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방송 뷰] 청춘 애환·사회 문제…판타지 통해 들여다보는 현실

장수정 2023. 7. 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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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생 통해 현실 반영하는 ‘악귀’
현실 앞에 좌절하는 뱀파이어 주인공 ‘가슴이 뛴다’ 등

한국 민속학에 기반 둔 오컬트부터 로맨스와 결합한 시간 여행 등 안방극장에서 ‘판타지’가 인기 장르로 관심을 받고 있다. 새로운 소재 또는 비주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한편, 현실적인 메시지로 공감대까지 놓치지 않으면서 ‘판타지’의 영리한 활용법을 보여주기도 한다.

현재 SBS 통해 방송 중인 금토드라마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드라마다. N년차 공시생 구산영(김태리 분)이 아버지의 장례식 이후 악귀에 씌면서 벌어지는 섬뜩한 일들을 다루면서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악귀의 정체는 무엇인지, 악귀는 구산영을 통해 어떤 것을 하려는지 등 악귀를 둘러싼 비밀들을 파헤치면서 미스터리를 고조시키기도 한다.

ⓒSBS ‘악귀’ 영상 캡처

다만 ‘악귀’가 여느 호러물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 자살귀, 객귀 등 여러 미스터리한 존재들 통해 공포 드라마를 보는 듯한 서늘함을 조성하는데, 동시에 구산영, 염해상(오정세 분)이 악귀 쫓으며 마주하는 각종 사건, 사고들 해결하는 전개에선 범죄 스릴러의 재미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피해자인 듯 보였던 한 원귀(寃鬼)가 알고 보니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사실이 드러나는가 하면, 보이스피싱, 불법대출 등 현실 문제들을 상기시키는 소재를 활용하며 ‘악귀’가 현실에 발 디딘 작품임을 보여주고 있다. ‘귀신보다 사람, 세상이 더 무서운’ 공시생 구산영의 팍팍한 현실 또한 ‘악귀’에 더욱 깊게 몰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SBS 통해 방송되는 ‘악귀’에 대해 우려가 없진 않았다. ‘수위를 높여 호러물의 묘미를 보여주기 위해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또는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는 것이 더 적합했던 것 아닐까’라는 추측이 초반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 전개 통해 시청자 몰입을 이끄는, 호러물의 색다른 변주를 ‘악귀’가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는 안방극장을 채우는 여러 판타지 드라마가 보여주는 흐름과도 다르지 않다. 작가 지망생 육동주(정우 분)와 타인의 고통을 읽는 정체불명의 청년 강산(배현성 분)의 이야기 다루는 JTBC 드라마 ‘기적의 형제’가 그 예 중 하나다. 전생을 기억하는 반지음(신혜선 분)이 꼭 만나야만 하는 문서하(안보현 분)를 찾아가며 펼쳐지는 환생 판타지 다룬 tvN 드라마 ‘이번 생도 잘 부탁해’, 뱀파이어 이야기 담은 KBS2 드라마 ‘가슴이 뛴다’ 등. 최근 ‘판타지’ 통해 차별화된 재미 선사하는 흐름이 생겨난 가운데, 현실적인 이야기 통해 안방 시청자들의 공감을 획득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기적의 형제’는 우선 윤동주를 꿈꾸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청년 육동주의 짠한 면모 통해 공감을 유발한다. 여기에 타인의 고통을 읽는, 초능력을 지닌 강산 통해선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문제 다루며 공감의 폭을 넓힌다. 최근 회차에서는 묻지마 살인 피해자의 가족이 살인 충동 느끼는 순간 체감한 강산이 이를 막아내며 뭉클함을 선사했다.

‘한국형’ 뱀파이어물 강조하며 출격한 ‘가슴이 뛴다’ 또한 현실적인 이야기로 여느 뱀파이어물과는 다른 재미 선사 중이다. 100년 동안 관에 살다가 인간이 되기 직전 관이 열려 다시 현실로 소환된 뱀파이어 선우혈(옥택연 분)은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세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처럼 팍팍해진 현실에 대해 “다 돈 때문”이라며 “돈이 없으니 사람들이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다. 역대급 식량난”이라고 설명한다. 현실 사회의 여러 문제를 마주하게 된 선우혈의 고군분투기가 바로 ‘가슴이 뛴다’의 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를 외치는 청춘들에게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환생 판타지’를 키워드로 삼는 작품이 늘어나는 흐름 속 ‘삶과 죽음’이라는 현실적인 이야기 통해 위로를 선사하는 작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가 환생한 반지음이 문서하를 다시 만나는 이야기 통해 애틋함 유발하는 동시에, 이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해 짚어내고 있다. 환생 판타지가 청춘들에게 ‘인생 리셋’ 쾌감 통해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소재로 활용이 되곤 했다면, ‘이번 생도 잘 부탁해’는 이 같은 현실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판타지 통해 독특한 세계관을 접하는 재미를 선사하는 한편. 현실적 소재로 메시지 강화하며 깊이를 더하는 최근의 판타지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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