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15명째 사망 확인된 유령아동... 보호출산제 미룰 이유 없다
[김진웅 기자]
▲ 지난 6일 서울시내 한 구청 출생신고 등 가족관계 등록 업무를 보는 창구. |
ⓒ 연합뉴스 |
지난 6월 28일 정부는 병원에서 태어났지만,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이른바 '유령 아동' 2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 7월 5일 기준 경찰 발표에 따르면 이 중 15명의 아동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동 학대 사례가 잇따르면서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소재 파악이 진행 중인 것이다. 태어난 아이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위험한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출생통보제'가 6월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24년부터 시행된다.
'출생통보제'는 아이가 태어난 의료기관에서 아이의 출생 사실을 국가에 의무적으로 알리는 제도다. 해당 법안은 의료기관장이 아동 출생일 이후 14일 이내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넘기는 것을 의무화한다. 이때 심평원은 해당 정보를 지자체에 대신 등록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출생신고제는 부모에게만 신고 의무가 있어 부모가 신고하지 않으면 확인이 어려웠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으면, 아이는 영유아 필수 예방접종부터 여러 의료 조치를 받지 못하거나, 취학 연령이 되어도 교육받을 권리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 이렇게 방치되거나 유기될 가능성이 커져 신체적·성적·정신적 학대에 노출되기도 쉽다.
▲ 2015년 3월에 태어난 영아를 출생 신고도 없이 살해한 40대 친부와 60대 외할머니가 6일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됐다. 이들은 친모 모르게 아이를 살해한 뒤 시신을 인근 야산에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들이 진술한 장소를 중심으로 영아 시신을 찾기 위한 수색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6일 유기 추정 지점을 수색 중인 경찰 관계자들. |
ⓒ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한편 국회에서 '출생통보제'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될 당시 '보호출산제'도 함께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될 경우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자택에서 출산하거나 출산을 숨기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하는 제도로서의 '출생통보제'는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제도로 비밀출산제 또는 신뢰출산제로 명명된다.
하지만 최근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중 15명이 부모에 의해 살해되는 정황이 밝혀지면서 '보호출산제'를 외면한 정치권에 대한 아쉬움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출생통보제가 시행되기 전 아동은 의료기관에서 출생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아동을 양육할 의사가 없거나, 그럴 여건이 조성되지 않은 위기 상황에 처한 산모는 출생통보를 피하기 위해 병원 밖에서 출산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보호출산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경제·사회적 곤궁에 처한 임산부를 지원하고, 보호출산에 필요한 제도를 마련할 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 하여금 보호출산을 하고자 하는 임산부를 위한 상담기관을 설치·운영하도록 하고, 임산부에게 원가정양육·보호출산 등에 관한 상담, 아동직접양육 시 지원받을 수 있는 사항, 입양절차 등에 관한 상담 등을 제공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보호출산을 원하는 임산부를 위해 산전, 산후 보호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정하며, 의료기관 등에서 검진 및 출산을 할 수 있고, 필요한 비용을 전액 지원받을 수 있다. 핵심은 산모의 신원은 철저히 익명으로 보장된다는 것이다.
'보호출산제'는 국가는 임신갈등 상황에 처한 임산부의 건강한 출산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태어난 아동이 안전한 사회보장체계 내에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미혼·이혼 또는 배우자의 사망·학대 등 아이를 혼자 양육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여성에게 상담기관을 통한 충분한 상담을 시작으로 출산 전후 모성지원, 별도의 출생신고절차 마련, 직접양육 또는 입양지원이 이뤄진다.
다만 현재 계류중인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김미애 의원 대표발의)은 아동의 혈연을 알 권리와 친생모의 프라이버시권 간에 기본권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제도의 구체적인 설계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견과 쟁점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모에게 완전한 익명출산 기회를 제공하되, 사후 모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만 자녀가 모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산모는 자신의 신상에 관한 어떠한 기록도 남기지 않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다. 필자는 프랑스의 보호출산제도가 타당하다고 본다.
일단, 아동을 낳고자 하는 의지가 산모에게 있다. 그리고 산모는 원치 않을 경우, 익명을 보장받아야 한다.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임산부가 공립병원에서 본인의 신원을 밝히지 않고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음을 규정한 바 있다. 익명 출산을 원하는 모는 의료진에게 그 사실을 알리며, 이때 신분증 요청이나 어떠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는다. 모가 출산한 병원 관계자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하며, 등록부에는 모의 이름이 기재되지 않는다. 아동은 출생 후 자신의 기원에 대해 법원에 정보공개 요청을 하지만, 모의 동의가 없는 경우 정보공개는 허락되지 않는다.
필자는 프라이버시를 존중받고 싶어 하는 산모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할 필요가 있으며, 산모가 신원 공개를 원할 경우 태어난 아동에게 공개할 수 있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산모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아동의 알권리를 위해 산모의 신원을 공개해야 한다면, '보호출산제'는 나아가기 힘들 것이다.
아동유기 및 예방 및 보호를 위한 법, 제도 개선 연구에 따르면 유기 당시 임산부는 대다수 양육곤란 및 입양곤란 사유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는데, 구체적으로는 ①경제적 어려움 ②심리적 어려움 ③단독양육의 어려움 ④비적출자 법률상 혼인관계가 없는 남녀사이에 태어난 자식 출산 ⑤장애아 출산 ⑥양육자의 부재 ⑦비혼부에 의한 양육 ⑧양육거부 ⑨출생신고 곤란 등에 따른 이유였다.
임신부터 출산, 양육의 책임까지 산모에게만 전가하는 현재 한국사회의 문화는 바람직하지 않은데, 현재 논의중인 '보호출산제'에 의하면 산모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없다. '보호출산제'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모든 책임을 산모에게 떠 넘기는 문화와 인식 개선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어떻게든 아동을 출산하겠다는 산모의 의지를 최대한 존중해 아동에게는 미안하지만, 산모의 의사를 반영해 신원을 공개하는 방안으로 검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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