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패 스토퍼' 곽빈, 이번엔 두산 6연승 견인
[양형석 기자]
두산이 뛰어난 공수 균형으로 안방에서 키움을 제압하며 3위 자리를 사수했다.
이승엽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6안타를 터트리며 10-0으로 대승을 거뒀다. 7회 2득점, 8회6득점을 올리며 키움과의 주말 3연전 첫 경기를 손쉽게 잡아내고 시즌 첫 6연승을 질주한 두산은 이날 비로 경기가 열리지 않은 공동 4위 NC다이노스, 롯데 자이언츠와의 승차를 1경기로 벌렸다(39승1무36패).
▲ 지난 6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1회초, 이날 1군에 복귀한 두산 선발 투수 곽빈이 역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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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이영하 이후 끊긴 두산의 토종에이스
흔히 KBO리그에서는 외국인 원투펀치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는 토종에이스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토종에이스가 상대 토종에이스와의 맞대결에서 거두는 승리는 단기전에서 1승 이상의 높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다니엘 리오스와 맷 랜들로 이어지는 '34승 외국인 듀오'를 거느리고도 SK와이번스에게 2연승 후 4연패를 당했던 두산은 토종 에이스의 중요성을 더욱 잘 알고 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던 2015년과 2016년에는 '꾸준함의 대명사' 장원준과 '느림의 미학'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좌완듀오가 있었다. 장원준과 유희관은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30승을 합작하는 활약으로 선발진을 이끌며 두산의 4번째와 5번째 우승을 견인했다. 특히 22승의 더스틴 니퍼트,18승의 마이클 보우덴과 함께 무려 70승을 합작했던 2016년의 '판타스틱4'는 KBO리그 역사에서도 손에 꼽히는 막강한 선발진이었다.
두산이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19년에는 이영하라는 프로 4년 차에 불과한 20대 초반의 젊은 토종 에이스가 등장했다. 2018년 프로 입단 3년 만에 두 자리 승수를 따내며 빠른 성장속도를 보인 이영하는 2019년 다승 공동 2위에 해당하는 17승을 올리면서 단숨에 두산의 토종 에이스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영하는 2019년을 끝으로 최근 3년 간 선발과 불펜을 전전했고 올해도 선발이 아닌 불펜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이영하에서 끊어진 두산의 토종에이스 계보는 2020년 유희관과 사이드암 최원준이 나란히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며 힘들게 이어가는 듯 했다. 하지만 유희관은 더 이상 한국시리즈 같은 큰 경기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가 아니었고 최원준 역시 유독 한국시리즈에서는 정규리그에서 보여준 안정감을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두산은 2020년 한국시리즈에서 구창모라는 NC의 젊은 좌완에이스에게 고전하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두산은 2021년에도 최원준이 12승을 올리며 토종에이스 역할을 해줬고 가을야구에서 키움과 LG트윈스, 삼성 라이온즈를 차례로 꺾고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3인 로테이션을 써야 할 정도로 선발투수가 부족했던 두산은 국가대표 잠수함 고영표를 불펜으로 돌릴 만큼 여유가 넘쳤던 kt 위즈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결국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kt에게 내리 4연패를 당하며 2년 연속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연패 끊은 경기만 6회, '토종에이스' 진가발휘
KBO리그의 '원년MVP'이자 베어스팬들에게는 영원한 '불사조'로 기억되는 박철순의 배명고 후배 곽빈은 고교 시절 투타에서 모두 재능을 보였고 3학년 때 팀을 청룡기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선정됐다. 곽빈은 이어진 U-18 야구월드컵에서도 안우진(키움)이 빠진 대표팀의 우완 에이스로 활약하며 한국의 준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두산은 차세대 에이스 후보가 될 수 있는 특급 유망주 곽빈에게 1차지명과 함께 3억 원의 많은 계약금을 안겼다.
곽빈은 루키 시즌부터 1군에서 불펜투수로 활약했지만 32경기에서 31이닝을 던진 후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며 시즌 아웃됐다. 설상가상으로 재활 도중 통증이 재발하면서 2020년까지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성영훈을 비롯해 남경호, 한주성 등 고교시절의 혹사로 인해 프로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은퇴한 유망주 투수가 유난히 많았던 두산에게 곽빈의 긴 공백은 불안함을 키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곽빈은 2021년 마운드에 복귀해 1군에서 98.2이닝을 소화했고 작년 시즌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하고 규정이닝을 채우면서 27경기에서 8승9패 평균자책점3.78이라는 좋은 성적을 올렸다.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황금기'가 끝나고 작년 9위로 추락하며 김태형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마저 재계약이 무산됐던 두산에게 곽빈이라는 토종에이스 후보의 발굴은 단연 최고의 수확이었다.
그리고 곽빈은 올 시즌 맹활약을 통해 이승엽 감독의 첫 번째 토종에이스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5월에 허리부상으로 두 차례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지만 모두 열흘 만에 복귀한 곽빈은 올 시즌 12경기에 등판해 7번의 퀄리티스타트와 함께 8승2패2.08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이닝(65이닝)에 비해 사사구(36개)가 다소 많지만 .176의 피안타율과 1.11의 이닝당 출루 허용수(WHIP),2.08의 평균자책점은 모두 리그 최고 수준이다.
올 시즌에만 무려 6번이나 팀의 연패를 끊어내는 승리를 챙겼던 리그 최고의 '연패스토퍼' 곽빈은 7일 키움전에서는 두산의 6연승을 이끄는 투구를 선보였다. 연패는 끊어주고 연승은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투수를 야구에서는 '에이스'라고 부른다. 오는 13일 SSG랜더스와의 경기에서 시즌 9승을 노리며 전반기 '유종의 미'를 거두려 하는 곽빈은 올 시즌 두산의 토종에이스라는 이름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활약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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