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엘니뇨로 ‘달달’ 아니라 ‘덜덜’…요동치는 국제 설탕 생산량 [슈거플레이션 공포②]
이상기후에 요동치는 생산량
흔들리는 세계 식량 시장
식자재 가격 자극 물가 요동 우려
올 하반기 ‘슈퍼 엘니뇨’ 발생 가능성이 커지자 슈거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지난 5월 설탕 가격지수는 전월(149.4)보다 5.5% 상승한 157.6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가격지수 116.8과 비교하면 넉 달 동안 34.9% 상승했다.
다만, 최근 원당가격은 안정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말 원당 선물 가격은 전월 말 대비 각각 8.7% 하락했다. 올해 내내 꾸준히 상승했던 ‘슈거플레이션’ 우려까지 불러왔던 원당 가격은 지난달 중순부터 내림세를 보인다.
원당 안정세를 자극할 복병으로 엘니뇨 현상이 떠오르고 있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환경예측센터(NCEP)에 따르면 기후예측센터는 지난 4일 세계평균 기온이 17.18℃를 기록해 전날(17.01℃) 세운 사상 최고 기록을 불과 하루 만에 경신했다고 밝혔다. 종전 기록은 2016년 8월(16.92℃)이었다.
지구 평균기온은 위성을 통한 기상 관측 자료를 종합해 평균값을 낸 것이다. 17℃ 선을 넘었다는 것은 온난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의미다.
지난 5일 영국 가디언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울로 세피 영국 임피리얼칼리지 그랜덤연구소 기후과학 강사는 가디언에 “엘니뇨는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고 북반부에서는 여름이 한창”이라며 “앞으로 며칠 또는 몇 주 내 기록이 다시 깨져도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독일 라이프치히대학에서 대기 방사선을 연구하는 카르슈텐 하우스타인 박사도 엘니뇨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평균 기온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7월은 약 12만 년 전 간빙기 이래 가장 더운 달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앞서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엘니뇨가 6~8월, 7~9월 나타날 확률은 각각 70%, 80%로 전망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계속하는 현상을 말한다. 또 엘니뇨 감시구역 수온이 평년보다 1.5℃, 2.0℃ 이상 차이가 생기면 ‘강한 엘니뇨’와 ‘슈퍼 엘니뇨’로 나뉜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바닷물 온도가 높아지면서 국지성 폭우와 강우량이 늘어나 주요 원당 생산국 사탕수수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국제금융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국제 원당가격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원당가격은 주요 생산국 공급 차질로 인해 지난 4월 중 오름세(전월 대비 21.3% 상승)를 보였다.
이어 지난 5월 이후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물 출회 등으로 조정(전월 대비 7.2% 감소)을 나타내며 상승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하반기 엘니뇨가 본격화하면 계절 요인을 받는 곡물 가격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최대 설탕 생산국인 브라질(세계 원당 수출량 58%) 작황과 인도·태국 사탕수수 생육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인도 제당공장협회(ISMA)는 2022~2023년 기준 원당 생산량 전망치를 3650만t에서 지난 1월 3400만t으로 줄이는 데 이어 최근 3280만t으로 추가 하향 조정했다. 인도 정부는 바이오연료 활성화 정책으로 사탕수수 일부를 에탄올 생산에 투입해 원당 생산량에 제약이 걸리기도 했다.
태국은 이상기후, 고부가가치 작물 전환 등으로 생산이 예상보다 부진했다. 네덜란드 다국적 금융 협동조합(Rabobank)은 생산량 전망치를 1200만t에서 1100만t으로 하향했다. 유럽연합(EU)도 지난해 오랫동안 이어진 폭염과 가뭄 등으로 생산량이 하회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원당과 설탕 수입 대부분을 호주, 태국 등에 의지하고 있어 생산량 감소 전망에 따른 수급 압박 요인이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8~2022년 우리나라 원당 평균 수입량은 183만t이다. 이 중 호주에서는 106만3000t(58.1%), 태국은 45만4000t(24.8%)인 것으로 조사됐다.
설탕은 같은 기간 평균 10만8000t을 수입했다. 이 가운데 태국이 8만3000t(76.4%)으로 수입량이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호주와 태국은 무관세가 적용돼 설탕 수입 의존도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를 기록했으나 설탕 가격 인상은 국내 먹거리 물가에 고스란히 전파된다. 과자나 빵, 음료 등 주요 가공식품을 사용하는 외식업계, 소비자 등에게 직접 다가와 가격 인상 위기가 심화할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국제곡물가격은 우려했던 파종 후 기상악화가 가시화된 가운데 정치적 변수(흑해 곡물협정)가 가세함에 따라 상방 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라며 “날씨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하면 상황에 따라 가격 진폭도 크게 확대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제로 슈가’ 열풍에도 연이은 설탕값 상승…정부, 가격 안정 대책은[슈거플레이션 공포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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