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 변형 괴물' 니모나가 될 수 없었던 바로 그것

김형욱 2023. 7.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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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니모나>

[김형욱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나> 포스터.
ⓒ 넷플릭스
 
괴물로부터 왕국을 지켜낸 영웅 글로레스, 정예 기사단을 훈련시켜 후손으로 하여금 왕국을 지키게끔 했다. 1천 년이 흐른 후, 평민 출신 발리스터 볼드하트는 여왕의 눈에 들어 훈련병에 뽑혔고 역사상 최초의 평민 출신 기사에 뽑힐 게 확실시되고 있었다. 그의 절친이자 연인 관계로 보이는 글로레스의 직계 자손 암브로시우스 골드로인이 옆에서 든든하게 응원하고 있다. 드디어 기사 작위 수여식 날이다.

만인 앞에서 당당하게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수여받는 발리스터, 그때 검 자루 끝에서 레이저가 나가 여왕을 즉사시킨다. 옆에 있던 암브로시우스가 발리스터의 오른팔을 잘라 버리고, 발리스터는 이내 도망친다. 발리스터는 졸지에 여왕 시해범으로 쫓기는 신세가 된다. 숨어 있는 그의 앞에 다짜고짜 니모나라는 정체불명의 소녀가 나타난다.

니모나는 재밌는 것, 화끈한 것, 나쁜 짓, 멸시받을 짓을 일부러 하고자 여왕 시해범을 찾아왔다고 한다. 같이 다니면 재밌을 것 같다나 뭐라나. 얼떨결에 동행하게 된 발리스터와 니모나, 그런데 니모나에겐 엄청난 재능이 있었다. 어떤 생물로든 자유자재로 변할 수 있는 것이었다. 니모나를 두고 세간에선 '괴물'이라고 부르며 멀리했다. 니모나는 고립된 생활을 하는 한편 세상을 향한 분노를 풀어야 했던 것이었다. 발리스터와 니모나는 각각의 누명을 벗을 수 있을까?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애니메이션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나>는 ND 스티븐스의 동명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했다. 미국 현지에선 10여 년 전에 독립적으로 연재되었는데 이후 대형 출판사의 눈에 들어 출판까지 이어졌다. 나아가 <아이스 에이지> 시리즈로 유명한 20세기 폭스의 블루 스카이 스튜디오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제작했다. 하지만 20세기 폭스가 월트 디즈니 컴퍼니에 인수된 후 오래지 않아 블루 스카이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니모나>는 75%까지 제작이 진행되었다가 졸지에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게 되었는데, DNEG와 안나푸르나 픽처스에서 판권을 구입해 제작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거기에 넷플릭스가 가세했다. 원작이 '만화계의 아카데미 시상식'이라 불리는 아이스너상 취우수 그래픽 앨범(재간행 부분)을 수상했고, 애니메이션은 '세계 4대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중 하나인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초청되어 좋은 평을 받았다.

사장될 위기를 뚫고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나온 작품이니 만큼 기대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론부터 말해 작품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메시지까지 완벽했다. 메인 주인공 니모나와 서브 주인공 발리스터가 따로 또 같이 빛을 발하며 작품의 모든 면을 하드캐리했다. 애니메이션만이 줄 수 있는 요소를 넣는 한편, 사연이 없을 수 없는데 짧고 굵게 소개하며 지루함을 없앴다. 어떤 메시지를 전했는지는 차차 들여다보겠다.

이례적인 듯 자연스러운 색다름들

작품을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색다름이 엿보인다. 괴물이 활개치고 기사가 영웅 노릇을 하던 중세에서 100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왕(여왕)이 나라를 다스리고 기사단이 왕조와 나라와 국민을 지킨다. 하지만 탈것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한다. 미래 도시와 중세 체제가 혼합되어 있다. 암울하게만 그려지는 미래 도시에 왕조 중심의 체제가 들어서 있으니 오히려 활기가 도는 것 같은 건 왜일까 생각해 본다.

1000년 전 왕국을 지킨 글로레스가 여자였던 만큼 여왕이 통치하고 여기사가 기사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이례적이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엿보인다. 아울러 1000년 이래 최초의 평민 출신 기사가 탄생하며 여왕이 "누구나 기사가 될 수 있다"라고 천명하니 시사하는 바가 크다. 누구나 모든 이가 선망하고 존경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니 말이다.

발리스터와 암브로니우스는 진한 우정 관계가 아닌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 관계다. 이 역시 위화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미래 도시가 암울해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활기차 보이는 게, 나라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면에서 완전히 열려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런 와중에 왕조 체제가 나라를 좌우하는 게 아니라 딱 울타리 역할만 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참으로 조화로운 모습이다.

닫힌 문을 더 활짝 열어젖혀야 할 때

그럼에도 일명 '형체 변형 괴물' 니모나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단순히 그녀(평소 소녀의 모습을 하고 있기에)가 형체를 자유자재로 변신해 어디로 튈지 모르면서 얼마나 무시무시한 힘을 내뿜을지 알 수 없기에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그 옛날 영웅 글로레스의 손에 죽임을 당한 괴물이 떠오르기에 두려워하는 것이지만, 그녀로선 억울하기만 하다. 왜 평생 도망 다닐 수밖에 없는 신세인가?

발리스터가 얼떨결에 니모나와 동행하는데, 사람(?)이 겉만 보면 모르고 속을 들여다봐야 진면목을 알듯 니모나가 얼마나 순수하고 착하고 여린지 알게 된다. 물론 겉모습 자체는 괴물이라고 해도 무방하지만,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생각에서 그렇다는 것일 테다. 니모나가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인간이 니모나에게 해를 끼치는 게 아닌가?

앞서 여왕은 누구나 기사가 될 수 있다고 천명했다. 닫혀 있던 기사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그렇다면 닫혀 있는 인간의 문을 열어젖힐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 세상 안에서는 더 이상 열릴 게 없을 만큼 전부 열었으니 인간 세상 밖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때다. 물론 <니모나> 속 세상이 아닌 현실에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럼에도 어른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에서 이 정도의 진보적인 메시지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뿜어져 나온다니, 갈 길은 머나 가야 할 곳은 이미 모두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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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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