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가 낳은 ‘폭염의 역습’… 도시·취약 계층 ‘죽음의 공포’

김지애 2023. 7. 8.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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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지구촌 기록적 더위 전망… ‘폭염사망의 양극화’ 경고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 등에선 지난달 11~24일 기온이 50도 가까이 오르면서 100명 이상이 폭염 관련 질환으로 사망했다.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는 지난달 15~20일 기온이 45도 가까이 치솟으며 80명이 사망했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에선 관광객을 인솔하던 여행사 가이드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 이날 베이징의 낮 최고기온은 36도까지 올랐다.

지구온난화에 엘니뇨 현상이 맞물리며 올여름 전 세계적으로 기록적인 더위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폭염으로 인한 질병 및 사망의 위험이 더욱 커질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특히 폭염에는 도심지역과 취약계층이 더 취약해 폭염 사망의 ‘양극화’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폭염 사망은 미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에서 자연재해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낳는 원인이 되고 있다. 영국 의학저널 란셋에 2021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9년 9개국에서 35만6000명이 폭염과 관련된 질병으로 사망했다. 미 환경보호국(EPA)에 따르면 매년 미국에서 약 1300명이 폭염으로 사망한다. 1980년대 이후 열 관련 질병 및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테리 애덤스-풀러 하워드대 교수는 이달 출간된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서 전했다. 폭염은 미국에서 기상 관련 사망 원인 1위로 꼽혔는데, 이로 인한 사망은 허리케인, 홍수, 토네이도를 합친 것보다 많다.


한국도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실종자 포함) 수가 2018년 48명,2019년 30명, 2020년 29명, 2021년 39명 등으로 매년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5~9월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1564명으로 2021년(1376명)보다 13.7% 증가했다.

열 관련 질환은 장기간 고온과 습도에 노출돼 신체의 체온조절 능력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체온이 상승할 때 발생한다. 인체는 체온이 상승하면 땀을 흘려 이를 낮추는 기능을 하지만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는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기 어려워진다. 인간이 효율적으로 체온을 낮출 수 있는 생리적인 상한선은 습구온도(수은주에 젖은 천을 감아 측정한 온도로, 상대습도가 100%일 때 건구온도와 같음) 35도로 알려져 있다. 습구온도가 35도 이상인 습한 더위에 몇 시간 동안 노출될 경우 건강한 사람이라도 열사병으로 사망할 수 있다.

노인이나 어린이는 성인만큼 효과적으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어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 어린이는 더운 환경에서 땀을 더 많이 생산해 체온조절을 하는 데 성인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몸무게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성인보다 커 탈수에 더 취약하다. 농장 노동자, 건설 노동자 등 야외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하루 중 많은 시간 더위에 노출되므로 폭염에 더욱 취약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달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장애가 있는 사람이 위험한 수준의 기온에 스스로 대처하도록 내버려두면 극심한 더위로 인해 사망, 신체 및 사회·정신 건강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3년 유럽 폭염 때 2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상당수는 나이가 많고 고립된 사람들이었다.


문제는 지구온난화로 폭염이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비영리단체 퍼스트스트리트재단에 따르면 미국에서 기온이 52도를 넘는 지역을 뜻하는 ‘극한 열 벨트(extreme heat belt)’는 올해 50개 지역(카운티)에서 2053년 1000개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미국 땅의 4분의 1에 해당하며 1억명 이상의 미국인이 극한 무더위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연구자들은 기후변화로 습한 더위가 나타날 가능성도 증가할 것으로 본다. 대기 중 습도가 너무 높아지면 폭풍이 발생해 대기를 다시 식혀 습한 더위는 제한적으로만 나타난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인도 호주 베네수엘라 멕시코 등의 일부 아열대 해안지역에서 습구온도 35도 이상의 습한 더위가 점차 자주 나타나고 있다.

또 전 세계적으로 도시 집중 현상이 심화하면서 ‘열섬 현상’으로 도시 거주자가 더욱 위험해질 수 있다. 공원 등 녹지 공간은 증발산을 통해 지표면 온도와 대기 온도를 낮추는 역할을 하지만 도시 중심부는 일반적으로 열을 흡수하고 유지하는 건물, 포장도로 및 주차장이 밀집된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도시의 경우 폭염이 더 자주 나타나고 야간의 평균기온도 높아지고 있다. 유엔 인구국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인구의 55%가 도시지역에 거주하던 것에 비해 2050년에는 68%가 도시지역에 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폭염 질병을 피하기 위해서는 야외활동을 줄이고 시원한 실내에 머물라고 조언한다. 미국과 일본에는 ‘냉각 센터’를 운영하는 곳도 있다. 지역사회가 폭염 조기경보 및 대응, 폭염 예측 등을 포함한 ‘폭염 대응계획’을 적절하게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보고서에서 “폭염 비상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장애인들의 요구가 잘 포함되지 않아 대표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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