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근까지 나올 기세였던 NC 강인권 감독의 5연패 탈출기
프로야구 NC 다이노스 강인권(51) 감독은 최근 “얼굴이 반쪽이 됐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누가 보더라도 얼굴살이 쪽 빠져 이전과는 느낌이 전혀 달라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눈으로 보이는 변화만 있지는 않다. 스프링캠프에서 82~83㎏ 하던 몸무게는 개막 석 달이 지난 현재 70㎏대 중반까지 내려왔다.
급격한 체중 감소의 원인은 결국 스트레스다. 프로야구 감독은 1년 중 절반인 6개월을 치열함 속에서 산다. 4월부터 9~10월까지 월요일만 빼놓고는 최소 144일이 모두 승부의 세계다. 이기면 그나마 마음 편히 누울 수 있지만, 패하는 날이면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한다.
최근 연패가 이어진 강 감독은 “입맛이 통 돌지 않는다. 개막 초반까지는 하루 두 끼는 먹었는데 요새는 하루 한 끼면 끝이다. 원정 숙소에서 코칭스태프끼리 하는 미팅마저 없으면 점심도 그냥 넘기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요새는 경기를 앞두고 먹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저녁의 전부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강 감독이 지휘하는 NC는 개막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을야구 진출이 힘든 약체로 분류됐다. 안방마님 양의지와 유격수 노진혁이 모두 FA 이적으로 빠졌고, 구창모가 풀타임을 소화하기가 어려워 전력이 약해졌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또, 새 외국인투수들에게도 물음표가 붙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에릭 페디가 에이스 노릇을 하고, 타선이 활기차게 돌아가면서 한때 LG 트윈스, SSG 랜더스와 3강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여름 들어선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불펜진의 난조로 이기던 경기를 내주는 날이 많아지면서 전체적인 동력이 약해졌다. 그러면서 강인권 감독의 고심도 날로 깊어졌다.
강 감독은 평소 맥주 몇 잔 정도는 금세 들이켜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마저도 내키지가 않는다. 술잔을 들 힘도 없다는 농담에서 최근 속내가 읽힌다.
강 감독을 곁에서 보좌하는 운영팀 관계자는 “요새 감독님의 얼굴은 그야말로 윤곽만 있는 정도다. 조금 있으면 복근마저 나올 것 같다”고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고 강 감독이 아주 예민한 편으로 속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냉정한 승부의 세계는 초보 사령탑에게도 예외일 수는 없다.
프로야구 감독은 해군 제독,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남자라면 꼭 한 번 해봐야 할 직업으로 꼽힌다. 그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처우 역시 좋지만, 자리가 지닌 부담감은 당사자가 아니고선 쉽게 짐작하기가 어렵다.
최근 5연패로 허덕였던 NC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악몽을 끊었다. 이날 역시 7회말까지 2-4로 밀려 패색이 짙었지만, 8회 4-4 동점을 만든 뒤 연장 10회 터진 최정원의 결승타로 5-4 승리를 거뒀다. 이제야 조금 미소를 되찾은 강 감독은 “연패 기간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고생 많았다.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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