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中 불공정 관행 없애야"...中 "상생엔 구체적 조치 필요"

박성훈 2023. 7. 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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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 중국 주재 미국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중국의 시장 개혁을 촉구하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AP=연합뉴스

중국을 방문 중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7일 중국의 시장 개혁을 촉구하며 미국과 동맹국들은 중국의 불공정한 경제 관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날 오후 7시(현지시간) 쯤 베이징에 도착한 옐런 장관은 이날 방중 첫 일정으로 류허 전 중국 경제부총리를 만난 뒤 중국 주재 미국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옐런 장관의 방중은 지난 2월 미국의 중국 정찰 풍선 격추 이후 양국 간 긴장 완화 움직임 속에 이뤄졌다. 앞서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관계 악화를 막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이달 말 존 케리 미 기후특사의 방중도 예정돼 있다. 미·중 정상은 오는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회담 가능성이 있다.

옐런 장관은 간담회에서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경제 문제를 포함해 중국과의 소통을 심화하라는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베이징에 왔다”며 “고위급에서 직접적이고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양국에 최선의 이익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6일 오후 7시경(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셔우두 공항에 도착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과의 건전한 경제 경쟁을 추구한다”며 “그러나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건전한 경쟁은 공정할 때만 지속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불공정 사례로 중국이 국유기업과 국내 기업에 대한 보조금 확대와 시장 접근 장벽을 들며 중국의 불공정한 시장 경제 장벽에 우려를 표명했다.

옐런 장관은 최근 중국이 내놓은 희귀 광물 수출 규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반도체 등 기술에 사용되는 두 가지 주요 광물(게르마늄·갈륨)에 대한 중국의 규제에 우려하고 있다”며 “현재 이같은 조치의 영향을 평가하고 있으며 탄력적인 공급망 구축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국방부는 “게르마늄의 전략 비축량이 있지만 갈륨 재고는 없다”며 “핵심 재료의 국내 채굴과 가공을 늘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게르마늄은 고성능 컴퓨터 반도체, 광섬유 통신, 야간 투시경의 핵심소재이며 갈륨은 전송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화합물 반도체, TV와 휴대전화 충전기, 태양광 패널 등에 주로 쓰인다.

옐런 장관은 중국이 시장 지향적 관행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하면서 중앙 정부의 통제식 계획 경제도 비판했다. 그는 “시장 개혁으로의 전환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며 “시장 기반의 접근 방식이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왔고 수억 명의 사람들을 빈곤에서 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중국과의) 분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디커플링)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미국이 국가 안보를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조치는 협소한 목표를 위해 설계되었고 이는 중국보다 경제적 이점을 얻기 위해 수행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국 재정부는 이날 옐런 장관 방중 의미를 묻는 질의에 “양국 관계의 본질은 상호 이익과 상생”이라며 “무역 전쟁이나 ‘끊어진 사슬’에서 승자는 없다”고 말했다. 또 “양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과 상생을 위해 구체적 조치를 취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6일 오후 베이징 셔우두 공항에 도착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중국 재정부 양용밍 국장과 20초 넘게 악수를 나눴다. 사진 중국 웨이보 캡처

중국 당국이 요구한 구체적 조치로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고율 관세 폐지가 거론된다. 주민(朱民) 전 중국 인민은행 부행장은 이날 글로벌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옐런 장관의 방중에서 양측의 핵심 쟁점은 미국의 대중국 고율 관세 철폐, 미국의 중국에 대한 통상법 301조 조사 철회, 중ㆍ미 무역협정 1단계에 대한 점검 등”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의 선조치를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요구했음을 암시한 대목이다.

중국 매체들은 옐런 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날 오후 베이징 셔우두 공항에 도착한 옐런 장관을 양잉밍(楊英明) 중국 재정부 국제경제국장이 맞이했다. 두 사람은 인사를 나누며 긴 시간 악수를 했다. 매체들은 “방중 옐런, 중국 측과 20초 이상 악수했다”며 “미국이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고 중미관계 안정에 나선 신호”라고 앞다퉈 보도했다.

옐런 장관이 중국에 도착해 베이징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윈난(雲南) 요리 전문점을 방문했다. 사진 중국 웨이보 캡처

이어 옐런 장관이 베이징에 도착해 첫 방문한 식당이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윈난(雲南) 요리 전문점이란 사실도 비중 있게 다뤘다. 두 기사 모두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 뉴스검색 1,2위에 올랐다.

옐런 장관은 9일까지 방중 기간 리창(李强) 국무원 총리·허리펑(何立峰) 부총리·류쿤(劉昆) 재정부장 등 중국 경제라인의 핵심 인사들을 만날 예정이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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