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금] 전도한다고 교회 자랑하지 마라
‘종국’이라는 대학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교회라고 하면 인상부터 쓴다. “믿을 거면 너나 믿어라.” “교회 다니는 애들 보면 다 재수 없다.” 늘 이런 식이다. 그 친구를 최근 한 상갓집에서 만났다. 이런저런 대화 끝에 교회 이야기가 나왔다. 늘 그렇듯이 그는 방어적으로 자기는 교회 절대로 안 다닌다고 선언했다.
가보긴 했냐고 했더니 가봤단다. 그 질문도 처음 했지만 답변이 의외였다. 어찌어찌하다 한 번 끌려가다시피 했는데 목사님이 그런 설교를 했단다. 기도하는 중에 어디 땅을 사라는 메시지를 들었으니 건축헌금을 하라고 하더란다. 그 친구 다시 입에 거품을 물면서 “목사들은 다 돈만 밝힌다” “교회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고 했다. 그래서 그랬다. “목사는 그렇다 쳐. 내가 목사를 믿으래. 예수를 믿으라고, 예수는 어때? 예수가 돈 내라고 하든. 예수가 잘못한 게 있든.” 그 친구 잠시 생각하더니 예수는 좋단다.
이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우리 기독교인들은 전도할 때 무엇을 전해야 하는지, 또 무엇을 전해야 사람들이 반응하는지 말하고 싶어서다. 당연히 예수다. 죄에서 구원받고 영원한 생명을 얻을 방법, 예수를 전해야 한다. 또 예수 이름을 거론할 때 전도하는 그 상황 속에서 예수님이 역사하신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전도는 한다고 하면서 예수를 전하지 않는다. 교회를, 목회자를 소개하는 데 급급하다. 한 예로 노방 전도를 한다면서 교회 주보를 나눠주는데 예수도 없고 복음도 없다. 교회 소개와 예배 시간 등이 있을 뿐이다. 전도를 목적으로 만든 전도지조차 교회를 알리기 바쁘다. 여러 교회가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도지의 경우, 사용하는 교회의 연락처가 전도지 한쪽에 인쇄돼 있거나 도장으로 찍혀 있다.
전도는 사람들을 교회로 데려오는 게 아니다. 내가 잘못 아는 게 아니라면 그렇다. 따라서 전도가, 전도지가 교회를 소개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교회로 오라는 메시지여서는 안 된다.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로 오면 좋을 거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자. 교회 소개하는 전도지를 나눠줬을 때 몇 명이나 그 교회로 갈까. 하나님의 강권적 개입으로 교회 소개 전도지를 보고 오는 사람도 있긴 하겠지만 거의 없을 거라고 본다. 그렇게라도 오는 사람이 있지 않으냐 할지 모른다. 우리는 씨앗을 뿌린 것이고 하나님이 역사하실 거라고 말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교회 소개가 아니라 복음 전도지를 뿌리는 게 옳다.
확신하건대 사람들은 교회가 아니라 복음에 반응한다. 복음을 들어야 예수를 믿을 수 있다. 성도가 늘기 원한다면 더더욱 복음 전도지를 뿌려야 한다. 사람들을 교회로 오게 하는 건 교회 정보가 아니라 예수다. 예수의 능력이다.
그런 전도의 방법도 들어봤다. “우리 목사님이 좋다”고 하라는 거다. 인품이 좋고 특히 메시지가 너무 좋다, 그러니 우리 교회에 가잔다. 좋아봤자다. 목사도 사람인지라 실수하고 죄짓는다. 좋은 설교? 유튜브 가면 천지다. 또 어떤 경우는 교회 내 동호회 등을 소개하며 같이 와서 함께 하자고 한다. 동호회에 관심 있는 사람은 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동호회가 사라지면 그 사람도 안 온다. 교회는 문화 활동, 체육 활동 하는 곳이 아니다. 예수 믿는 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멀쩡한 사람이 매주 한 번 또는 매일 한 번 교회에 간다. 시간도 바치고 돈도 바치고 궂은일도 도맡아 한다. 멀쩡해 보이지 않는 사람이 기뻐하고 감사하고 당당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들이 교회에서 벌어지는데 이들이 예수를 알기 때문이다.
신앙 없는 사람이 교회 문턱을 자주 넘다 보면 언젠가 예수를 만나게 될 거다? 맞는 이야기이긴 한데, 그날이 올지 말지 누가 알겠는가. 지금이 예수를 만날 그 사람의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그러니까 예수부터 전하자. 예수 전하는 훈련을 하자. 예수 믿으면 누가 가지 말라고 해도 교회로 향하게 돼 있다. 그때 교회를 소개하면 된다.
전병선 미션영상부장 junb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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