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신앙과 문화] “너 MZ라 그래?” 질문에 ‘뇌절’하는 MZ세대

2023. 7. 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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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절'이란 몇 해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신조어로, '똑같은 말이나 행동을 집착적으로 반복해 상대를 질리게 하는' 행태를 부정적으로 일컫는다.

오해에서 이해로변화된 시대와 문화 속 점차 달라지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MZ세대'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MZ세대라는 이름 붙이기가 시작되면서, 실제로 청년세대에 대한 오해나 세대 갈등 문제들이 조금씩 완화되어 가는 효과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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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 SNL코리아3 ‘MZ오피스’ 유튜브 영상 캡처


‘뇌절’이란 몇 해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자주 사용되는 신조어로, ‘똑같은 말이나 행동을 집착적으로 반복해 상대를 질리게 하는’ 행태를 부정적으로 일컫는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 이 용어가 딱 들어맞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름하여 ‘MZ 뇌절’.

오해에서 이해로

변화된 시대와 문화 속 점차 달라지는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효과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MZ세대’라는 용어가 탄생했다. MZ세대라는 이름 붙이기가 시작되면서, 실제로 청년세대에 대한 오해나 세대 갈등 문제들이 조금씩 완화되어 가는 효과를 보였다. 이후 기업이나 방송 매체, 대학가, 심지어 교회까지 ‘MZ’라는 말을 즐겨 쓰며, 요즘 트렌드를 익히고 알리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인가, 이 움직임은 개그나 비판의 소재로 변질되고 말았다. 기성세대가 이질감을 느끼는 청년세대의 사고방식이나 태도에 대해, “역시 MZ세대라 다르네”라는 평가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해에서 편견으로

지난 2월에 막을 내린,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시즌3’의 코너 프로그램인 ‘MZ오피스’가 대중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한 회사 조직 안에 다양한 계층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가지고 자아내는 갈등을 재미있게 표현해 낸 콘텐츠이다. 그런데 여기서 MZ세대는, 좋게 말하면 자기주장이 뚜렷하고 솔직한 사람이지만, 안 좋게 보면 황당할 정도로 개념 없는 사회 초년생으로 그려진다. 모두가 현실 고증을 제대로 했다며 많이 웃었고,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하기도 했지만, 사실 대부분의 MZ세대는 “현실에서 저런 캐릭터는 불가능하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이처럼, 청년세대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이름 짓기가 어느새 비판을 위해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왜일까? 기업과 교회는 모두 조직과 시스템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런 조직은 획일화와 순응이 가장 효율적인 운영 방식이라 여겨진다. 어쩌면, 과거 탑다운 전달 방식을 거부하고 설명과 합리성을 요구하며, 희생과 헌신이 아닌 ‘저녁이 있는 삶’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이 기업 운영의 효율성과 이익을 반감시킨다고 여겨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우리 사회가 기성세대의 관점으로 청년세대를 바라보며, 전통 구조를 ‘불편해하는 사람’이 오히려 이 사회의 ‘불편한 존재’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숨 쉬듯 서로를 대상화하는 사회

그러나 사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기성세대 혹은 리더계급의 악의적인 행동이라고만 해석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또 언제나 숨 쉬듯 서로를 대상화하며 살아가지 않는가. 특정 집단을 더 잘 이해하고 설명한다는 이유로, 해당 집단이 ‘대체적으로’ 가지고 있는 특성을 뽑아내 이름 짓기를 시도한다. 무의식적으로 행하는 이런 방식이 누군가를 향한 편견과 차별로 변질되어 간다. 가령, ‘남자는 이성이 발달했고, 여자는 감성이 더 발달했다’는 사회적 통념을 사실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다가, 이런 무례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당신은 남잔데, 왜 그리 눈물이 많습니까?” 이러한 사고방식은 상대방을 향한 이해보다는 편견에 가까운 것들이다. MZ 뇌절 현상도 이와 비슷하다. 특별히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또 다른 갈등이라기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습성, 즉 섣부른 판단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숨 쉬듯 서로를 존중하는 교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이라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대상화’라는 습성을 버리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터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서로에 대해 쉽게 말하고 웃고 떠드는 시간 동안, 교회나 사회가 변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칠지도 모른다. 서로를 이해하고 환대할 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비교함으로써 서로를 대상화하는 교회가 아닌, 이해로 나아가는 교회 그리고 우리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임주은 연구원 (문화선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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