트너국으로 초청됐다. 나토는 한국을 포함해 유럽 외 지역 40개 나라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이번 빌뉴스 정상회의를 계기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윤 대통령을 만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입장을 설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5일 “일본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다”며 “기시다 총리가 윤 대통령에게 처리수(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과 안전성 등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한일 정상회담을 여는 것을 조율 중”이라면서도 “어떤 의제로 논의할지 사전 논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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