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의 헌책방] 별점이 빛나는 밤에

2023. 7. 8.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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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세상엔 사람과 책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세 정도인 것에 비해 책은 일부러 파쇄하지 않는 이상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산다.

표지 그림이 맘에 안 들어서 별점 1개, 책 판형이 맘에 안 들어서 별점 1개, 심지어 어떤 경우 책날개에 나온 작가 사진이 이상해서 별점 1개를 주는 사람도 있으니 이런 걸 보면 사람의 수만큼이나 판단 기준도 참 다양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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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바야흐로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세상엔 사람과 책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인간의 평균 수명이 80세 정도인 것에 비해 책은 일부러 파쇄하지 않는 이상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산다. 이런 단순한 논리로 생각해보자면 역시 세상엔 인간보다 책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나라 경우만 예로 들더라도 한 해에 새로 태어나는 사람보다 인쇄소에서 찍어내는 책 숫자가 훨씬 많다.

따라서 한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책의 범위도 그만큼 넓다는 뜻이 된다. 그 얘기는 사실상 우리가 오늘 점심때 뭘 먹을까 하는 고민보다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에 관한 선택지가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평소 책을 잘 안 읽는 사람이야 무슨 상관이 있겠냐마는, 나만 하더라도 매일 쏟아져 나오다시피 하는 신간을 인터넷 서점에서 확인하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이번엔 과연 뭘 읽을까.

그런 고민을 할 때 슬쩍 도움을 받는 게 인터넷 서점의 별점 시스템이다. 대부분 인터넷 서점에는 책마다 회원들이 별점과 함께 간단한 평가를 쓸 수 있게 돼 있다. 되도록 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 여기에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때로 정성 들인 평가 글을 올리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 왜 이런 별점을 주는지 납득할 수 없는 별점도 많기 때문이다. 표지 그림이 맘에 안 들어서 별점 1개, 책 판형이 맘에 안 들어서 별점 1개, 심지어 어떤 경우 책날개에 나온 작가 사진이 이상해서 별점 1개를 주는 사람도 있으니 이런 걸 보면 사람의 수만큼이나 판단 기준도 참 다양하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특히 별점 주는 걸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헌책방에 온 손님도 내게 별점을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재밌는 책 한 권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하며 웃으며 말하는 손님도 내가 어떤 책을 꺼내 보여주면 금세 정색을 하고는 “별 다섯 개 만점 중에 사장님이라면 이 책에 별점 몇 개 주시겠어요?”라고 묻는다. 그럴 때면 난감하다. 물론 나도 재밌는 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지만, 손님과 내 기준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내가 별점을 몇 개 주든 도움이 안 될 게 빤하다. 그래서 요즘엔 그냥 3~4점 정도 줄 수 있겠네요, 하며 두루뭉술하게 넘어간다. 마치 홈쇼핑에서 파는 물건가격 6만9800원처럼 애매하게 보이는 별점을 주면 손님이 책을 맘에 들어 하지 않더라도 책임을 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작전이다.

책뿐만 아니라 요즘은 뭐든지 별점과 평가 글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물론 이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어쩐지 내 판단을 다른 사람의 의견에 마냥 맡기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불편할 때도 있다.

다른 상품에 별점을 주는 대신 오늘 밤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몇 점짜리 하루를 살았을까 떠올려 본다. 이 경우엔 3~4점 정도라고 에둘러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내 마음에 빛나는 별을 하나하나 쌓아가듯 정성을 다해 이 하루를 살아가려고 한다.

윤성근 이상한나라의헌책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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