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월남전 용사도 쌈짓돈 털렸다…1600억 코인 사기 실체
“주 피의자들이 범행 일체를 부인했지만, 증거가 차고 넘쳤습니다.”
1600억원대 다단계 코인 사기를 벌인 ‘몽플러스’ 일당을 일망타진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소속 최성일(54) 경감은 지난해 7월 안양 몽플러스 본사를 압수수색할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왕복 1000㎞ 운전하며…“아직 희망” 피해자부터 설득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해 5월부터였다. 2018년 8월 설립된 몽플러스는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매일 투자 원금의 1.2~1.5%를 ‘데일리 수당’으로 지급한다”고 꼬드겨 2만2000여명으로부터 1600억원 가량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수당 지급이 중단되자 “사기 당했다”“이혼 위기에 놓였다”는 피해자들이 전국 경찰서로 몰렸다.
지능범죄 수사 경력 28년의 최 경감은 “집중 수사를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청도 마침 사건을 경기남부청에 배당하면서, 최 경감 팀이 수사를 맡았다.
수사팀은 첫 한 달 간 우선 다단계 사업 구조를 숙지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강제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도 분석했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데 더 힘을 쏟았다. 전국 62개 지점을 일일이 찾아 피해 회원들과 모집책은 물론, 세미나를 열어 사업을 홍보하는 교육책까지 만나 사건 실체를 파악했다. 부산·울산·경남에 피해자들이 몰려 있어 왕복 1000㎞를 운전하는 일도 예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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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지사기 형태로 지급한 수당마저 ‘0원 코인’
수사가 진척되면서 확인된 피해자는 2만2000명이 넘었다. 몽플러스 본사와 서버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계정 5만1526개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한 뒤, 중복되는 휴대전화 번호는 제외하고 추산한 수치다. 피해 금액은 1인 당 100만원에서 4억원으로, 총 1664억원으로 집계됐다.
범행의 윤곽도 조금씩 드러났다. 투자자 모집에는 이른바 ‘300% 순환 마케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600만원을 투자하는 경우, 하루 9만원 수당을 자신들이 만든 ‘노즈코인’으로 100일간 지급해 투자원금의 150%를 보장하고, 홍보 인센티브로 추가 수익 150%를 보장해 총 300% 수익을 실현하게 해준다는 게 ‘300% 순환 마케팅’의 내용이다.
신규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일부 지급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였지만, 피해자들은 몽플러스의 정교한 홍보 전략에 넘어갔다. 4선 국회의원을 고문으로 홍보물에 기재하는 한편, 자신들이 계획한 반려동물 비문(코 지문) 인식 기기 개발 등 사업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2.8% 지분을 투자했다고 거짓으로 알렸다. 피해자 이모(60)씨는 “직장 생활만 40년 하다 보니 바깥 사정에 어두워서 산업은행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속아 노후자금 4억원을 몽플러스에 투자했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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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월남전 참전용사 쌈짓돈도 털렸다
최 경감 팀은 8개월여 수사를 벌인 끝에 대표이사 박모(52·구속기소)씨와 단장 문모(61)씨, 전산부장 김모씨 등 주범 3명을 사기 등의 혐의로 구속 송치하고 전국 62개 센터의 지점장 등 67명을 검거했다. 박씨의 부인과 20대 아들도 사기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 일가는 사기 행각으로 거둬들인 돈으로 고급 외제차를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즐긴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서민층 이었다. 노후 자금으로 평생 모은 현금 4억원을 날린 이씨 외에도 베트남전 참전했다가 왼쪽 다리를 잃은 국가유공자 이모(82)씨 딱한 사연이 즐비했다. 유공자 이씨의 2300만원도 증발했다. 이용주 경기남부청 반부패3계장은 “젊은이들이 가상 자산에 투자해 큰 돈을 벌었다는 소문에 휩쓸린 60대 이상 노인과 부녀자들이 타깃이 됐다”고 말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1부(부장 송인경)는 박씨 등 주범 3명에 대한 재판을 다음 달 16일 열 계획이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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