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컬처]누가 극장에 침을 뱉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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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산업이 위기다.
극장 산업의 침체가 코로나 때문이 아니고 넷플릭스를 위시한 플랫폼 산업에 밀려 언젠가는 쇠락할 운명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극장에서 영화를 선택할 때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꽤 많은 사람이 '잘 되는' 영화를 선택한다.
아무리 큰 모니터도, 아무리 빵빵한 홈시어터 시스템도, 극장이라는 공간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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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지나고 성수기 열렸지만
사과·대책 충분했나 되돌아봐야
극장 산업이 위기다. 코로나 전까지만 해도 잘 되던 장사가 코로나 시국부터 접어든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또 10년 넘게 영화 팟캐스트를 진행했던 사람으로서 마음이 착잡하다.
극장이란 꿈의 공간인 동시에 일터다. 감독과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온 이야기가 배우의 연기를 거쳐 영상으로 만들어지고 숨죽인 관객들 앞에 펼쳐지는 과정 그 자체가 한 편의 영화다. 촬영, 조명, 제작, 투자, 배급, 홍보, 극장에서 표를 팔고 팝콘을 튀기고 청소하는 분들까지 수많은 이들의 생계가 걸려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곳이 위험하다.
극장 산업의 침체가 코로나 때문이 아니고 넷플릭스를 위시한 플랫폼 산업에 밀려 언젠가는 쇠락할 운명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아마 두 가지 악재가 함께 작용한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계 종사자들은 외부의 공격에 당하기만 한 피해자일까?
얼마 전 가슴 철렁한 소식이 들려왔다. 주요 극장과 배급사들이 관객 수를 조작했다는 뉴스였다. 지난달에는 극장에 경찰이 들이닥쳐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살풍경까지 펼쳐졌다. 이미 눈치 빠른 관객들이 예매율 조작의 확실한 증거들을 속속 내놓은 뒤다.
극장에서 영화를 선택할 때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꽤 많은 사람이 ‘잘 되는’ 영화를 선택한다. 식당에서 인기 메뉴를 따라 고르는 심리다. 박스오피스 조작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행위이자 영화산업이라는 우물에 침을 뱉는 행위다.
업계 상황은 최악이다. 국내 극장 1위 업체 CJ CGV는 자금난에 빠져 5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계열사 지분 현물 출자까지 합치면 증자 규모가 무려 1조원이라고 한다. 고꾸라진 주가는 현재 30% 넘게 빠진 상황이다.
다른 업체들도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극장이라는 공간을 영화가 아닌 다른 이벤트로도 활용하는 방안을 속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관객들의 시선이 고울 리 없다. 사기를 친 사람이 다른 물건을 사라고 권유하는 꼴이니까.
이런 와중에 ‘범죄도시’ 3편은 2편에 이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국내 영화뿐만 아니라 외화까지 합쳐도 거의 혼자 시장을 독식하는 형국이다. 티켓 가격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확실한 쾌감을 주지 않으면 주머니를 열지 않겠다는 관객들의 의사 표시 같아 두렵다. 잔잔한 감동이나 묵직한 주제 의식을 담은 영화들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경고일까봐.
그런 영화들은 집에서 보면 된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내가 아는 감독들이 모두 개봉 전에 입을 모아 하는 말은 정반대다. 우리 영화는 꼭 극장에서 봐주셨으면 합니다. 장르 불문이다. 감독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큰 모니터도, 아무리 빵빵한 홈시어터 시스템도, 극장이라는 공간을 온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극장은 감독이나 배우 혹은 소품처럼 영화를 완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영화산업 사상 최악의 6월이 지나고, 이제 여름 성수기 시장이 열렸다. 업계에서는 볼 만한 영화가 많다며 관객들에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런데 순위 조작에 대해 충분히 사과는 했나? 대책은 충분한가? 관련자 처벌을 강화한 관련법안이 발의돼 있는데, 과태료 인상과 2년 이하의 징역형이 핵심 내용이다. 법 개정으로는 극장을 떠난 관객들 마음을 돌릴 수 없다. 너무 진부한 말이지만 진심 어린 사과와 충분한 반성이 먼저다. 우물에 침 뱉은 자들이여, 어디 있는가?
이재익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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