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축구장 30개 초토화 '강철비'…"美, 우크라 지원 곧 발표"
미국이 러시아 침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집속탄 지원 방침을 굳히고 이를 곧 발표할 거란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민간인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에 큰 피해를 낳을 수 있어 ‘비인도적 무기’로 불리는 집속탄 사용에 반대해 온 일부 동맹국과 인도주의 단체들의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AP 통신은 6일(현지시간) 익명의 미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 정부가 7일 우크라이나에 집속탄 수천 발을 포함해 총 8억 달러(약 1조460억 원) 상당의 신규 군사지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속에 수백 개의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구조로, 시한장치에 의해 모폭탄을 목표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속에 들어 있던 자폭탄들이 쏟아져 나와 여러 개의 목표물을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도록 돼 있어 ‘강철비’라고도 불린다. 한 번에 최대 축구장 30개 면적까지 제압할 수 있을 만큼 살상 위력이 크고 일부는 불발탄 비율이 40%에 달해 민간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상당수 국가가 사용 중단을 선언한 대량살상무기다. 2010년 집속탄의 사용ㆍ개발ㆍ제조ㆍ보관을 전면 금지하는 ‘집속탄 금지 협약’(CCM)이 발효돼 총 12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다. 다만 전쟁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미국, 중국, 한국, 인도 등은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이다. AP는 “미국의 조치는 오랫동안 집속탄 사용을 반대해 온 일부 동맹국과 인도주의 단체들의 분노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집속탄 제공에 신중한 입장이었던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방향을 바꿔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군 격퇴를 위해 집속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왔다고 한다.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집속탄을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라이언 브롭스트 민주주의수호재단 연구분석가는 “집속탄은 우크라이나가 더 적은 수의 탄약으로 더 많은 목표물을 파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미국은 이라크전 이후 집속탄을 사용한 적이 없어 많은 양의 집속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옵션”이라고 AP 통신에 말했다. 미국은 2003년 이라크전 때 집속탄을 마지막으로 사용했다. 라이언 브롭스트는 이어 “견고하게 요새화된 러시아 진지 파괴에 집중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중요한 무기”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패트릭 라이더 국방부 대변인은 “집속탄 지원은 미국이 오랫동안 검토해 온 사안”이라며 “우리가 제공을 고려하고 있는 (집속탄) 탄약은 불발 비율이 2.35%보다 높은 구형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국제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큰 집속탄 지원 방침을 굳혀가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게임 체인저급 결정적 무기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자 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집속탄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그는 집속탄 지원 여부와 관련해 “우리는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했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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