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멘탈'이 유독 한국에서 사랑받는 이유

김동근 2023. 7. 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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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엘리멘탈>

[김동근 기자]

 
 영화 <엘리멘탈>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우린 살면서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교류한다. 처음 태어나 만나는 부모부터 주변에 생기는 친구까지 말이다. 각각의 사람들에겐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그 세계가 만들어지기까지 주변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그 영향은 가족으로부터 나아가 지역사회, 국가에 이르기까지 확대되는데 그렇게 만들어진 분위긴, 성향 등은 이후에도 삶을 살아가는 데 작용을 한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서로의 문화를 교류한다. 인류는 그런 식으로 새로운 경험을 해 왔다. 자신과 다른 모습을 한 사람을 만난다는 건 즐겁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도 따라오게 마련이다. 

서로 다른 원소가 어우러져 사는 도시 엘리멘트 시티

픽사의 새로운 애니메이션 <엘리멘탈>의 세계에는 물, 불, 흙, 공기라는 4개의 원소가 살고 있다.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엘리멘트 시티'에는 이 네 가지 원소가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꽤 큰 대도시다. 여기에 살고 있는 엠버(목소리: 레아 루이스)는 불의 원소다. 불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온 엠버의 부모님은 힘들게 가게 하나를 만들어 대도시에 자리 잡으면서 엠버를 키워냈다.

이 영화는 미국의 이민자들이 흔히 겪는 부모와 자녀 간의 문제를 보여준다. 그러나 시선을 한국 사회로 돌려보면, 우리 한국 부모 세대들이 자식과 사이에서 겪는 갈등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부모세대들도 대부분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자리를 잡고 자녀를 낳아 키워냈다. 시골에서 무작정 상경해 고등교육을 받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했다. 영화 속 엠버의 부모처럼 말이다. 

엠버의 부모는 자신의 딸이 똑같은 속성을 가진 불 원소와 결혼하길 바란다. 완전 상극이라고 예상되는 물 원소와는 절대 만나서는 안 된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하지만 엠버는 우연히 물 원소인 웨이드(목소리: 마무두 애시)를 만나 호감을 가지게 된다. 두 인물은 가게의 파이프 배관에서 물이 새는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까워지고 결국 사랑에 빠지게 된다.
 
 영화 <엘리멘탈>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엠버의 부모는 절대적으로 자신들과 다른 모습을 가진 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경상도 출신 부모는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반대로 전라도 출신 부모들은 경상도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자녀들이 결혼할 때 자신이 싫어하는 지역 출신과는 결혼을 반대하기도 한다.

'절대 만나면 안 되는' 사람

빠른 이해를 위해 지역을 비유하긴 했지만, 우리는 종종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절대 만나면 안 되는' 사람을 만나려는 자녀들을 본다. 여기서 '절대 만나면 안 되는' 사람은 출신지역이나, 인종, 국적 혹은 학력이나 재산으로 구분될 수 있다. 즉, 부모가 원하는 것과 자녀가 원하는 것의 차이가 이런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국 이런 보편적 갈등 때문에 한국에서도 <엘리멘탈>이 꽤 공감받고 있는 듯 싶다.

자녀들도 부모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는 건 아니다. 부모가 원하는 삶의 방향대로 나아가고자 하는 건 마음 속에 자리한 미안함 때문일 수도 있다.

영화 속 주인공 엠버도 그런 삶의 한가운데 서있다. 부모는 자신의 가게를 딸에게 물려주고 싶어 한다. 엠버는 그 가게를 물려받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고 다른 일을 할 생각도 못 하고 있다. 여기에 부모가 가장 싫어하는 물 원소와 사랑에 빠지면서 엠버는 점점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을 가지게 된다.

긴장감을 만드는 건 빌런이 아니다

엠버의 고민은 많은 자녀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영화는 이런 자녀의 고민을 무척 섬세하게 담고 있다. 부모의 기대에 반하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분노조절장애가 되는 엠버의 이미지는 그런 자녀들의 모습과 겹친다. 
 
 영화 <엘리멘탈>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엠버가 사랑에 빠지는 웨이드와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데다, 만나면 서로에게 심각한 위협이 될 것처럼 느껴지는 물과 불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둘이 손을 잡았을 때,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원소의 속성이 변화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아름답게 느껴진다. 부모의 반대 속에서도 이 둘이 마음을 나누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된다. 완전히 다른 두 캐릭터가 서로를 이해하고 의지하게 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영화 <엘리멘탈>에는 빌런이 없다. 대신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건 엠버와 부모와의 갈등이다.

이 영화를 연출한 피터 손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픽사의 애니메이터 출신이다. 한국인 이민자의 자녀인 피터 손 감독은 영화에 동양적인 색채를 가미했다. 특히 각 원소가 생활하는 모습이나 분위기를 독특하게 묘사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극장에서 관람하기 좋은 영화다. <엘리멘탈>에는 나쁜 인물이 등장하지 않고, 무서운 장면이다 선정적인 장면이 없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와 자녀 각각의 입장으로 영화를 보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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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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