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100%! 한국 드라마 속 남자 배우들의 공통된 특징은?
하남자의 바닥은 어디일까? 이런 파렴치하고 교만하며 폭력적인 인간에게 하남자라는 귀여운 수식어가 가당키나 할까? 잠시 상남자를 사소한 것은 개의치 않으며, 불의를 참지 않는 대범한 남성으로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더 글로리〉 속 ‘전재준’은 완전히 하남자다. 자신을 거슬리게 하는 모든 것을 없애야 직성이 풀리는 이 성격 파탄자는, 남의 일에는 세상 ‘쿨한’ 말투로 냉소하지만 자신이 연루된 모든 일에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소리를 지르고, 과도한 소유욕과 잔인한 폭력성을 드러낸다. 그가 중요한 것은 정말이지 오직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의 것뿐이다. 친구 ‘박연진’의 딸 ‘예솔’이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무작정 유치원으로 찾아가 체면도 잊은 채 눈물을 보이거나, ‘이 아이가 내 아이’임을 드러내며 소리 지르는 모습은 기괴하게 보인다. 하남자는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마지막 발악을 하며 추락하는 ‘전재준’의 최후를 생각해보라. 그것이 하남자적 속성을 용인하며 스스로에게 끝없이 관용을 베풀며 살아온 악인의 말로다.
10년간 사내 연애를 한 상대와 결혼을 2개월 앞둔 남자 ‘한기준’은 외도를 한다. 그것도 미리 마련한 자신의 신혼집 침실에서. 하필 사정이 있어 일찍 집에 온 약혼녀 ‘진하경’이 그 현장을 목격하고 두 사람은 결국 파혼한다. 파혼의 책임은 오로지 ‘한기준’이 져야 마땅한 법인데 그는 자신이 외도한 이유가 “하경이 너무 잘나서” 그런 거라고 소리친다. ‘내가 이런 남자와 결혼을 하려 했다니’ 배신감, 상실감, 자괴감… 이 모든 감정을 힘겹게 추스르고 집에 돌아온 ‘진하경’. 그런데 텔레비전, 인덕션 레인지, 에스프레소 머신 등이 없어졌다. 기가 찬 ‘진하경’은 ‘한기준’에게 따져 묻는다. 뻔뻔하기로 작정한 ‘한기준’은 “전부 ‘반반’으로 산 건데 냉장고 두고 왔으니 내가 반은 챙긴 것”이라며, 파혼 위자료 대신 ‘진하경’에게 주기로 한 공동 명의 아파트까지 시세가 올라 자신이 가져야겠다 말한다. “차라리 사이코패스 역할이 낫다. 이런 나쁜 놈은 현실에 진짜 있을 것 같아서”라는 수차례 거절에도 연출자의 간곡한 설득으로 이 배역을 맡게 됐다는 배우 윤박은 연기 스트레스로 원형탈모까지 생겼음을 토로했다. 윤박의 고백에서 하남자의 주요 속성이 드러난다. 현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레스 유발자들. 추측건대 이들 대부분은 평소 스스로를 상남자라 말하고 다닐 것이다. 그래서 ‘한기준’ 같은 남자는 상남자와 하남자가 별개의 존재가 아님을 깨닫게 한다.
배우 백현진은 스스로를 ‘한남(본인에 따르면 ‘한없이 후진 남성’의 줄임말이라고 한다) 앰배서더’라 부르지만 이 타이틀은 칭찬에 가깝다. 나는 그가 맡은 캐릭터의 이름을 잘 모른다. 왜냐하면 늘 이름 대신 비속어로 불리기 때문이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XXXXX, 〈모범택시〉의 XXX, 〈악마판사〉의 XXX, 〈해피니스〉의 XXX…. X에 들어갈 쌍욕은 뭐든 상관없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배역들만 맡다 보니 하남자는 그에게 애칭이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김성남’이 여기에 해당한다. 진보 성향의 정치 평론가로 정치, 경제, 문화 모든 이슈에 무딘 비판을 하고 사람들의 아둔함을 물어뜯으며 자신의 자존감을 채운다. 그러나 현실은 문화체육부 장관인 자신의 아내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면서 스스로의 모순을 잊으려 늘 술에 취해 신세 한탄을 한다. 자신의 강의를 듣던 아카데미 수강생을 꼬셔보려다 납치와 협박을 당한 그는 결국 ‘찌질한’ 근성을 만천하에 드러내며 아내의 커리어까지 위협한다. ‘김성남’은 백현진이 표현하는 하남자의 정점과 같은 인물이다.
‘서인호’는 의대 동기였던 ‘차정숙’과 속도위반으로 결혼했다. 자신이 대학병원 과장이 되는 동안 아내의 경력은 공백이 됐다. 아내에게 가사의 의무를 모두 맡기고 자식들에겐 권위적인 아버지며, 자신의 체면이 가장 중요한 가장이다. ‘차정숙’의 희생으로 모든 것을 이뤘지만 ‘서인호’는 첫사랑 ‘최승희’와 결혼했다면 더 평탄한 삶을 살았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최승희’와 불륜 관계를 오랫동안 유지했고, 혼외 자녀를 낳아 ‘최승희’ 혼자 기르게 했다. 부인인 ‘차정숙’이 간 이식을 할 수 있겠냐는 말에 망설이며 하남자 본색을 드러낸 그는 죽음의 고비를 넘긴 아내가 의사로서 커리어를 다시 시작하자마자 급격히 무너진다. 그런데 그 붕괴마저도 자신이 자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완벽했는데 정숙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탓을 하면서. 응징의 서사를 위해 과장을 더한 것처럼 보이지만, ‘가장’이라는 허울 좋은 역할을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려는 남자들을 호명한다. 그의 외도와 불륜 행위만이 ‘하남자특’일까? 불륜이 발각되기 전 그가 집에서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1조원의 남자’로 불리는 사교육계의 슈퍼스타 ‘최치열’은 빈틈이 없는 인물이다. 학생들의 수업과 학원 매출을 위해 자신의 건강도 챙기지 않은 채 일을 하며 영양실조로 쓰러질 정도로 과도한 업무를 소화한다. 교육자로 봐도, 장사꾼으로 봐도 그는 완벽에 가깝다. 그러나 직업을 떠나 ‘최치열’은 스스로의 안위도, 사랑도 전혀 돌보지 않는 무모한 개인이다. 학원 근처 반찬 가게 사장 ‘남행선’을 만나면서 그는 자신을 떠받치던 직업적 에고를 내려놓는다. ‘남행선’의 강력한 스파이크에 비실대며 쓰러지고, ‘남행선’의 잔소리에 주눅이 들어 억지로 끼니를 챙기고, ‘남행선’의 따뜻한 배려로 여유를 찾아 몇 년간 외우지 못한 직원들의 이름도 외운다. 빈틈도 없었지만 박력도 없었던 그는 연인으로 인해 자신을 찾게 되고, 스스로 하남자를 자처하며 ‘남행선’을 지키려 커리어를 내려놓기도 한다. 스스로의 마초성을 과시하지 않고도 그 사랑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사람을 하남자라 한다면, ‘최치열’이야말로 바로 그 하남자의 긍정적 용례일 것이다.
하남자라는 개념이 자신의 속물근성과 구차함을 긍정하는 도구로 쓰인다면, ‘양정팔’은 ‘천하의 하남자’다. 필리핀 카지노의 대부이자 자신의 상사인 ‘차무식’을 보필하는 그는 언젠가 있을 인생 역전을 위해 늘 얼굴에 씁쓸한 웃음을 머금고 광대처럼 살아간다. 사치와 도박 중독으로 여기저기서 돈을 빌리던 ‘양정팔’은 결국 중국 삼합회에게까지 돈을 빌려 억대의 빚을 지고 모두를 곤경에 빠트린 뒤 한국으로 도망치듯 돌아간다. 귀국 후 어머니의 식당 일을 도우면서도 언쟁과 폭력으로 업장에 피해를 입히던 ‘양정팔’은 결국 자신을 이곳으로 추방했던 ‘차무식’에게 다시 화려한 카지노 브로커의 생활로 복귀하고 싶다며 큰돈을 빌려달라고 애걸한다. 자신의 인생을 살기보다 늘 인생 역전의 때를 기다리며 ‘참는’ 것이 ‘양정팔’의 인생이다 보니, 굴절돼 모아진 분노가 마침내 폭발한다. 그것은 결국 자신을 지켜주고 보호하던 카르텔을 무너뜨리게 됐고 결국 하남자들이 모인 〈카지노〉에서 최악의 하남자로 기록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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