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태깡'만 난리? 가수 비도 1일 1깡…52년 '깡 시리즈'의 비밀
“한 개 3000원에 팝니다. 3봉지 남았습니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올라온 글이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먹태깡.’ 출시 일주일 만에 100만 봉 이상 판매되며 품귀 현상이 일어난 뉴페이스 ‘깡’이다. 공식 온라인몰과 편의점에서 자취를 감춘 대신 당근마켓에서 소매가 1700원이 아닌 3000원~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마저도 대부분 ‘거래완료’이거나 ‘예약 중’이다. 새로운 깡 열풍을 실감케 한다.
먹태깡은 새우깡과 감자깡, 양파깡, 고구마깡, 옥수수깡에 이은 6번째 ‘깡’ 스낵이다. 깡 열풍이 분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0년 5월 가수 비로부터 시작된 깡 밈(meme)에 힘입어 같은 해 말 깡 스낵 5종의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을 돌파한 때도 있었다. 이때 출시한 옥수수깡은 출시 40일 만에 200만봉이 넘게 팔렸다.
그렇다고 새로운 깡의 인기가 출시 때 반짝 하고 금세 시들해졌던 것도 아니다. 새우깡은 1971년 처음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52년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과자’다. 새우깡이 갓 출시됐을 때 열기도 지금의 먹태깡과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당시 농심 지방영업소에서는 선금을 들고 찾아오는 도소매점주들로 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서울 동작구 대방동 공장 앞도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즐비했다.
새우깡의 선풍적 인기는 ‘기본에 충실하게도’ 맛에서 비롯됐다. 새우깡을 개발하기 위해 당시 농심 연구원들은 1년간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했다.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t 트럭 80여대분에 이를 정도였다. 이들이 목표로 한 건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친숙한 맛’의 재현이었다. 비스킷, 캔디, 건빵 등이 주 간식이었던 1970년대 물리지 않으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는 맛’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 결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새우를 한국 고유의 간식인 옥수수 뻥튀기처럼 고소하게 튀기는 방법을 고안했다.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튀김 온도가 적절치 않아 수도 없이 태우는 과정을 반복한 결과였다. 또 일반적인 과자와 달리 새우깡은 가열된 소금의 열을 이용해 튀겨내는 파칭(Parching)법으로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냈다.
상품 이름의 중독성도 인기에 한몫했다. ‘깡보리밥·깡밥’ 등 음식명에 종종 붙던 ‘깡’은 사람들에게 대중적이면서도 순박한 이미지로 다가갔다. 과자 이름에 깡이 붙게 된 건 농심 고 신춘호 회장의 딸 덕분이었다. 원래 새우깡의 이름 후보로는 새우스낵, 새우튀밥, 새우뻥, 서해새우 등이 올라왔지만 마땅치 않았다. 그러던 중 신 회장은 당시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아리깡’으로 부르는 것을 듣게 됐고 ‘아리’ 대신 ‘새우’를 넣어봤더니 제법 잘 어울렸다. ‘새우깡’이라는 장수 브랜드의 시작이었다.
올해 출시된 먹태깡은 2021년 사내 아이디어 경진대회를 통해 탄생했다. 당시 한 스낵 개발 연구원이 먹태깡 아이디어를 냈고 약 2년간의 연구 및 개발 끝에 상품화에 성공했다.
먹태깡이 새우깡처럼 52년 후인 2075년에도 여전히 3대가 즐기는 과자로 남을지는 알 수 없다. 농심 관계자는 “먹태깡이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시장에 안착했는지를 가늠할 땐 ‘재구매율’을 따진다”며 “아직 재구매율을 확인할 수 있는 기간이 안 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깡 스낵 모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감자, 고구마, 양파 등 원물의 맛을 그대로 살린 게 특징”이라며 “먹태깡도 마요 찍은 먹태의 맛에 집중했기 때문에 질리지 않고 사랑받는 안주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달 26일 먹태깡을 출시한 농심은 다음 주 생산량을 30% 늘리기로 했다. 오는 8월부터는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스낵 일부를 타 공장으로 이관하고 먹태깡 생산에 더욱 집중한단 계획이다.
이수민 기자 lee.sumi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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