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1조 넘게 썼는데...뒷통수 맞은 뉴욕

[한국경제TV 박근아 기자]

테슬라의 공장 건설 약속만 믿고 거액을 투자한 미국 뉴욕주(州)가 결국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일론 머스크에게 뒷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뉴욕이 테슬라를 위해 지난 8년간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 이상을 지출했지만, 테슬라의 당초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테슬라는 지난 2016년 뉴욕주 버펄로에 미국 최대의 태양광 패널 생산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020년까지 매주 1천 채 이상의 가옥에 설치할 수 있을 태양광 패널이 생산될 것이라면서 버펄로 지역에 1천400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뉴욕주 주지사였던 앤드루 쿠오모는 "너무 좋아서 꿈인지 생시인지 믿을 수 없다"고 말할 정도로 뉴욕주는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뉴욕주는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여의도 면적의 4분의 1에 달하는 대지를 매입해 테슬라에 단돈 1달러에 임대하고, 교육센터를 건설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현재 테슬라 공장의 태양광 패널 생산량은 당초 약속의 2%에 그친다. 테슬라가 이 지역에서 고용한 직원들도 대부분 저임금 행정직원으로, 태양광 패널 생산과 관련 없는 다른 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태양광 패널 사업에 대한 머스크의 관심이 줄어든 영향이다. 머스크는 지난 2019년 한 소송에서 자신이 최근 2년간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양산해야 한다는 압박감 탓에 태양 에너지 사업에 대해선 집중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최근 뉴욕주 감사실 조사에 따르면 뉴욕주가 투입한 보조금 1달러당 경제적 효과는 54센트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나 보조금 절반 가까이 낭비됐다는 점이 드러났다. 뉴욕주는 테슬라에 대한 보조금 지급 조건을 수정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에 처음부터 뉴욕주와 테슬라 간의 계약이 불리한 조건이었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보통 공장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세금 감면 등을 해주는 것과 달리 공장 건설 부지를 직접 지원했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션 라이언 뉴욕주 상원의원은 태양광 패널 생산 공장에 대한 뉴욕주의 보조금 지급에 대해 "형편없는 협상이었다. 다른 주지사들에게 '자기중심적인 억만장자와 협상할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