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기술 들어갔다…'현피' 도발 머스크 누른 스레드 대전
최근 온라인에서 싸우다 ‘현피(현실에서 만나 결투한다는 은어)’로 번진 일론 머스크(52)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마크 저커버그(39) 메타 CEO 간 신경전의 결말은?
일단 1차전은 저커버그의 판정승(勝).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미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이렇다.
전세계 소셜미디어(SNS) 시장을 양분하는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제대로 맞붙었다. 지난 6일 저커버그의 메타가 트위터를 겨냥한 500자 단문 SNS ‘스레드(Threads)’를 새로 출시하면서다.
트위터는 텍스트 길이가 280자(한국은 140자)로 제한되는 단문 SNS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 메타가 유사한 플랫폼을 만들어 도전한 셈이다.
저커버그는 이날 “스레드가 출시 16시간 만에 가입자가 3000만 명을 돌파했다”면서 “10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개적인 대화 앱이 있어야 한다. 트위터는 기회가 있었지만 이걸 못 했고, 우리가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스레드 출시 첫날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 배우 겸 가수 제니퍼 로페즈,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연방 하원의원(민주당) 등 유명 인사들이 트위터에서 스레드로 ‘이적’해 왔다.
경쟁사인 트위터는 법정 다툼을 예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알렉스 스피로 트위터 변호사는 “메타가 지난 1년 동안 트위터에서 나간 직원 수십 명을 고용해 트위터의 영업 비밀과 지적 재산을 체계적이고 고의로 도용했다”는 서한을 저커버그에게 보냈다. 머스크도 트위터에 “경쟁은 괜찮지만, 도용은 안 된다”며 힘을 보탰다.
‘세기의 현피’ 부른 SNS 대전, 법정서 2차전?
이에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위치를 찍어라(send me location)”라고 짧게 맞받았다. 이 역시 UFC에서 싸움을 걸 때 쓰는 단골 멘트다.
농담인 줄 알았던 두 사람의 온라인 신경전은 데이나 화이트 UFC 회장이 등판하면서 사뭇 진지해졌다.
NYT에 따르면 저커버그가 먼저 화이트 회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머스크가 진심인지 궁금하다”고 했고, 화이트 회장은 머스크·저커버그와 번갈아 통화하며 두 사람의 의중을 확인했다.
화이트는 “진짜로, 둘 다 진지하게 대결을 생각한다”고 언론에 밝혔다. 이후 미 연예매체 TMZ 등에선 “두 사람의 경기는 자선 경기가 될 것이며, 대전 장소는 라스베이거스”, “두 사람의 대전 가치가 1조원에 달한다”는 ‘썰’들이 쏟아졌다. 급기야 이탈리아 문화부 고위 관계자가 저커버그에게 연락해 “두 사람이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대결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IT 거물들이 현실에서 한판 붙는다는 말에 온라인이 뒤집혔다. 구글엔 ‘머스크 대 저커버그’ 연관 검색어가 생겼고, 트위터에는 관련 계정도 개설됐다.
두 사람의 ‘신체 스펙’도 거론됐다. 저커버그는 174㎝에 70㎏, 머스크는 190㎝에 최소 90㎏이라고 한다. 체격은 머스크가 크지만, 저커버그는 머스크보다 13살이나 젊은 데다 주짓수를 오랫동안 단련해왔다.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다. 이에 머스크는 지난 4일 UFC의 스타 선수에게 기술을 전수받는 사진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심각한 분위기에 주변 사람들이 진화에 나섰다. 머스크의 모친인 메이 머스크는 지난달 트위터에 “차라리 말로 싸워라”며 만류했다.
머스크의 전기 작가 월터 아이작슨도 지난 6일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두 사람 다 비유적인 말을 한 것”이라며 결투 가능성을 일축했다. 아이작슨은 “지난주 팰로알토에서 머스크를 만났는데, 딱히 대결을 위해 몸을 만들고 있진 않았다”면서 “베이컨이 들어간 치즈버거에 커다란 아이스크림, 고구마튀김을 시켜 먹더라”고 말했다.
11년 만에 적진 등판한 저커버그 “넌 뭐야”
저커버그는 지난해 10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한 이후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트위터를 정면으로 공략하고 나섰다. 머스크는 작년 11월 이후 트위터 인력을 절반이나 해고했다. 이 인력들이 메타로 들어가 트위터를 베낀 스레드를 출시했다는 게 트위터 측 주장이다. 이에 메타는 “스레드 개발팀에 트위터 경력을 가진 이들은 없다”고 반박했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직후 각종 민사 소송에 휘말리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논란이 된 인사들의 트위터 계정을 복원시키면서 극우 성향 콘텐트를 트위터가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최근엔 기술적인 문제로 1인당 볼 수 있는 게시물 숫자가 일시적으로 제한되는 일도 빚어졌다.
‘상극’ 머스크·저커버그, 자산 증식은 나란히 1·2위
저커버그는 부인 프리실라 챈과 만든 비영리 재단을 통해 지난 2020년 대선에서 전국 선거 사무소에 4억 1900만 달러(약 5400억원)를 초당파적으로 지원했다. 머스크는 이를 두고 지난 4월 언론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근본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 것”이라고 저격했다. 이에 저커버그는 “나는 민주당원도, 공화당원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좌충우돌하는 머스크는 조 바이든 현 미 정권과는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왔다. 미국이 첨단 산업의 탈중국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머스크는 올해 5월 테슬라의 중국 상하이 공장을 시찰하고 중국 고위 관계자를 두루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머스크가 다른 나라와 부적절한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극’인 머스크와 저커버그지만, 공통점이 있다. 올 상반기 막대한 부를 끌어모았다는 점에서다.
지난 3일 공개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전세계 IT 억만장자들의 부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머스크가 966억 달러(약 126조)로 자산 증가 폭 1위였고, 589억 달러(76조원) 늘어난 저커버그는 2위였다. 이로써 두 사람의 총자산은 머스크 2480억 달러(약 323조), 저커버그 1070억 달러(약 139조)가 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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