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에게도 치유된 작품 "3년 전 떠난 동생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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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 작가의 단편집 <바깥은 여름> 중 이 작품이 영화화됐고, 배우 박하선이 선택했다. 바깥은>
박하선은 이중 명지를 연기했다.
박하선은 "감독님께서 현장에선 말씀이 많지 않으시다. 배우에게 많이 열어주시는데 처음엔 맞게 하는 건가 고민하면서도 나중엔 잘 적응해서 하게 됐다"며 말을 이었다.
박하선은 "좋은 기운이 이번 작품에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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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 기자]
▲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명지를 연기한 배우 박하선. |
ⓒ 엔케이 컨텐츠 |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 <바깥은 여름> 중 이 작품이 영화화됐고, 배우 박하선이 선택했다. 사고로 남편을 잃은 뒤 폴란드로 떠난 명지, 같은 사고로 동생을 잃은 지은, 그리고 단짝과 이별하게 된 해수까지 세 사람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위로하는 이야기다. 박하선은 이중 명지를 연기했다. 개인적으로 치유가 됐다는 이 작품을 두고 배우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었다.
원작 단편집에 들어있는 7개 단편 중 영화화가 된 <당신은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는 제목대로 독자 혹은 관객에게 말을 건네는 것만 같다. 큰일을 겪었거나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하고 싶은지 묻듯 영화 또한 잔잔하지만 깊은 공감대를 만들어 간다. 박하선은 연출을 맡은 김희정 감독을 원래부터 좋아했다며 꼭 작품으로 만나보고 싶었다고 한다.
힘을 빼다
"감독님의 전작 <프랑스 여자>를 워낙 재밌게 봤다. 뭔가 분위기가 유럽영화 같았고, 여성 배우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다루시더라. 감독님께서 제게 처음 책을 건네기 전에 원작 소설부터 봤다. 그리고 대본을 받았는데 읽다가 펑펑 울었다. 마치 3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난 동생이 내게 남긴 편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대사에서 사람이 죽는다고 0이 되지 않는다는 게 있다. 그 말이 제게도 위안이 됐다. 14년 키운 제 반려견도, 할아버지도 이젠 곁에 없는데 어디선가 동생과 함께 모여서 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 속 명지 남편도 옳은 일을 하고 사망했지만, 그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이 후반부에 나오잖나. 그런 것들이 우리의 삶을 버티게 하는 것 같다."
김희정 감독이 박하선과 함께 작업하기로 한 것도 다름 아닌 슬픔을 이해하는 사람 같아서였다고 한다. 박하선은 "감독님께서 현장에선 말씀이 많지 않으시다. 배우에게 많이 열어주시는데 처음엔 맞게 하는 건가 고민하면서도 나중엔 잘 적응해서 하게 됐다"며 말을 이었다.
"이번 영화로 달라진 게 전엔 무조건 열심히 준비했다면 이번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가가려 했던 것 같다. 감독님도 기다려주셨다. 힘을 빼고, 대사도 힘줘서 외우지 않았다. 다만 제가 동생을 떠나보내고 지고 있던 어떤 무게감이 명지에게도 있었는데 그게 이해되더라. 그래 난 명지를 잘 알아! 그런 마음으로 해나갔다. 평소에 말수가 적은 것도 저랑 비슷했다. 힘든 일 있을 때 혼자 삭히는 것도.
▲ 영화 <어디로 가고싶으신가요>의 한 장면. |
ⓒ 엔케이컨텐츠 |
박하선은 상대역으로 나온 배우 김남희, 문우진 등 신예들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서 새삼 뿌듯하다고 고백했다. 남편으로 잠시 출연한 전석호와도 이미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기에 편하게 배드신을 연기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박하선은 "좋은 기운이 이번 작품에 있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작품을 고르는 선구안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사극 <동이>, 영화 <챔프>나 <청년경찰> 등 상업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인지도를 높였던 박하선은 작품성 짙은 저예산 독립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해왔다. 특히 <고백>(2021) <첫 번째 아이>(2022)와 이번 작품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화제와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다. 다분히 배우의 선구안이 좋다는 방증일 것이다.
"솔직히 요즘엔 그런 독립영화를 고르는 제 시선을 바꿔야 하나 고민도 하고 있다. <첫 번째 아이>가 너무 좋은 영화인데 관객이 많이 들진 않았다. <고백>은 제가 영화를 계속 할 수 있을까, 해야 하나 고민하던 때에 만난 작품이기도 하고. 평소 제 취향을 보면 평점 6점, 7점 대 애매한 걸 좋아하더라. 개성 넘치고 좋은데, 대중성과는 좀 거리가 있는 작품들이다.
<영도다리>(2010) 때 너무 힘들었고 당시 소속사에서도 독립영화는 지양하자고 해서 많은 작품을 거절하게 됐다. 좋은 작품들도 많이 놓쳤지. 지금 회사는 제가 택하는 걸 지지해주시지만 아주 흔쾌히 하라고는 안 하시더라(웃음). 여러 고민이 있는데 후회 남기기 싫어서 왠만하면 다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배우 류수영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갖게 된 공백기도 그에겐 나름 자양분이 된 시간이었다. 박하선은 "지금 영화를 만나기 전까지 2년 정도 쉬었는데 지금이 가장 마음이 괜찮다"며 말을 이었다.
"일을 그만두고 싶었을 때도 있었다. 어느 날 잠들기 전 생각하는데 우리 집안이 수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게 떠오르며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더라. 일도 일이지만 내 생활도 중요하구나. 아이와 시간 보내는 것도 중요하구나 싶었다. 예전엔 일이 우선이었다. 일이 없으면 제가 존재 가치가 없는 사람 같았다. 이젠 나 자신에게 좀 더 다가가고 싶다.
작품도 많이 열게 됐다. 본래 연극도 준비 중이었는데 쉽지 않더라. 예능도 오래 안했는데 다시 해보고 싶기도 하다. 배우로 만족도는 10점 만점이다. 다양한 배역을 하며 살아보지 않은 삶도 살게 되잖나. 또 식당에 가도 알아봐주시면서 서비스를 주실 때도 있고(웃음)."
다만 결혼 직전 따라다녔던 일부 악성 댓글엔 단호한 태도를 보이겠다고 다짐한 그다. "결혼하고 출산하면 루머에서 자유로워질 줄 알았는데, 세상이 각박하니 그렇지 않더라. 요즘 보는 대로 고소하는 중"이라 알렸다.
▲ 영화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에서 명지를 연기한 배우 박하선. |
ⓒ 엔케이 컨텐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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