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도 누구나 육아휴직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김민정 기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지난 5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모여 '육아휴직의 실효성을 높이는 모두에게 임금 삭감 없는 단기 육아휴직 보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민주노총 성평등단협요구안을 세부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로, 민주노총 여성위원회 주관으로 열렸다.
▲ ▲2023년 5월 30일(화) 15시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본 집담회. 경기도 안산 현대위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금속노조 조합원 김성규가 발언을 하고 있다. |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 위치한 자동차 제조업 현장 현대위아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금속노조 조합원 김성규입니다. 저는 제조설비가 멈추지 않도록 실시간으로 설비를 고쳐주는 업무를 해오고 있습니다."
- 남성으로서 육아휴직을 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고용 형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야합니다. 저는 현대자동차그룹에 속해있는 현대위아 안산공장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 2017년 11월 18일 노동조합이 설립되기 전까지 저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연차 사용조차 눈치를 보며 사용해야 했습니다. 육아휴직이란 제도는 사용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죠."
- 그런데 어떻게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셨나요?
"저는 현재 2살, 5살 아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첫째 출산 때는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죠. 제 주변 남성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례를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첫째 아이의 출산 기간은 지나갔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첫째 아이가 대학병원에 다녀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저는 첫째 아이때 사용하지 않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육아휴직보너스제*>라는 제도를 적용받아 급여의 일정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었습니다."
*육아휴직보너스제는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부여받은 아빠에게 육아휴직 급여를 지원하는 제도로, 사업장으로부터 육아휴직확인서를 발급받은 후 고용센터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첫째 아이와 함께 진료받으러 병원에도 다닐 수 있었고, 육아휴직 덕분에 둘째 아이 출산까지 잘할 수 있었습니다. 첫째 아이는 항상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육아휴직 기간을 아이와 함께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첫째 아이와 관계도 좋아졌습니다. 첫째 아이는 이제 '엄마,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좋고 사랑한다'라고 말합니다. 또한 육아휴직 전 아내가 가사와 육아를 전담했었는데, 휴직 동안 육아와 집안일을 해보니 평상시 가사 분담을 잘해야 한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부부관계도 더욱 좋아졌고요.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하면서 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 2023년 5월 30일(화) 15시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본 집담회. |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
"육아휴직을 길게 사용하진 못했습니다. 약 3개월 정도 사용했습니다. 짧게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생계 때문입니다. <아빠육아휴직보너스제>가 끝났을 때 생계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복귀할 수밖에 없었죠. 복귀 후엔 함께 일하던 사람이 사측에 저에 대한 전환배치를 요구했습니다. 제 업무가 특수하다 보니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해 업무상 피해를 봤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타부서에 가길 원한다고 했다더군요."
- 노동조합에서는 어떤 대응을 해줬나요?
"저는 노동조합 간부입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했었죠. 저는 노동조합과 함께 사측에 '육아휴직 복귀자를 전환배치 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측은 전환배치를 강행할 것이라고 했지만, 노동조합과 함께 대응하며 결론적으로 부당한 전환배치를 막을 수 있었습니다. 노동조합이 있어 힘을 낼 수 있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현재까지 눈치를 보며 회사 생활을 이어 나가고 있긴 합니다."
"저는 '노동조합'이 있었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의 부당한 대우로부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지킬 수 있었죠. 하지만 많은 남성노동자가 육아휴직제도 자체를 알지 못합니다. 우리 회사의 경우 대부분 남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 노동조합도 사측도 육아휴직 사용을 위한 준비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단체협약에는 관련된 내용이 있지만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것이죠. 하지만 이제 동료들은 저에게 "나도 육아휴직을 우리도 사용할 수 있는 거냐?",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몰랐다.", "육아휴직은 아이가 몇 살까지 사용할 수 있냐?", "급여는 어떻게 보전되냐?"라고 물어봅니다. 단체협약도 추가로 더 정리 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인 복지성 임금(성과급, 휴가비, 명절비, 기타수당 등)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고, 더 많은 남성노동자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끔 안내하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 2023년 5월 30일(화) 15시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실에서 열린 본 집담회. 민주노총 김수경 여성국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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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휴직제도를 통해 임금을 어느 정도 보전받을 수 있지만 지급기준 상한액이 너무 낮습니다. 또한 원천징수액의 평균액과 같은 현실적인 임금보전이 필요합니다. 제조업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은 특근, 잔업, 성과급 등으로 임금이 상승하는 체계이기 때문이죠. 통상급 산입범위에 각종 수당이 제외되기 때문에 실제 육아휴직급여는 아주 적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육아휴직을 망설이게 되기도 하고요. 이 외에도 현장의 분위기와 조직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 남성노동자 중 일부는 "아빠가 왜 육아휴직을 하냐?", "네가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내가 피해본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것은 서로가 함께 해야 하는 일입니다. 노동현장의 분위기를 바꿀 방법이 필요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법제도, 교육, 현장분위기들이 모두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제도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현장에서 인식개선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육아휴직과 관련한 교육을 꾸준히 해야 합니다. 남성도 누구나 당연히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할 수 있고, 그렇게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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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금속노동자 홈페이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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