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자 통해 행하시는 상상 밖의 일을 느꼈으면”

신은정 2023. 7. 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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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채널에서 찬양하는 권오중·혁준 부자의 희망 스토리
배우 권오중(오른쪽)과 아들 혁준씨가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함께 웃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깍듯하고 선한 눈빛의 배우 권오중(52). 신앙 이야기를 듣고자 만난 그는 희소병을 앓는 아들로 인해 수많은 단체에서 봉사하고, 교회에서 간증했던 과거의 자신을 ‘크리스천이 아니었다’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코로나19 시작 무렵, 심각한 우울감으로 죽음의 터널을 지난 뒤에야 겨우 하나님을 만나게 됐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손을 내밀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신앙 간증 안 하는 까닭

권오중은 인터뷰 요청에 많이 망설였다. 지난 4월 새 소속사에 둥지를 튼 그에게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하겠다’ 혹은 ‘못하겠다’는 답이 쉽사리 오지 않았다. 그렇게 두어 달이 흘러갈 무렵 ‘인터뷰 날짜를 잡자’는 답변이 왔고,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아내와 아들 세 가족이 함께 왔다.

권오중은 “유튜브 찬양 때문에 인터뷰 요청을 한 게 아니었다면 거절했을 것”이라며 “유튜브 시작 때처럼 순종하는 마음으로 왔다”고 웃었다. 간간히 들어오는 신앙 간증 요청도 최대한 거절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저를 더 만져주시는 과정이기에 강단에 서기가 머쓱하다”고 했다.

권씨 부자가 유튜브 채널 ‘권오중복음’에 지난 3월 올린 첫 찬양 영상. 유튜브 캡처


권오중은 아들 혁준(25)씨와 지난 3월부터 유튜브 채널 ‘권오중복음’을 시작했다. 찬양을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찬양하는 영상을 주로 올린다. 남들 앞에서 노래하는 걸 싫어하는 그로선 유튜브 시작은 큰 결단이었다. 방송 출연 요청을 받으면 노래하지 않는 조건을 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런 그가 찬양을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요즘 찬양을 부른다.

그는 혁준씨를 통해 ‘하나님의 일하심’을 본다고 했다. 혁준씨는 근육이 위축되는 희소병을 앓는 탓에 음정과 박자를 잘 맞추지 못한다. 발음도 어눌하다. 그러나 그 어설픈 찬양에 “위로받는다”는 수천 개의 댓글이 쏟아진다. 아무에게도 소문내지 않고 시작한 유튜브는 현재 2만1000여명이 구독한다. 유튜브 찬양 영상을 계기로 혁준씨는 출석 교회와 다른 교회에서 특송하는 기회를 얻었다. 전북 CBS에서 주최하는 가을음악회 찬양 무대도 예고돼 있다. 아버지 권오중은 “예전 같으면 거절했을 텐데 순종하기로 했으니까 하는 것”이라며 “우리 부자를 통해 하나님께서 상상 밖의 일을 행하신다는 걸 함께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죽음의 터널을 빠져나오기까지

권오중은 불과 3년 전만 해도 지금의 평안을 상상할 수 없었다. 2020년 코로나 집단 감염이 시작될 무렵 그는 무너진 아내를 보았다.

“살면서 아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처음 봤어요. 일도 끊긴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죽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저희처럼 얼굴이 알려진 사람은 어디 가서 상담받기도 힘들어요. ‘너무 힘들지 않니? 죽자. 편하게 끝내자’ 하는 사탄의 속삭임이 날마다 우릴 엄습했어요.”

그때 정신이 번뜩 들었다. “하나님은 오랫동안 나를 기다려 주셨는데 내가 못 알아들었구나. 결국 나를 치시는 방법을 택하신 거구나. 연기자의 달란트에 감사할 줄도 모르고 방탕하고 게으른 생활을 한 저에게 마지막 경고를 내리신 거였어요.”

대면 예배 불가로 교회에 가지 못하고 사람도 못 만나던 시절이었다. 권오중과 아내는 어두운 동굴 속에 갇혔다. 그들을 건져내 준 것은 배우 차인표의 손길이었다. 그는 “인표 형이 저에게 연락해 위로해주셨다”며 “꽉 막힌 동굴 위로 정을 대고 두들겨 작은 구멍을 뚫어 준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끝이 없을 줄 알았던 동굴은 긴 터널로 변했고, 권오중은 한 줄기 빛을 따라 매일 한 발자국씩 걸어 나갔다. 권오중은 현재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속한 소속사에서 기독교 영화와 웹드라마 연출 등을 맡고 있다.

주변에 ‘술 끊으라’ 강권하는 이유

권오중은 그 무렵 술도 끊었다. 아내와 다툼의 원인이 되었지만 음주 자체는 포기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주일예배를 마치고 술을 마신 적도 있었다. 권오중은 “금주를 하고 보니 크리스천이라고 말하고 다니지만 크리스천 같지 않았던 남편을 사랑으로 인내한 아내가 보이더라”고 했다. 그때부터 그는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 아내와 새벽 기도를 다녔고 함께 성경도 읽었다.

그는 요즘 술을 마시는 지인들에게 금주를 강권한다.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해주는 이야기가 있다. “OO아, 너의 몸에는 아주 얇은 줄이 매여 있어. 그 줄은 평소엔 느슨해서 네가 자유롭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어. 그 줄을 몸에 달고 교회에도 갈 수 있고 하나님 일도 할 수 있어. 네가 할 수 있는 거 다 할 수 있지. 그런데 정말로 중요한 순간 그 줄을 딱 잡아당기면 너는 그냥 끌려가는 거야. 그 줄을 끊어내지 않으면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없는 거야.”

술 광고 거절했더니…

권오중은 ‘나는 죽고 예수로 살겠다’고 매일 다짐한다. 영적인 분별력을 가진 기독교인이 되고자 하는 노력도 그 일환이다. 그 단적인 예가 2021년 4월 출연한 프랜차이즈 치킨 광고다. 권오중은 촬영 대본에 맥주가 있다는 걸 확인한 뒤 “술이 있어서 안 되겠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광고주가 술을 다른 음료수로 대체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 출연한 배우 하비에르 바르뎀과 닮은꼴로 출연한 치킨 광고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었고, 이를 계기로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의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음담패설을 잘한다’는 과거 이미지에 상처받은 아내를 위해 출연을 결심했고 달라진 모습으로 촬영에 임했다. 우연한 기회에 아내 얼굴이 방송에 비쳤다. 권오중은 “수많은 댓글 중에 나쁜 내용이 하나도 없더라”면서 “아내가 댓글을 읽고 큰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이후 비슷한 콘셉트로 피자 광고까지 찍었다. 권오중은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일하십니다’라고 말하지만 실상 그렇지 못할 때가 많았다”며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순종했을 때 ‘그다음 일은 하나님이 하시는구나’라는 걸 경험했다”고 했다.

아픈 아이가 축복이 되기까지
혁준씨가 지난 2일 분당우리교회에서 특송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권오중은 2018년에서야 아들의 진단명을 알게 됐다. 그전까진 발달장애로만 여겼다.

MICU1이라는 신경근 질환으로 2014년 새로 발견된 희소병이다. 병의 진행 상황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 보니 불안한 마음이 늘 앞선다.

아픈 아이를 축복으로 여기기까지 수많은 날이 필요했다. “아드님은 하나님의 축복 통로예요”라는 인사를 받으면 속으로 ‘그럼 저랑 바꾸실래요’라고 되받아치고 싶던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요즘 권오중은 “우리 애는 정말 축복이에요”라고 말하고 다닌다. “축복 되고 은혜스러운 아이지만 사실은 많이 힘들죠. 하지만 우리 부부는 하나님의 선한 뜻이 반드시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혁준이를 통해 약한 자를 들어 강하게 쓰시고, 하나님이 살아계심을 보여주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누군가를 안아주길 좋아하던 혁준이가 유튜브를 통해 찬양하고 많은 이들이 위로받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그와 아내, 그리고 혁준씨는 다른 가정을 도울 수 있는 길을 찾기 위해 최근 미술 심리치료 과정을 함께 수료했다. 그는 각자의 상황으로 어려움에 빠진 사람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유독 목이 쉬도록 열정적이었다.

“하나님은 십계명을 통해 살인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 생명에는 우리 자신도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최근까지 죽음을 떠올릴 정도로 힘들었던 시절을 보냈습니다. 몇 년 전의 저와 같은 상황에 계신 분들에게 ‘무조건 버티시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죽음밖에 없는 것 같은 깜깜한 동굴 속에서 제발 한 발만 걸어보시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다시 한 발자국을 더 내디뎌 보세요. 그 끝에는 분명히 빛이 있습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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