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일본인 줄 알았다" '홍키하바라'를 아시나요
日 오타쿠 성지 '아키하바라' 연상시켜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겨, 스티커 인기
'오자마녀 도레미 반다이 마법봉 4종 단품 세트 꼬마 마법사 레미 페페르토호른 피콧호른 스위트호른 쥬얼리호른'
판타지 소설 속 마법사의 주문 같지만, 누적 판매율 상위권에 있는 한 마법봉의 상품명이다. 가격은 9000원. 이마저도 현재 재고가 없다. 어린이들이 주로 가지고 놀 것 같지만 20대 성인들이 찾는다고 한다. 이런 소비자들은 일본말로 '오타쿠(御宅)'라 불린다. 게임, 만화 등 어느 한 분야에 심취한 마니아를 뜻한다. 한국식 발음으로 바꿔 부르면 '오덕후', 이를 다시 줄이면 '덕후'가 된다.
이들이 즐겨 찾는 곳이 있다.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이다. 5, 6, 7, 8, 9번 출구 인근에는 모두 굿즈샵이 들어서 있다. 지난 5일 기자가 찾은 'H마켓' 역시 '명탐정 코난 홀로피카 카드 랜덤 굿즈' '은혼 파샤코레 포토 카드' '앙상블 스타즈 애니메 카페 한정 코롯타' 등, 덕후들이 좋아할 상품들로 가득했다.
이 마켓 인근에서 만난 20대 중반 대학생 김모씨는 "(상품) 가격대가 부담 없고, 그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많으니까 가끔 온다.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반응도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생 최민아(24) 씨는 "귀멸의 칼날이나 슬램덩크 같은 제가 좋아하는 물건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가게도 좋고, 주변에 (굿즈샵) 가게가 많아,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대입구역 인근에 굿즈샵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 1~2년 사이라고 한다. 'H마켓' 이지혜 대표는 "굿즈샵이 원래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는데, 2년 전부터인가 가게가 들어서기 시작해, 좀 많아졌다. 아마 열 군데가 넘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에 '아키하바라'라고 유명한 관광지가 있는데, 이 일대를 '홍키하바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비자들은 10대부터 20대가 많고, 30대 고객도 많다"고 덧붙였다.
아키하바라는 '만화 왕국' 일본을 상징하는 오타쿠 문화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 이를 빗대어 홍대입구역 일대가 덕후들의 성지로 떠오른 셈이다.
'H마켓'을 나오면 바로 맞은편에는 프라모델 건담을 비롯해,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겨를 판매하고 있는 상점이 있다. '원피스' '슬램덩크' 등 유명 만화 주인공은 물론, 디즈니 캐릭터들까지 다양한 장난감과 피겨가 진열돼 있었다.
그런가 하면 굿즈샵이 몰려있는 이곳 거리에서는 '일회용 카메라' 자판기도 볼 수 있다. 카메라 가격대는 보통 30,000원이며, 필름도 자판기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20대 대학생 이 모 씨는 "이런 자판기가 있었는지 몰랐다. 신기하다"면서 "동네가 '힙'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다양한 상품이 소비 욕구를 자극한다고 말한다.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어릴 때부터 건담에 관심이 많았다. 또 원래 이쪽 거리가 굿즈로 유명하다"면서 "가격대가 좀 비싸지만, 그래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20대 회사원 김모씨는 "피겨도 사지만, 작은 액세서리도 산다. 사지 않고 아이쇼핑만 해도 즐겁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유통가에서는 경제력을 갖춘 '덕후'들을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2021년 5월 홍대입구역 4번 출구에 자리 잡은 'AK&홍대'는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매장인 '애니메이트'와 원피스 전문점, 중고 피겨 판매숍 등을 입점시키며 덕후들의 큰 환영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5월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건담베이스 팝업스토어를 열고 한정판 상품들을 판매했다. 당시 건담을 사기 위해 30~40대 남성들이 줄 지어선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아예 '오픈 런'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롯데아울렛도 비슷한 시기에 레고 팝업스토어를 여는 것을 비롯해 자체 제작 캐릭터 밸리곰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지난달 BGF리테일은 자사 편의점 CU에서 랜덤으로 인기 캐릭터 피규어를 판매하는 프리페이드 결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홍대라는 동네가 청년들이 많아, 특색있는 소비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 같다"면서 "이렇게 작은 가게들뿐만 아니라, 유통가에서도 '덕후'들을 위한 마케팅을 많이 하고 있다. 하나의 문화가 되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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