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AEA 사무총장, 野 의혹제기에…"집권해도 IAEA 상대 안할건가"

박현주, 강태화 2023. 7. 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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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그로시(62)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8일 “갈등은 정치의 중요한 요소란 걸 잘 알고 있지만, 한국의 야당도 만약 정권을 차지한다면 IAEA와 상대(deal with)해야 하지 않느냐”며 “나는 야당을 설득(convince)할 권한도 계획도 없지만, 후쿠시마 문제와 관련해 IAEA가 내린 결론에 대해 야당에게 설명(explain)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라파엘 그로시(62)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종호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한국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과학적 검증 결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적인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IAEA 사무총장의 공식 입장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9일 민주당이 요구한 면담에 직접 응할 계획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날 서울 한 호텔에서 진행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학적”, “검증”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정당한 우려는 무시할 수 없고 언제든 제기해야 한다”면서도 “정치적 의도가 있다면 다른 얘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Q : 전날 공항에서 시위대로 인해 입국장을 빠져나오는데 2시간 넘게 걸렸고, 오늘 호텔 앞에도 시민 단체가 모여 있다.
A : “글쎄, 솔직히 좋지는 않았다. 물론 후쿠시마 문제가 한국에 굉장히 민감한 이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특히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에선 당연히 사람들이 각자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다. 나는 (논쟁에) 숨거나 이견을 무시할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서로 존중하는 가운데 좋은 대화를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야당이 주장하는)의구심이 무엇이든 함께 파헤치고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입국했던 7일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 인근에서 시민단체가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을 반대하는 모습. 연합뉴스.

Q : 실제 한국에서 후쿠시마 문제는 상당히 정치화 돼 있다. 야당을 어떻게 설득(convince)할 계획인가.
A : “나는 야당을 설득(convince)할 권한도 계획도 없다. IAEA가 무엇을 하고 있고, 특정한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설명(explain)할 계획이다. 야당 역시 의구심을 보일 수 있고 의제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야당 역시 집권을 원하고 있으며, 그때는 야당 또한 IAEA를 스스로 상대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국은 IAEA의 중요한 회원국이다. (집권을 바라는)야당 역시 IAEA가 굉장히 중요한 기구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Q : 야당 외에 한국 내 시민 단체들을 만나볼 의향도 있는가.
A :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 서로를 존중하는 대화라면 언제나 열려있다. 물론 모욕이나 서로를 향한 부당한 비방은 용납하지 않겠지만, 정당한 우려와 의구심을 가진 모든 분들과는 대화하는 게 내 책무라고 생각한다.”

Q : IAEA의 최종 보고서에 대한 의구심은 어떻게 해소할 계획인가
A : “IAEA는 방류 계획을 평가해 달라는 일본으로부터 ‘학교 숙제’를 받아 든 학생과 같았다. 일본은 이미 해상 방류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 숙제를 받은 우리는 일본의 계획을 과학적 분석에 기반해 꼼꼼히 평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 방류 이후 발생할 일에 대해서도 현장에 상주하면서 수십 년 간 검증할 계획이다. 최후의 한 방울까지 ‘안전하게’ 방류될 때까지 IAEA가 함께 하겠다.”

라파엘 그로시(62)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종호 기자.


그로시 사무총장은 지난 4일 일본을 방문해 IAEA의 최종 보고서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에게 전달한 뒤 3박 4일의 일정을 마치고 곧장 방한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 IAEA가 한국 내 여론의 움직임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의미다.

Q : 한국을 방일 후 첫 방문국으로 꼽은 배경이 궁금하다.
A : “지난해 12월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났고, 지난 5월엔 한덕수 국무총리가 최종 보고서 발표 후 ‘가장 이른 시일 내 방문해달라’고 초청했다. 특히 한국에선 후쿠시마와 관련된 이슈가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한국에 직접 와서 한국인들과 대화하는 것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한다.”

Q : 일본의 인접국인 한국 내 여론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A : “한국은 일본의 중요한 이웃 국가다. 또 IAEA의 중요한 파트너국이자 원자력 에너지 강국이다. 이러한 한국에서 후쿠시마 이슈에 대한 굉장히 명확한 우려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내가 한국에 직접 와서 우려를 직접 청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의구심을 가진 분들을 만나 최선을 다해 설명하고 건설적 의견 교류가 이뤄지길 바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급속히 고도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서 큰 우려를 표했다. 특히 “북한이 오판해 핵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란 우려를 내놨다.

라파엘 그로시(62) IAEA(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이 8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모습. 김종호 기자.

Q : 북핵과 관련한 우려스러운 징후가 계속되고 있다.
A : “북한은 핵 실험을 위한 모든 준비가 이미 다 돼 있다. IAEA는 이미 2009년에 북한에서 철수할 수밖에 없었지만, 위성 사진과 정보원 등을 통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파악하고 있다. 최근 포착된 동향은 북한의 핵 무기 프로그램이 엄청난(massive) 수준으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나는 언제나 ‘역할을 할 준비가 돼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의 ‘오판’을 막아야 하는데, 북한의 완전한 고립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1957년 설립된 IAEA의 여섯 번째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2019년 2월에 임기를 시작한 뒤 지난 3월 재임명돼 임기가 2027년 12월까지 연장됐다. 과거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 등을 역임했고, 2002~2007년엔 화학무기금지기구(OPCW) 사무총장 자격으로 북한 핵시설을 둘러본 경험이 있다. 2014~2016년엔 핵공급국그룹(NSG) 의장으로 활동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날 인터뷰를 마치며 “한국은 IAEA의 매우 중요한 회원국이고, 한국 언론에게도 언제나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며 “언제든 IAEA 본부가 위치한 오스트리아 빈을 방문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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