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잠꼬대의 '진실'을 밝혀낸 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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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정신이 따로 놀면 곤란하다.
20세기 초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사람의 정신을 의식-무의식으로 구분하고, 무의식의 징후로 꿈을 들었다.
무의식에 얼추 해당하지만, 그게 꿈의 본질이 되진 못한다.
의식 속 내가 아무리 꿈속에서 전력 질주해도, 내 몸은 가만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 고장이 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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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수면(REM sleep) 얘기다. ‘렘’은 급속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의 줄임말이다. 1950년대 초반, 미국의 한 과학자가 수면 중의 기이한 눈 동작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지만, 렘수면의 본질은 몸-마음의 괴리다. 잠들면서 느려졌던 뇌파가 렘수면의 시작과 함께 빨라진다. 정신이 활동을 개시하는 것이다. 렘수면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절벽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뛰어가기도 하고, 날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 몸, 구체적으로 근육은 이완된 상태를 유지한다. 꿈속에서 옆 사람을 때려도, 내 팔근육은 미동하지 않는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일까?
렘수면은 잠잘 때 일어나는 특징적인 두 현상의 본질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하나는 꿈, 하나는 잠꼬대다. 20세기 초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사람의 정신을 의식-무의식으로 구분하고, 무의식의 징후로 꿈을 들었다. 꿈은 무의식의 반영이란 얘기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꿈은 렘수면 중에 ‘발생’한다. 과연 무의식의 반영일 뿐일까.
렘수면 당시의 생리적 신호가 꿈의 재료다. 자면서 팔이 눌려 저리면, 꿈속에서 우리는 싸우는 중에도 주먹을 날리지 못하고 팔이 아파 전전긍긍한다. 물론 생리적 신호의 반영만은 아니다. 렘수면 중의 우리 정신은, 깨어 있을 때 받아들인 자극들을 책 정리하듯 구획하고 가다듬는다. 무의식에 얼추 해당하지만, 그게 꿈의 본질이 되진 못한다. 렘수면은 ‘꿈=무의식’이란 도식을 깼다.
◇‘렘수면 행동장애’의 탄생
잠꼬대에 대한 ‘입장 변화’는 더 드라마틱하다. 잠꼬대는 렘수면의 주요한 특징인 ‘몸-마음 괴리’에 문제가 생긴 상태다. 의식 속 내가 아무리 꿈속에서 전력 질주해도, 내 몸은 가만 있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 고장이 난 것이다. 그럼 이런 일이 생긴다. 내가 꿈속에서 옆 사람을 때리면, 같은 침대를 쓰는 내 옆 사람은 정말로 얻어맞는다. 그냥 팔을 뻗어 허우적대는 정도의 잠꼬대는 넘어갈 일이지만, 누구를 때린다거나 침대를 박차고 바닥으로 점프하는 식의 잠꼬대는 그냥 둘 게 아니다. 현대의학은 그래서 사고 발생 위험이 큰 잠꼬대는 ‘렘수면 행동장애’란 이름을 붙여 따로 관리한다.
더 큰 문제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퇴행성질환 발병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렘수면 중엔 우리 뇌의 '뇌간'이 운동마비 조절 부위를 작동해 몸이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렘수면 중에도 몸을 움직인다는 건 이 부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게 신경퇴행성질환의 위험 요소란 연구가 있었다. 잠꼬대가 심하다 싶으면 병원에 가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과학자들은 렘수면에 관한 연구를 사람 아닌 동물에까지 확장하고 있다. 잠을 넘어 뇌의 비밀을 풀어줄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작년엔 독일 연구진이 한밤중에 다리를 씰룩거리고 눈을 깜박이는 거미의 움직임이 렘수면과 관련 있을지 모른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하면서 ‘거미 렘수면’ 논쟁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렘수면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고, 그래서 더욱 뇌과학과 의학의 블랙박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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