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아닌 거 같다" 과학자도 비명…지구가 열 받은 진짜 이유
올여름 들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연일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세계 곳곳이 전례 없는 고온에 시달리고 있다.
6일(현지시각) 유럽연합(EU)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3S)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6월 전지구 지표면 대기 온도는 평년(1991~2020년)보다 0.5도 이상 높았으며, 1979년 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던 2019년 6월의 기록을 경신했다. 전 세계 해양 역시 역대 6월 중 가장 높은 해수면 온도를 기록했다. 남극의 해빙은 평년보다 17%가량 감소하면서 6월 들어 가장 적은 면적을 보였다.
기록적인 고온 현상은 이달 초에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지구 평균 기온은 관측 이후 처음으로 17도를 넘어섰고, 이후에도 계속 오르면서 신기록을 매일 갈아치우고 있다. 6일에는 평년보다 1.02도 높은 17.23도까지 올랐다. 지구의 절반인 남반구 지역이 겨울철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높은 수치다. 마이애미 대학의 선임 연구 과학자인 브라이언 맥놀디는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관찰된 것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어서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며 “현실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 곳곳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멕시코에서는 45도가 넘는 폭염으로 지난달에만 100명 이상이 숨졌고, 중국 베이징도 올해 40도가 넘는 날이 5일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았다.
기후변화와 엘니뇨의 결합
기상학자들은 당초 온실가스 증가와 엘니뇨의 복귀라는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지구가 다년간의 예외적인 온난화 기간에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3년 넘게 지속했던 라니냐 현상이 종료되고 지난 4일 엘니뇨 발생이 공식 선언되면서 이런 예고는 현실이 됐다. 세계기상기구(WMO) 기후 서비스 책임자인 크리스 휴잇은 “6월과 7월 초의 이례적인 따뜻함은 엘니뇨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했다”며 “이는 육지와 해양 모두에서 더위를 더욱 부채질하고 더 극단적인 기온과 해양 폭염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하라 사막 먼지의 부재
실제로 사막 먼지는 지구의 기후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공기 중 먼지 입자는 햇빛을 흡수하고 반사해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에너지의 양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올해는 대서양의 바람이 평소보다 약했기 때문에 사하라 사막의 먼지가 적었고, 이로 인해 북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이례적으로 높았다는 것이다.
선박 환경 규제가 불러온 역효과?
하지만, 이산화황은 햇빛을 반사할 뿐 아니라 응결핵으로 작용해 구름의 형성을 증가시켜서 지구를 식히는 효과를 가져온다. 바다 위에서 선박이 내뿜는 대기 오염 물질을 줄이려는 노력이 오히려 바다 온도를 약간 상승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기후연구단체인 '카본브리프'(Carbon Brief)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해운업의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한 규제의 부작용으로 2050년까지 지구 온도가 약 0.05도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산화황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정확한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비영리단체 버클리어스의 로버트 로데 수석 과학자는 SNS를 통해 “해양 황 오염의 감소가 온난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충분한 이론과 증거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이러한 온난화는 지역적으로 중요할 수 있지만, 몇 년 동안의 지구 온난화에는 미치지 못할 정도로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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