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가 공 2개 치며 골프 했다고? [정현권의 감성골프]

2023. 7. 7.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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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골프
“다시 하나 치겠습니다.” “잠정구 치겠습니다.”

티잉 구역에서 날린 공이 OB나 페널티 구역에 날아갔을지 몰라 애매해 다시 공을 칠 때 종종 사용하는 표현이다. 원래 이런 표현만으로 다시 공을 치면 누적 벌타를 받을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공이 OB구역에 가거나 볼을 찾지 못하면 프로비저널 볼(Provisional Ball)을 쳐야 한다. Provisional은 …임시의… …잠정적인…이란 뜻이다.

예전에는 잠정구라고 했지만 2019년 규정이 바뀌어 프로비저널 볼이라는 영어를 쓴다. “프로비저널” 혹은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습니다”라고 주위 사람에게 명확히 들리게 말하고 다시 샷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로크와 거리에서 구제를 받은 것으로 인정돼 원래 공이 코스에서 발견돼도 그 볼로 진행할 수 없다. 만약 그 볼로 진행하면 누적 벌타를 먹을 수 있다.

박민지는 2021년 8월 대유위니아오픈에서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아 총 4벌타를 받았다. 2온을 노린 우드 샷이 당겨져 공은 숲에 날아갔다.

박민지는 OB가 난 것으로 판단하고 “프로비저널 공을 치겠다”는 말을않고 새 공을 꺼내 드롭하고 쳤다. 그런데 처음 친 공은 나무를 맞고 굴러 내려와 있었다. 행운이 아니라 악몽의 시작이었다.

우선 박민지는 “프로비저널 볼”이란 말을 안했기에 원래 친 공은 OB 여부와 상관없이 OB 처리됐다(1벌타). 여기에다 캐디가 찾은 첫 번째 공을 쳤기에 오구 플레이로 2벌타가 더해졌다. 마지막으로 그린에 올라가 이제 필요 없어진 것으로 여긴 두 번째 공을 집어 들어(1벌타) 총 4벌타를 받았다.

허인회는 거꾸로 프로비저널 볼을 치지 않아야 할 때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고 말하고 공을 쳐 벌타를 받았다. 그는 2021년 9월 전자신문오픈에서 티샷한 공이 페어웨이를 벗어나자 동반자에게 “프로비저널 볼을 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이 패널티 구역(옛 해저드)에 들어가면 규칙상 프로비저널 공을 선언할 수 없다. 공이 OB 구역에 들어가거나 분실되면 원래 친 곳에 돌아가 치는 과정에서 시간 지체가 발생하기에 프로비저널 공이 필요하다. 반면 패널티 구역에 확실하게 들어간 공은 근처에서 칠 수 있어 프로비저널 공이 필요 없다.

골프 규칙상 프로비저널 공을 치면 안될 상황에서 사용하면 원래 공은 죽은 공으로 처리한다. 프로비저널 공을 친다는 구실로 연습하려는 의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패널티 구역에 원구가 들어갔는데도 “프로비저널 볼을 친다”는 선언을 했기에 원구는 OB 처리된다(1벌타). 만약 허인회가 패널티 구역에 있는 공을 쳤다면 오구 2벌타에다 또 두 번째 공을 집어 들었다면 다시 1벌타를 받아 총 4벌타를 받는다.

박영민 교수는 “프로비저널 규정도 결코 쉽지 않다”며 “선수와 캐디가 규칙을 정확히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프로비저널 공과 관련한 해프닝이 올해에도 발생했다. 괴력의 장타자로 부상한 정찬민(24)이 지난 6월 한국오픈 1라운드에서 프로비저널 볼을 쳤다가 곤욕을 겪었다.

그가 6번 홀(파4)에서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 오른쪽 깊은 러프에 날아가 3분 동안 찾았지만 실패했다. 결국 다시 티잉 구역에 돌아가 티샷했다.

규칙에 따른 수색 시간을 넘겼기에 초구는 분실구로 처리돼 원칙상 프로비저널 볼이 아니라 그냥 3타째였다. 이마저 처음 친 공 방향으로 날아간 게 화근이었다.

정찬민은 공을 찾던 중 같은 공 2개를 발견했는데 둘 다 그가 날린 공이었다. 못 찾고 포기한 첫번째 공과 3번째 친 공을 동시에 발견한 것이다.

문제는 이 공 두개 모두 같은 상표에다 같은 번호여서 첫번째와 다음 친 공(3구째)을 식별할 수 없었다. 오구 플레이 가능성이 다분했다.

첫번째 공은 로스트 볼이기에 정찬민이 그 공을 치면 오구 플레이로 2벌타를 먹는다. 난감해진 정찬민은 경기위원에게 판단을 맡겼다.

경기위원은 동반 선수와 주변 경기 요원 증언과 공 위치 개연성을 토대로 3타째 날린 공을 지목했다. 러프에 빠진 원구 대신 벙커에 빠진 공을 프로비저널 공으로 인정받았다. 천만다행으로 4타째 공을 그린에 올려 보기로 막았다.

아널드 파머 사례도 유명하다. 1958년 마스터스 마지막날 파머가 12번 아멘 홀에서 친 공이 그린을 넘어갔다. 파머는 “비가 많이 와 젖은 흙에 공이 박혔으니 벌타 없이 구제해 달라”고 경기위원에게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그냥 치라“였다.

이에 파머는 놀랍게도 투볼 플레이를 선언하고 경기를 이어갔다. 원래 공을 쳐서 더블 보기를 했고 다른 공은 드롭해서 파를 했다. 경기위원회는 파머의 볼은 드롭하는 것이 맞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파머는 이 홀 파로 결정적인 승기를 잡아 한 타 차로 우승했다.

박영민 한국체대 골프학과 지도부 교수는 ”프로비저널 볼을 치려면 원래 볼과 다른 번호나 별도 표시를 해야 실수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프로비저널 볼을 사용할 때 무심코 주머니에서 볼을 꺼냈다가 곤란에 처할 수 있다.

주말 골프계에 프로 선수처럼 규칙을 엄격히 적용할 필요는 없지만 프로비저널 원리는 숙지하는 게 좋다. 플레이어는 “프로비저널 볼”이라고 말하면서 두 공의 특징을 말해야 한다.

첫번째 공에 점을 하나 찍었다면 두 번째 공에는 점을 두 개 찍거나 표시하고 반드시 동반자에게 알린다. 공 두 개 모두 발견됐는데 구분할 수 없다면 첫 공이 아닌 프로비저널 볼을 치는 것으로 골프 규칙은 판단한다.

첫번째 공을 OB 처리하지는 않고 두 번째 공을 치기에 실제로는 1벌타 손해다. 그러니 치기 전에 정확히 얘기하는 게 현명하다.

반대로 공이 살아 있는 게 확실하다면 프로비저널 공을 치지 못한다. 연습할 기회를 제공받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취지이다.

원래 공이 분실 위험으로 프로비저널을 선언한 상태에서 두 공을 찾는데 허용된 시간이 3분인지 합해서 6분인지도 애매하다.

2019년 규칙 개정으로 공 찾는 데에 허용된 시간이 3분으로 줄었다. 플레이어나 캐디가 볼을 찾기 시작한 후 3분 안에 공을 발견하지 못하면 분실구로 처리된다. 플레이어가 두 공을 쳤다면 찾는 데에 허용된 시간은 서로 떨어진 거리에 따라 동시에 또는 따로 적용된다.

같은 지역에서 두 공을 동시에 찾아볼 수 있다면 플레이어에게 볼 찾는 시간은 3분만 허용된다. 서로 다른 지역(가령 페어웨이 반대편)에 있다면 볼당 3분을 합해 총 6분이 주어진다.

원래 공과 프로비저널 공이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찾을 땐 플레이어와 캐디는 함께 행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즉 일단 플레이어와 캐디는 먼저 원래 공이 날아간 곳에 가서 3분간 볼을 찾는다. 3분안에 공을 찾지 못하면 둘은 프로비저널 공이 날아간 쪽으로 가서 또 3분간 공을 찾으면서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

처음부터 둘이 따로 반대방향으로 가서 원래 공과 프로비저널 공을 각각 따로 찾으면 공 찾기에 주어진 시간은 총 3분이 된다. 규칙에서 허용하는 권리를 스스로 깎아먹는 셈이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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