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글돈글]"물가 방어엔 주식이 제격"…美 베이비붐, 금융 투자에 몰두

이지은 2023. 7. 8. 07: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 전 세계 곳곳에서 돈이 도는 모든 이야기를 재밌게 소개해드립니다. 가까운 나라 일본부터 먼 나라 유럽까지, 각 나라의 시장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어떻게 돈이 흐르고 있는지 친절한 경제 기사로 접해보세요.

은퇴를 앞둔 베이비붐(1946~1965년생) 세대라면 현시점에서 노후자산을 어떻게 굴려야 할지를 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입니다. 일부는 퇴직금을 들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기도 하고 30·40대에 사둔 부동산에서 나오는 현금을 생활자금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하죠. 또는 인생 제2막을 꿈꾸며 다시 재취업에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세대의 미국인들도 노후자금 설계가 주된 관심사입니다. 다만 미국 베이비붐 세대들은 한국과 달리 적극적인 금융 투자로 은퇴 후 자산을 축적하고 있는데요.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한국 장년층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장년층이 자산 운용 전략으로 주식 투자를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美 장년층 3분의 2, 주식 보유…전 재산 주식에 쏟아붓는 경우

미국의 베이비부머가 주식투자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통계로 확인됩니다. 지난 4월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미국인 중 3분의 2가 직접투자 또는 뮤추얼펀드나 퇴직 계좌를 통해 주식을 가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 입회장에서 한 트레이터가 모니터를 골똘히 지켜보고 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연금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매우 높았는데요.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는 자사에서 개인퇴직연금을 가입한 55세 이상의 적극적인 투자자 절반 가까이가 포트폴리오 70% 이상을 주식으로 채웠다고 밝혔습니다. 2011년에는 전체의 38% 만이 이런 투자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베이비붐 이전 세대에서도 주식 투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 과세 대상 계정을 가진 85세 이상의 노년층 5분의 1이 모든 자산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75세에서 84세 사이의 노년층의 경우 전체의 4분의 1이 전 재산을 주식에 쏟아부었습니다.

증시 활황과 저금리…베이비부머 주식 투자 부추겨

베이비붐 세대들이 이처럼 주식 투자에 몰두하는 배경에는 장기간 지속된 저금리와 인플레이션이 원인으로 지목됩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부터 팬데믹 이전까지 전세계에는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됐습니다. 단순히 저금만으로는 재산을 축적하기 어려워진 것이죠.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에 미국인들은 주식시장에 뛰어들며 활로 모색에 나섰습니다. 1982년 이후 S&P500지수는 연평균 10.1%의 수익률을 기록했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로는 시장에 공급된 유동성에 힘입어 증시가 더욱 날개 돋친 듯 상승했습니다. 2009년 3월 미국 증시가 저점을 찍은 뒤 S&P500 지수는 무려 700% 이상 올랐습니다. 이 시기에는 은행에 돈을 묻어두기보다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야 더 효율적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팬데믹 이후에는 물가가 급격히 뛰면서 개인연금만으로는 생활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퇴한 중장년층이 물가 방어를 위해 적극적으로 주식 투자에 뛰어드는 사례들을 소개했습니다.

76세의 전직 IT 기업의 임원인 바타라차야는 전 재산의 대부분을 어도비와 애플, 엔비디아 등 기술주에 투자했습니다. 바타라차야는 개인연금과 정부로부터 사회 보장 혜택도 받고 있는데요. 그러나 물가가 매우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연금에만 의존할 수 없었습니다. 바타라차야는 연금으로 기본 생활비를 충당하되 주식 투자에서 나온 수익금으로 모자란 지출을 채웠습니다.

2000년 4월 미국의 뉴욕 타임스퉤어 앞의 전광판에서 한 행인이 나스닥 지수를 살펴보고 있다. 당시 나스닥 지수는 5일간 25%가 하락하며 전세계 증시의 도미노 폭락을 불러일으켰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미국의 증시 호황기에 투자에 뛰어들어 풍부한 금융 지식을 갖출 수 있었다는 점도 이들이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힙니다. 대다수의 베이비부머는 1980년대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는데요. 당시 주식시장은 연일 상승세를 거듭하며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줬습니다.

이들은 이후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 위기를 겪으며 주식이 급락했다 반등하는 양상을 여러 차례 목격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을 겪으며 주식은 언젠가 다시 회복하며 안전한 투자방식 중 하나라는 믿음이 생겨난 것이죠. CNBC와 파이낸셜 뉴스 네트워크 등 다양한 경제매체가 생겨나며 베이비부머가 주식에 뛰어들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수명 증가도 투자 열풍 요인…전문가, 주식에 쏠린 자산 운용 경고

일각에서는 베이비붐 세대의 수명이 늘어난 것도 이들이 주식에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미국 남성과 여성의 평균 수명은 1940~1960년대에 비해 각각 5년, 8년씩 늘어났습니다. 수명이 늘어나면서 예전보다 더 큰 규모의 은퇴자금이 필요해진 것입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주식에만 초점을 맞춘 자산운용 전략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합니다. 만약 증시가 폭락할 경우 주식을 헐값에 매도해야 하므로 당장 취업 전선에 뛰어들기 힘든 노년층일수록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죠.

최근 한국에도 물가가 급격히 오르는 상황에서 근로소득과 은퇴자금에만 의존할 경우 빈곤을 면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층과 중년층이 잇달아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데요.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한 기존 세대와 달리 미래의 장년층은 미국과 같은 양상을 띠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